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매일 늦게 들어오고, 가정과 아이는 뒷전인 남편에게 화가 납니다. (2024.08.22.)

Buddhastudy 2024. 8. 29. 19:40

 

 

결혼한 지 9년이 되었고, 7살 아이를 둔 30대 엄마입니다.

일에만 몰두하고 술을 좋아하며 매일 늦게 들어와

가정과 아이는 뒷전인 남편에게 불만이 점점 쌓이고 있습니다.

이런 시간이 계속되다 보니

이제는 한집에 있어도 서로 대화 없이 무관심으로 지내고 있어요.

그래도 아이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될 것 같아

제가 노력하자고 이야기하면

남편은 대답을 안 하거나 짜증을 냅니다.

퇴근 후 방에서 TV만 보는 남편을 보면 저도 화가 납니다.

부부가 냉랭한 모습을 보이며 한집에 사니까

아이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편이 바람을 피웠습니까?

남편이 재산상 손실을 많이 냈습니까?

남편이 사기를 쳐서 형사소송을 당할 정도의 사고를 쳤습니까?

아이는 아빠를 좋아합니까? 싫어합니까?

 

그러면 질문자에게 손해나는 건 없네요?

이익되는 것도 크게 없지만 손해나는 것도 없잖아요.

 

고주몽은 아빠와 추억이 있어서 고구려를 세웠어요?

 

남편이 아이를 학대하거나

술 먹고 집에 와서 행패를 부리거나

다른 여자를 만나서 그 여자가 집에 찾아온다거나

이렇게 아이의 정신 건강을 해치는 행위를 했다고 하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요.

그러나 남편은 질문자가 원하는 만큼

아이와 안 놀아줄 뿐이지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는 건 아니잖아요.

질문자가 쓸데없는 생각을 그만하면 좋겠네요.

 

 

물어보면 짜증을 낸다는 걸 알았으니 안 물어보면 되잖아요.

 

남편의 모습을 보고 본인이 답답한 거잖아요.

아이 핑계는 그만 대면 좋겠네요.

남편이 말을 안 하는 것은

아이에게 아무런 피해가 없어요.

오히려 엄마와 아빠가 큰소리 내며 싸우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냉랭한 모습을 왜 아이한테 보이나요?

냉랭한 모습이 안 좋다고 생각하면

질문자가 남편을 친절하게 대하면 되잖아요.

 

호의적으로 반응하기를 바라지 않으면 되잖아요.

남편이 출근할 때

안녕히 다녀오세요인사만 하고, 대답을 안 들으면 되잖아요.

, 퇴근하고 오면 다녀왔습니까하고 인사는 하되

대답을 안 들으면 되잖아요.

아이를 정말로 걱정한다면 질문자가 남편에게 화를 내지 않으면 됩니다.

 

남편이 내 마음에 안 든다고 그냥 솔직하게 말하지

왜 자꾸 아이 핑계를 대요?

핑계는 그만 대고 본인 이야기를 해보세요.

 

지금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니까

아이한테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오히려 질문자가 문제입니다.

 

질문자가 남편을 냉랭하게 대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이지

남편 자체가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에요.

남편이 회사 가서 열심히 일하고

저녁에 술 한잔 마시고 들어오는 것은

안 그러면 더 좋겠지만 이미 그런 걸 어떡해요?

그 정도도 못 견뎌서 남편을 문제 삼으면 어떻게 한집에서 같이 살아요?

 

...

 

그러면 남편한테 물어보면 되잖아요.

나 혼자 육아를 다 하려니 힘들다. 반반 나누자

이렇게 한번 얘기해 봐요.

그러면 집세와 생활비 전체를 남편과 반반씩 나눠서 부담해요?

남편이 더 많이 내요?

 

...

 

집세와 생활비를 남편이 더 많이 부담하고 있으면

질문자가 육아를 좀 더 해야 하지 않을까요?

본인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

책임은 반반씩 지자고 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질문자가 육아를 반반씩 나눠서 하자고 제안하면, 남편은

그럼 생활비도 반반씩 내자이렇게 나올 거 아니겠어요?”

 

...

 

그건 본인이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스스로 결정한 거잖아요.

반면에 남편은 아이와 노는 시간에

돈을 더 버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하는 거 아니겠어요?

 

...

 

집에 일찍 들어와 봐야

아내가 맨날 잔소리하고 짜증을 내는데 일찍 들어오고 싶겠어요?

집에 들어오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죠.

 

어렵게 질문을 했더니만

'스님도 남자라고 내 편은 안 들어주고 남편 편만 들어준다'

이런 생각이 듭니까?

 

질문자가 너무 욕심이 많습니다.

물론 질문자가 원하는 대로 남편이 해주면 좋겠지만,

남편은 이미 그렇게 생기지가 않았잖아요.

