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사주팔자와 궁합이 정말 있는 걸까요? (2024.05.10.)

Buddhastudy 2024. 5. 20. 19:43

 

 

저는 4년을 만난 애인이 있습니다.

그와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철학관과 점집을 다니며 여러 번 궁합을 보았습니다.

몇몇 곳에서 궁합이 안 좋다는 얘기를 들어서

미래를 생각하면 두렵습니다.

부모님도 그 얘기에 매일 걱정하며 힘들어 하십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죄스럽습니다.

또 궁합대로 그 사람과 결혼생활이 힘들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까지 겹치면서

하루하루 죽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스님의 즉문즉설에서 강한 믿음으로 사랑하며 살면 괜찮다하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 말씀으로 불안한 마음을 달래 보고 있지만,

여전히 너무 무섭고 힘듭니다.

사주팔자와 궁합을 믿어도 될까요?

이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려면 제가 어떻게 기도하고 수행해야 할까요?//

 

 

인간의 운명은 정해져 있는지 묻는다면

정해져 있다고 말씀드릴 수도 있고,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도 있습니다.

 

정해져 있다고 할 수 있는 건 어떤 게 있을까요?

사람은 천 년을 살도록 정해져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은 백 년을 살도록 정해져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그렇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은 지구에서 살도록 정해져 있습니까?

그것은 그렇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그 범위를 잡는 기준에 따라

정해져 있다또는 정해져 있지 않다하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오늘 아침에는 뭘 먹고, 점심에는 뭘 먹고,

저녁에 뭘 먹는다는 것이 정해져 있을까요?

또 오늘은 몇 시간을 자며

누구 누구를 만난다고 하는 것이 정해져 있을까요?

 

그것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해져 있느냐 없느냐는 기준이 되는 시간과

공간의 범위나 규모의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운명은 정해져 있다또는 운명은 정해져 있지 않다하는 잣대로

우리의 삶을 봐서는 안 됩니다.

 

사람은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어갑니다.

이런 삶 속에서 우리는 이런저런 많은 경험을 하고 삽니다.

여러 경험 속에서 불안이나 초조, 미움이나 원망, 화와 짜증으로 괴롭게 살 것인가,

아니면 이건 다 그냥 인생살이의 한 과정일 뿐이야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웃으며 살 것인가

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등산을 하다 보면

가파른 길이 나오기도 하고, 완만한 길이 나오기도 합니다.

개울을 건너야 할 때도 있고,

그늘 없이 뙤약볕을 받으며 걸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처럼 내 앞에 벌어지는 모든 일이

인생살이의 한 과정이라는 관점을 가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괴롭지 않고 웃으며 살 수 있습니다.

불안해하고 원망하면서 살 것인지

웃으며 편안하게 살 것인지

그것은 자신의 선택사항입니다.

 

괴롭지 않은 삶을 선택할 수도 있고

괴로운 삶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괴롭게 사는 사람과

괴롭지 않게 사는 사람도 정해져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결혼을 하게 되면

점쟁이가 해 준 궁합 풀이대로 불행하게 살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궁합이 좋지 않기 때문이 아닙니다.

지금 질문자에게 불안증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 정신 질환이라고 할 수 있는 불안증이 있어서

결혼생활이 불행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 결혼하지 않으면 괜찮을까요?

아닙니다. 혼자 살아도 불행합니다.

결혼 상대를 바꾸면 괜찮을까요?

아닙니다. 결혼 상대를 바꾸어도 불행합니다.

 

왜냐하면 외부 조건이 원인이 아니라

질문자의 불안증이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무엇보다 불안증을 먼저 치료하는 게 중요합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어디서 나쁜 얘기를 듣더라도

당시에 기분이 좀 나쁠 수는 있겠지만

하루나 이틀이 지나면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질문자는 누군가에게 궁합이 나쁘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그걸 계속 두려워하며 불안해하고

죽고 싶다고까지 하잖아요.

이것은 일종의 정신 질환입니다.

 

그래서 질문자는 무엇보다 심리 치료를 받는 게 필요합니다.

심리 치료를 받고 나면

결혼하든 안 하든, 누구와 살든, 그것은 큰 문제가 안 됩니다.

결혼해도 행복하게 살 수 있고,

혼자 살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질문자처럼 부정적인 마음으로 살면

결혼해도 불행하고, 혼자 살아도 불행합니다.

