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물건을 훔쳐간 아이들을 어떡하면 좋을까요? (2024.03.04.)

Buddhastudy 2024. 3. 14. 20:15

 

저는 인도 수자타아카데미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살면서 느낀 점이 한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

그리고 창고에 적재되어 있는 물건들이 좀 과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창고 물품 정리도 아이들이 못 보게 저 혼자 합니다.

아이들이 물품을 보게 되면 당연히 탐하게 되니까요.

최근에 있었던 일인데요.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7학년인데

수업 과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성지순례 기념 물품으로 단주를 만들었어요.

그렇게 함께 만든 단주를 JTS 홍보관 옆 작은 스토어에 진열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7학년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그걸 훔쳐간 거예요.

제가 속상한 점은 자기네들이 손수 만들어서 자랑스럽게 진열해 놓은 건데

이 아이들한테 스토어를 구경시켜 줄 때에는 그걸 감추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물건들 중에

이 아이들이 탐낼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좀 속상했습니다. 제가 어떤 마음으로 이 아이들을 대해야 할까요?//

 

 

옛날부터 물건을 보면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해서

견물생심이라는 고사성어도 있잖습니까.

인간의 기본 심리가 그런 데다가

특히 인도 아이들은 가진 게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보기에는 학교에 별로 탐낼만한 물건이 없는데,

인도 아이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학교에 있는 물건들 중에 그들이 갖고 싶은 것들이 매우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건을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자연적인 인간의 심리가 아니겠나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일 좋은 것은 우리 활동가들이 모두 인도 아이들처럼 살아서

오히려 그들이 우리가 사는 형편을 보고 짜이를 한 잔 가져다준다든지

볼펜을 하나 가져다준다든지

과일을 하나 가져다준다든지 하는 게

교육상 제일 좋습니다.

 

제가 처음에 인도 불가촉천민 마을에 왔을 때는

동네 사람의 방을 얻어 살았습니다.

그때는 주민들이 저한테 대추를 가져오든지

뭐라도 하나를 가져와서 나눠주었어요.

 

그런데 학교를 오랜 기간 운영하다 보니까

한국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을 여기저기에 가져다 놓게 되었고

또 한국 사람들이 직접 들어와서 생활하다 보니까

한국의 소비 수준에 해당하는 물건을

최소한도로 갖춰놓고 살게 된 겁니다.

물론 지금도 한국 사람들이 와서 보면

너무 열악하지 않으냐, 여기 와서 이 고생하는데 좀 잘해 주면 어떻겠느냐

이런 건의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제가 한국 사람들이 사는 실내 공간에는

인도 아이들을 못 들어오게 했습니다.

차별을 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첫째, 우리는 고생하지만

그 아이들이 볼 때는 호화판으로 산다고 잘못 이해하기가 매우 쉽기 때문입니다.

둘째, 그들이 물건을 자주 보게 되면

물건을 가져갈 궁리를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사실은 다 열어놓고 살면 제일 좋습니다.

그러나 생활공간만큼은 활동가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살아야 되니까

인도 아이들의 출입을 금하도록 결정한 것이에요.

 

그런데 연세 드신 분들이 인도에 파견을 가면

생활이 불편하니까 개선 요청을 많이 합니다.

이 부분이 한국 사람들과 현지인 사이에 생활의 격차를 만들어

갈등의 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사람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건강을 위해 생수를 먹거나 정수기를 사거나 세탁기를 사는 것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인도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교육하는 사람과 교육받는 사람 사이에

마치 양반과 상놈처럼 어떤 차이를 두고 교육을 하기 때문에

교육의 효과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듣는 척은 하지만

틈만 나면 훔치려고 하거나,

안 그러면 자기도 나중에 돈을 벌면 그걸 사야 되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본 게 있으니까 이렇게 되기가 쉽습니다.

 

그렇다고 한국 활동가들이

그들처럼 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볼 때는 지금도 한국 활동가들이 오지에 와서

매우 열악하게 산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직도 인도 사람의 집에 가서 살아보시면

학교 건물 복도에서 자더라도

그들의 집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의 잠자리라고 볼 수가 있어요.

 

그래서 현지인들과 분리된 공간에서

한국 활동가들이 생활하는 이중구조가

아이들을 충분히 교육하는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있습니다.

 

우리가 이런 모순을 안고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난 문제가 생겼을 때

아이들을 너무 혼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마치 옛날에 하인이 물건 하나 훔쳤다고

양반이 하인을 엄청나게 야단치는 것과 같아요.

이런 모순을 바탕에 깔고 있어야

화내지 않고 실망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교육상 아이들의 행동을 방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아요.

아이들은 물건을 가져갈 때

개가 뼈다귀를 물고 가는 것처럼 아무런 죄의식이 없습니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물건이 있으면 그냥 가져가는 게 자연스러운 분위기예요.

그런데 이 아이들도 사회에 나가서 생활을 하려면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되잖아요.

돈을 주면 잔돈을 안 갖다 준다든지

약속 시간을 안 지킨다든지

정부가 운영하는 학교에도

제시간에 출석하는 아이들이 20퍼센트가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런데 지금 수자타아카데미를 다니는 아이들은

출석을 또박또박하는 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엄청난 변화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

필요하면 꼭 허락을 받아서 사용해야 한다

이런 교육은 필요합니다.

 

교육은 시키지만

그들이 안 지켰다고 내가 화를 낼 일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 아이들이 살아온 습관이 그렇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됩니다.

 

그래서 인도에 파견가서 사는 한국 사람이 개인 생활을 자꾸 추구하면

아무리 일을 잘해도 한국으로 소환할 수밖에 없어요.

