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즉문즉설_ 1996. 육체적 고통 속에서도 마음이 여유로운 건 부처님 수준에서만 가능할까요?

Buddhastudy 2024. 3. 1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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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에는 감각이 있습니다.

그 감각 가운데 가장 중요한 감각이 통각이죠.

이 통각은 우리에게 많은 통증을 가져오니까

아마 어려움 중에 하나지마는

통각이 없다면 어때요?

우리는 우리 몸의 일부가 썩어가거나 다쳐도 알지를 못할 것입니다.

 

마치 전국에 통신망이 깔려 있기 때문에

지역마다 피해가 일어나면

그곳 소식이 서울로 알려지거나 전국으로 알려져서

도울 수 있는 것처럼

우리 몸에는 일종의 통신망 같은 신경망이 깔려 있고

그 신경망을 통해서 통증이 전달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내가 어디 다쳤는지, 어디가 고장 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통증이 심하면 참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저도 이 편두통이 있었는데 통증이 너무 심할 때는

정말 마음이 목이라도 잘라버리고 싶을 만큼 그렇게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통증이 있음으로 해서

어쩌면 우리가 살아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왜 삼국지 읽어보면

관우가 화살을 맞아서

화타가 어깨를 칼로 도려내고 수술을 하는데 바둑을 뒀다

이런 일화가 유명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통증은 있지마는

통증을 감내하는 정신력이 강했다 이렇게 볼 수 있죠.

 

그러니까 통증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고

통증이 있지마는 통증에 덜 두려워한다

이렇게 말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통증 때문에 너무 못 견뎌야 하기 때문에

마취 주사를 놓고 수술 같은 거 하지 않습니까?

근데 관운장은 칼로 뼈를 도려내는 데도

그 통증에 초연한 자세를 가졌다.

사실 그랬는지 후대의 사가가 그렇게 기록했는지는 모르지마는.

 

부처님도 수행 정진을 하셔서 고행하실 때 보면

우리 같으면 통증을 못 이길 만한데도

그 통증을 여여히 감내하신 그런 많은 장면이 나옵니다.

 

그래서 다시 말씀드리면

정신력이 강하면 통증이 안 일어나는 게 아니라

통증에 덜 두려워한다, 덜 놀란다, 덜 방황한다

이렇게 말할 수가 있습니다.

 

깨달음이라는 것은 정신적인 작용이지

깨달았다고 통증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깨달았다고 입맛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깨달았다고 뭐 냄새를 못 맡는 것도 아니고요.

 

그러나 우리는 좋은 냄새는 집착을 내고

또 고약한 냄새에 대해서는 괴로워하고

또 맛있는 거 보면 못 참고 먹고

또 맛 없는 거는 약이라도 안 먹으려고 그러고

이렇게 감각에 굉장히 호흡으로 좋고 나쁨에 민감한데

수행을 하게 되면 이러한 감각에 덜 놀아난다.

 

좋다고 막 집착하거나

싫다고 거부하거나

그런 것이 조금 더 자유로워진다.

 

감각에 덜 두려워한다.

즉 통증에 덜 두려워한다, 이런 얘기죠.

 

그러니까 자기가 그런 마음공부를 하게 되면

조금 감정이 통증에 덜 놀아나는, 감각이 덜 놀아나는 경지로 갈 수 있는 거지

수행한다고 감각이 없어지는 거는 아니다.

 

제가 단식을 여러 번 해봤는데

30일도 해보고, 길게는 70일까지 해봤는데

이런 경험이 있으면

또 단식을 하게 되면 배가 안 고프냐?

아닙니다.

배고픈 건 똑같은데

길게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보름이나 한 달 정도해서 사람이 죽지 않는다, 하는 걸 알잖아요.

배는 고프지만 두려움은 없다

이렇게 말할 수가 있습니다.

 

또 좋은 것에 대해서도 막 못 견뎌하고 그런 것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지금 좋은 것이 나중에 좋은 게 아니다

이런 걸 알게 되면

좋은 것을 모르는 게 아니라

그런 것을 거기에 마음이 끄달리는 것을 좀 방지할 수가 있다

이렇게 말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특별히 마음공부를 안 한다 하더라도

아까 그 질문자가 얘기했다시피

인슐린이 없었으면 어때요?

죽었을 수도 있겠죠.

 

근데 병이 나서 죽는 거는

사고 나서 죽는 거에 비해서는 조금 나은 편 아니에요?

사고 나면 즉사하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까?

 

병이 나서 죽으면 최악의 경우에 죽더라도

좀 시간을 끌어서 죽거나

안 그러면 어느 정도 올해 몇 년간 살게 되죠.