아이를 낳아도 불행하고, 아이가 없어도 불행합니다.

 

불행한 삶을 살도록 미리 정해져 있는 게 아닙니다.

두려움이나 불안, 미움이나 원망 속에 살면

어떻게 살더라도 괴롭습니다.

이런 부정적인 마음에서 벗어나면

결혼해서 살아도 괜찮고, 혼자 살아도 괜찮습니다.

아이를 가져도 좋고, 아이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도 괜찮고

부모님이 오래 사셔도 괜찮습니다.

직장에 다녀도 좋고, 사업을 해도 좋습니다.

공장에 다녀도 좋고, 농사를 지어도 좋습니다.

이런 외부 조건이 별로 중요해지지 않습니다.

 

우선 심리 치료를 받는 게 좋겠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매일 아침마다 108배 절을 하면 좋습니다.

절을 할 때 부처님을 부르든, 하느님을 부르든

그건 상관없습니다.

부를 대상이 없어도 좋습니다.

심리를 치료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니까요.

절을 하면서 이렇게 자신에게 암시를 주는 겁니다.

 

저는 편안합니다.

저는 아무 두려움이 없습니다.

저는 지금 잘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편안하다는 암시를 주는 거예요.

그러면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또 누구에게 어떤 말을 듣더라도

잠시 흔들릴 뿐

사는데 별로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개울을 건널 때는 신발을 벗을 것인지, 신을 것인지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됩니다.

하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차를 타고 가면 어떻고, 걸어서 가면 어떻습니까?

나중에 돌아보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개울을 건너기 위해 신발을 벗으려면 귀찮을 수 있겠죠.

그 찰나 찰나에 집착하면 괴로움은 끝나지 않습니다.

어떤 순간이 오든 문제를 삼지 않아야 합니다.

나중에 지금을 돌아보면 어떨 것인가하는 마음으로 살면

어떤 삶을 살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런 관점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궁합이 좋은지, 궁합이 나쁜지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길을 가는데 누군가가

사주를 보니 당신은 곧 돌아가시겠습니다하고 말하더라도

그래요? 사람이야 언젠가는 죽죠. 제가 그렇게 보이십니까?’ 하면서

담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내가 왜 초조하고 불안해야 합니까?

그러면 내가 그 사람의 꼭두각시가 되는 거잖아요.

수행이란 이런 노예근성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결혼하든 안 하든, 누구와 결혼하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난한 배우자를 만난다면 질문자가 도울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인격이 훌륭한 배우자를 만나면 공경하고 배울 수 있어 좋습니다.

아픈 사람을 만나면 보살필 수 있어서 좋고

건강한 사람을 만나면 그 덕을 좀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런 수행적 관점을 갖게 되면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입니다.

결혼을 해도 행복하게 살 수 있고

결혼을 안 해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자유입니다.

 

...

 

궁합 얘기를 듣고 힘들어하는 것이나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힘들어하는 것이나

다 같은 얘기입니다.

 

결국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서 내가 괴로운 거잖아요.

궁합 얘기를 듣고

부모님은 슬퍼할 수도 있고, 불안해 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부모님의 인생입니다.

부모님은 옛날 분이시니까 궁합을 믿기 때문에 당연히 불안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 부모님은 그 말을 믿으시는구나!’ 하고 받아들이면 됩니다.

오히려 부모님께

걱정하지 마세요. 궁합이 다 맞는다면 왜 싸우고 이혼하는 부부들이 있겠어요?’ 하고

위로를 해드려야 합니다.

 

옛날에는 연애를 해서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잖아요.

대부분 배우자의 얼굴도 못 보고 결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불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주라도 맞춰보고 안심했던 거예요.

서로 사주단자를 보내고 받았던 것은

당시 결혼의 한 절차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당시의 결혼 문화가 그랬구나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부모님이 걱정하시면

그건 부모님의 문제다이렇게 보셔야 해요.

오히려 부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잘 살 겁니다하면서

안심을 시켜드리면 좋겠습니다.

 

...

 

병원에는 안 가실 거예요?

 

심리 상담만 갖고는 안 됩니다.

일단 병원에서 검진부터 받아보고

예민한 마음을 완화시켜 주는 약이 필요하다고 진단이 나오면

기도와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게 좋습니다.

약물 치료까지 받을 필요는 없다고 하면

그냥 기도만 하시면 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