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딸이 고부갈등을 겪고 있는데 사돈과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2023.05.01.)

Buddhastudy 2024. 1. 30. 19:59

 

제 딸은 결혼한 지 8개월째인데 시댁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습니다.

딸은 독립적 성향이 강합니다.

결혼 전에도 시어머니가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힘들어한 적이 있어요.

최근에는 녹내장까지 생겨서 심리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사소한 말도 간섭이라 여기고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얼마 전 시어머니 생신이었는데

시댁에 전화도 하지 않고,

차로 십 분 거리에 살면서 인사조차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보다 못한 바깥사돈이 제게 찾아와 하소연하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사돈은 아내가 며느리와 가깝게 지내고 싶어 하는데

며느리가 남처럼 벽을 쳐서 힘들어 한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사돈 내외가 인품도 좋고 장점도 많은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딸은 결혼 준비 과정에서 생긴 부정적인 일에 사로잡혀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와 아내는 사돈과 딸의 입장 차이를 이해합니다.

다 나름대로 입장이 있고

그들 사이에 제가 관여해서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돈이 직접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니

사돈께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가정을 꾸린 딸에게 부모라고 이렇게 저렇게 간섭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스님의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자기 일도 아니고 딸 일이네요.

사람들은 그렇게 지지고 볶으며 살다가

헤어질 수도 있고 잘 살 수도 있어요.

 

첫째, 그냥 내버려 두는 게 가장 좋습니다.

사돈은 본인이 답답하니까 찾아와서 이야기한 거예요.

질문자가 딸에게 이야기해서 조금이라도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면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아무리 사돈이 도움을 청했어도,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면

이야기하지 않는 게 좋아요.

 

사돈이 나중에 딸에게 이야기했냐고 물으면

아이고! 제가 우리 딸을 키워봐서 아는데

이야기하면 딸이 더 불같이 화낼 것 같아서 말을 못했습니다라고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돼요.

그걸 가지고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사자인 딸과 사위의 의사가 중요하지

부모의 의사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이렇게 고부 갈등이 있을 때

사위가 자기 엄마 편을 들면서

결혼생활을 더 이상 못하겠다고 하면 이혼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사위가 딸의 편을 들고 결혼생활에 충실한 길로 갈 수도 있습니다.

이건 사위가 선택해야 하는 거예요.

 

둘째, 딸이 독립적인 성격이라 이야기하기 힘들다면

사위와 대화해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사위에게 자네 아버지가 나에게 찾아와 어려움을 호소하셨는데 사정이 어떤가?’ 하고 물어보세요.

먼저 전후 사정을 차분히 들어 보고 나서

이렇게 물어보는 겁니다.

 

자네나 자네 어머니가 보기에는

우리 딸이 문제가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여자도 독립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어릴 때부터 간섭하지 않고 키웠네.

그래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기도 하네.

도움이 된다면 내가 이야기해 보겠지만

결혼 전에도 간섭하지 않았는데

결혼한 딸에게 간섭하는 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만약 딸에게 이야기하면

시아버지가 자기 아버지를 찾아가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남편에게 시비를 걸어 싸움이 커질 염려도 있어요.

그러니 먼저 사위를 불러 이야기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위는 자기도 중간에 끼인 입장이니까

가장 객관적일 수 있습니다.

사위도 지금 어머니 편에 서기도 힘들고

아내 편을 들기도 힘든 상태일 겁니다.

그러니 사위를 나무라서는 안 돼요.

자네가 힘들겠네.’ 하면서 위로하고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어 보세요.

 

지금 이 문제는

시어머니가 잘못했다고 말한다고 해서 해결될 것도 아니고,

딸이 잘못했다고 말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딸은 개성이 강하고,

시어머니는 아들을 뺏겼다는 생각이 있는 데다

결혼 전에 아들을 대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해서 생기는 갈등이거든요.

 

3자는 누가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 문제는 잘잘못을 따진다고 해결될 수가 없습니다.

 

사돈이 다시 전화하면 웃으면서

제가 도움이 못 되어 죄송합니다하고 사과하면 돼요.

조금 돕는 시늉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사위를 불러 밥을 먹든, 차를 마시든 하면서 사정을 들어 보면

어떤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딸의 결혼 생활에 대해서는 이 정도만 관여하면 좋을 거 같네요.

 

핵심은 딸과 시댁의 관계가 좋아지는 게 아니잖아요.

딸이 행복하게 사는 게 핵심이죠.

시어른이 사돈을 찾아올 정도면 딸도 얼마나 괴로울까요?

 

이 문제는 딸이 직접 즉문즉설에 참여해서 질문을 하거나

행복학교에 참가해서 자기 스스로 생각을 바꿔야 풀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해서는 잘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인연을 맺어줄 수는 있습니다.

그냥 내버려 두면 기회도 안 생기니까

스스로 자각할 수 있는 계기는 주위에서 마련해 줘야 해요.

 

고부갈등에 대한 즉문즉설 유튜브를 보내주거나

한 달 과정의 행복학교에 참가해 보라고 권유해 보면 어떨까요?

자기 문제를 자각할 수 있는 인연을 맺어 주는 것은

부모로서 딸의 행복을 위해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결혼까지 해놓고 부모 속을 썩인다고 생각하면

딸에게 말을 부드럽게 할 수가 없습니다.

딸이 즉문즉설에 참여해서 본인의 힘든 마음을 내놓는다면

제가 본인에게 직접 이야기해 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한 이야기를 듣고

질문자가 딸에게 전달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어요.

3자가 남의 인생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변화는 스스로 자각할 때 일어납니다.

전법도 자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거지

내가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게 아니에요.

남을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면 갈등만 더 커집니다.

그런 딸을 가진 아버지도 행복할 수 있다는 관점을 놓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