 

근데 인생을 얼마나 오래 사느냐?

이거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우리가 내일 죽을 사람이 오늘 활개 치고 다닐 수도 있고,

병이 나서 골골골 해서

언제 죽나하는 사람이 10년씩 더 가는 사람도 있잖아.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병이 나면

현대의학에서 치료받을 수 있으면 받고

못 받으면 그냥 그 생을 마감하는 거예요.

 

다만 길게 보면

모든 사람이 길게 살아야 100년 아닙니까?

길게 살아야 100년이다.

근데 하루살이가 하루밖에 못 사는데

하루살이가 똑같이 해 뜨면 생기고 저녁에 죽는 게 아니라

오후 4시에 죽는 것도 있고, 6시에 죽는 거 있고, 8시에 죽는 것도 있고

어떤 거는 가끔 10시에 죽는 것도 있단 말이에요.

 

근데 우리가 하루살이를 생각하면

우리가 생각하면 그건 4시에 죽으나 6시에 죽으나 12시에 죽으나

무슨 차이예요?

그러나 하루살이가 생각할 때는 굉장히 차이가 나겠죠.

 

그것처럼 우리가 40에 죽으나, 60에 죽으나, 80에 죽으나

크게 보면 사실은 별거 아니에요.

그러나 현재에 집착하게 되면

마치 그게 큰 차이라도 나는 것처럼 된다.

 

그래서 하루를 살아도

내가 지금 살아있음에 만끽하고 만족하고 살면

언제 죽느냐 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다.

 

그런데 요즘은 정신질환이 들면

살아있을 때는 자꾸 죽고 싶고

죽을 때가 되면 안 죽으려고 발버둥을 쳐서

링거를 꽂고 오래 살고.

그래서 살아있는 걸 죽으려고 해도 일이 많고

죽어가는 거를 살리려 해도 일이 많잖아, 그죠.

 

그래서 인생을 쉽게 사는 거는

살아있을 때는 죽는 것보다 사는 게 쉬워요.

또 죽을 순간이 오면

사는 것보다는 죽는 게 쉽다.

그래서 쉬운 인생을 살면 어떨까?

 

그래서 자기가 지금 이렇게 살아 있으니까

삶을 만끽하다가

그것이 뭐 60이 되든, 70이 되든, 80이 되든, 40이 되든

그런 거 생각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때가 되면 그냥 갈 때가 되면 가는 거다.

오히려 이런 관점을 좀 가져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

 

우리는 20대나 30대는 그래도 젊은 편이잖아요.

그러니까 죽음에 대해서 까마득하게 생각하죠.

그런데 203040대까지

병이 나가 죽거나 사고 나 죽는 것보다

제일 죽는 사람의 부분이 큰 게 뭘까요?

지금 자살입니다.

 

20대도 사망 원인 중에 1, 30대도 원인 중에 1,

40대까지도 원인 중에 1위다.

이제 50대가 넘어가면 암이라든지 이런 것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여러분들이 40대까지는

특별한 사고나 특별한 질병이 아니면 대부분 살아있죠.

 

그러다 보니까 젊어서 암이 걸리거나

젊어서 이런 병을, 소위 성인병이라고 그러죠.

늙어서 생기는 병을 앓게 되면

좀 마음이 놀라겠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밥은 매일 먹으면서 살면서

약을 매일 먹는 거는 힘들어합니다.

언제까지 먹어야 되나?

밥 먹는 것보다 훨씬 양도 적고 쉽잖아요.

그냥 한 알 입에 넣고 주사만 맞아버리면 되는 거니까

그런 걸 언제까지 맞아야 되나?’

이런 생각하지 말고

가볍게 생을 또 어떤 상황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사람이 내일 죽고, 모레 죽고, 빨리 죽어서 괴로운 게 아니에요.

빨리 죽는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 괴로움이 생긴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인생이 많이 남은 사람은

좀 괴로워도 하고, 화도 내고, 짜증도 내고 살아도

인생이 좀 기니까 어때요?

그런 낭비해도 되는데

저는 인생이 짧을수록 괴롭지 않게 살아야 된다.

 

짧은 인생을 더 알차게 보내려면

괴로움 없이 살아야 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말기암 환자나 이런 사람에게 저는

그럴수록 더 밝게 살아야 한다.

 

왜냐하면 나는 살 날이 적으니까

더 알차게 살아야 되지 않느냐.

 

그래서 병은 의사가 치료하지

내가 치료하는 거 아니잖아요.

난 좀 조심은 해야 되지만

 

그러니까 전문가한테 맡기고

나에게 주어진 삶을 만끽했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