교육 현장이 아니면 일만 잘하면 되는데,

수자타아카데미는 교육 현장입니다.

교육의 핵심은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는 것입니다.

모범을 보이지 못하고 교육을 하면

교육이 아닌 기술 훈련밖에 할 수가 없어요.

이런 문제를 우리가 안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관하고 있는 물건 중에

학교 교육용이나 성지순례 등

정말 공용으로 쓸 수밖에 없어서 가지고 있다면

이것은 완벽한 안전장치 등을 해서

손을 못 대게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아닌데 아이들이 보면 탐낼 물건들을

우리가 많이 가지고 있다면

빨리 물건을 소진시키거나 혹은 그런 물건을 인도에 가져가서는 안 됩니다.

한국에서 인도로 물건을 보낼 때도

한국 생활만 생각하고 너무 고급인 것을 보내면 안 됩니다.

 

우리에게는 평소에 입던 파카이지만

그 사람들의 눈에는 엄청나게 좋은 파카여서

그 파카를 받았냐 못 받았냐에 따라서 큰 갈등이 생기게 되기도 합니다.

 

또 한국 사람들은 그런 좋은 것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선물을 받고도 별로 고마워하지 않게 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한국 사람을 동료라기보다는

물건을 얻는 도구로써 이용할 소지가 있습니다.

이런 점을 잘 살펴가면서 활동을 해야 됩니다.

 

현재 인도 수자타아카데미가

그나마 이 정도로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스님이 처음 시작할 때 워낙 엄격하게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인도인 스태프들도 잘 설득이 되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세월이 흐르고 사람도 바뀌면서 상황이 많이 변했습니다.

 

초기에는 한국에서 온 자원봉사자가

개인적으로 용돈을 주거나 혹은 장학금을 주겠다고 한다거나 하는 식의 접근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한국 사람들도 그곳에 가서 선생님을 해보니

공부도 정말 잘하고 똘똘한 아이가 있으니까

자기가 개인적인 스폰서를 하면 안 되겠느냐고 제안을 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그것이 공동체 전체의 물을 흐리게 하기 때문에

JTS는 개인적인 지원을 안 하고 있습니다.

사실 모금을 많이 하려면

후원자와 수혜자를 11로 매칭을 시켜줘야 모금이 많이 됩니다.

하지만 JTS는 그런 방식이

교육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누어 줄 만한 물건은 빨리 나눠주고

앞으로는 어떤 물건은 가져오지도 말고 보내지도 말라고 하는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성지순례를 하고 나서 기증을 받거나

남은 물건들 중에는 사실 굉장히 고급스러운 물건들이 많습니다.

이런 물건들을 학교에 보관하는 것은

제가 볼 때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물건들은 앞으로 상카시아에 창고를 지어서 보관하고

필요할 때 사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수자타아카데미처럼 가난한 시골에는

그런 물건들을 유입시키지 말아야지

안 그러면 공동체의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됩니다.

 

서로 잘 토론해서 좋은 교육 현장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다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자전거를 100대나 갖다 놓고 있으니 그 자전거를 안 훔치겠어요?

오토바이를 뺏으려고 총을 갖다 대는 사람들인데요.

 

그래서 안전장치를 잘해서 절대 손을 못 대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두 번째는 이 물건들은 어떤 개인을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항상 공공을 위해서 쓰는 것이라는 교육이 되어야 해요.

사람은 누구나 공용 물건이라 하더라도

뭐든지 쓰다 보면 자기 것 같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용만 하는 것이지

내 소유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교육해야 합니다.

자전거도 1학년 때 나눠주니까

우리는 빌려준 것이지만

아이들은 몇 년을 타게 되니 자기 자전거처럼 느껴지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가져가고 싶은 욕망이 생깁니다.

그래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반납하라고 하면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교육이 매우 중요한데

현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고,

또 교육적 측면에서 볼 때 관리도 충분히 안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술교육이나 여러 가지 학교 수업은

제가 볼 때 상당히 향상되고 학생 수는 많아진 반면,

한국 봉사자들은 갈수록 적어지다 보니까

인성교육이나 생활교육이 갈수록 부족해지는 것 같아요.

 

그런 결과로 수자타아카데미 학생들 사이에서

봉사는 하기 싫고 지원은 많이 받고 싶은

이런 분위기가 계속 높아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중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은

모두 내보낸다는 원칙을 정하고

정말 봉사할 아이들만 받아야 합니다.

 

JTS의 설립 취지는

문맹퇴치

즉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까지입니다.

그런데 학교에 의지하면 무엇이든 다 책임져 준다고 하면

나중에 아이들이 졸업 후, 저항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미리 분명하게 선언을 해줘야

오히려 아이들에게 기대가 없어집니다.

 

지금은 기대를 너무 높여놓았기 때문에

문제만 생기면 모두 학교에 와서 해달라고 떼를 쓰는 분위기로 가지 않나 싶어요.

 

제가 부탄에 갈 때도

봉사자를 아무나 데려가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마을 주민들을 물들이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사는 문제를 조금씩 같이 개선을 해줘야 고맙게 느낍니다.

그런데 물건을 대량으로 나눠 준다든지

시골 아이들에게 K, K드라마를 보여주는 것이

한국의 자랑이라고 생각하면

이것이 바로 지역 공동체를 파괴하는 행위입니다.

 

저희들이 이렇게 논의도 많이 하고

여러 가지를 유의하는 이유는

그들이 정말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야 되기 때문입니다.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곳에

공동체가 형성되도록 도와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공동체를 깨지도록 하게 됩니다.

또 뭘 자꾸 갖다 주며 선교하는 것처럼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접근해서도 안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의 구호 활동을 다시 평가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