 

남편은 회사 일이 중요하고

돈 버는 일이 우선이고

늦게까지 술도 먹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한테는 집에 오면 같이 육아를 하자고 하는 것보다는

'여보, 수고했어' 하면서 술상을 차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밖에서 술 먹는 것보다 집에 와서 아내랑 술 한잔 하는 게

훨씬 더 재미있고 편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면 밖에서 술을 안 먹습니다.

술집에서는 돈만 주면 왕처럼 모셔주잖아요.

 

남편은 자기가 돈을 벌어오니

집에서 왕처럼 대우받고 싶은데

마누라는 생활비를 다 받으면서도

자기를 하인 부리듯 하고

자꾸 잔소리를 하니까

차라리 밖에서 돈을 쓰고 대우받고 싶은 겁니다.

남녀가 평등한데 남편이 육아를 공동으로 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남편이 문제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인간의 보편적 심리를 볼 때는

지금 질문자의 관점이 너무 자기중심적이라고 보입니다.

 

남편과 그만 살고 싶으면 그냥 이혼 신청을 하세요.

빙빙 돌려 이야기할 필요 없습니다.

 

질문자는 또 아이 핑계를 대고 있어요.

남편이랑 사는 것도 아이 핑계

이혼하는 것도 아이 핑계

남편이 늦게 오는 것도 아이 핑계예요.

 

이제 아이 핑계는 그만하고 질문자 본인을 중심으로 말해 보세요.

이혼을 하고 싶으면 그냥

'여보, 나는 당신하고 못 살겠어. 이혼하자' 하고 말을 하십시오.

아이는 누가 키우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키울 테니 당신은 생활비를 대든지,

당신이 키운다면 내가 양육비를 줄게' 하고

의논해서 결정하면 됩니다.

 

질문자는 머리가 너무 복잡해요.

'스님이 오늘은 웬일로 남자 편만드나' 하고 의아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질문자처럼 생각하면

결혼 생활을 하기 어려워요.

 

부부라 해도 서로 성격과 취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자유는 주면서 같이 살아야지

자꾸 자기만 옳고 남편은 틀렸다고 생각하면

결혼 생활이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남편이 하는 행동을 불편해하는 건 질문자 본인입니다.

이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고

'나는 괜찮은데 아이한테 나쁜 영향을 주니

당신이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 하는 소리는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솔직하게 내가 불편하다고 말을 해야지요.

 

(, 제가 불편한 것이 맞습니다.)

 

이제는 아이 핑계는 빼고 본인의 마음을 얘기하세요.

남편이 늦게 들어오면

아이한테 나쁜 영향을 준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아이에게 '아빠가 늦게 들어오는 게 낫겠니?

아니면 아빠하고 엄마하고 같이 안 사는 게 낫겠니?'

이렇게 물어보면 어떤 대답을 할까요?

 

아이는 아빠가 늦게 들어오는 게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엄마하고 아빠하고 같이 사는 게 낫다고 대답할 겁니다.

 

아빠가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게 아이 교육상 안 좋으니

이혼을 해서

아빠가 술 먹는 걸 아이가 안 보는 게

정말로 아이에게 좋을까요?

 

아이 입장에서는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아빠라 해도

엄마와 아빠가 같이 사는 게 낫지 않겠어요?

최선이 아닌 차선이나 차악이라 할지라도

아이는 부모와 같이 사는 것을 원합니다.

그러니 더 이상 아이 핑계를 대지 마세요.

아이한테는 아빠가 문제 될 게 없어요.

 

질문자 본인의 마음이 문제인 겁니다.

'이런 인간하고 계속 같이 살아서 뭐 하나'

'좀 더 다정한 사람하고 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모두 질문자의 욕망이에요.

그런 생각이 자꾸 든다면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어 남편한테 얘기해야 합니다.

 

'당신이 돈을 많이 벌어다 주는 것보다

나에게는 함께 대화하고 다정하게 지내는 결혼 생활이 더욱 중요하다.

당신이 대화조차 하지 않으니 더는 못 참겠다.

그동안은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줄까 싶어서 참고 살았는데

아이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내 인생도 더없이 중요하다.

그러니 대화로 합의를 보든지, 아니면 이혼을 하자'

 

이렇게 문제 제기를 해보세요.

자꾸 아이 뒤에 숨어서 아이 핑계를 대면서

본인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말하지 말고요.

지금까지 이야기한 불만은

모두 아이의 불만이 아니라 질문자의 불만입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셨습니까?

'스님이 내 심정을 모른다' 이런 마음이 들어요?

 

(제가 아이 핑계를 대면서 책임을 전가한 것 같습니다)

 

이런 인간이라도 같이 사는 게 나을지 스스로 솔직하게 생각해 보세요.

'돈이 아무리 많아도 이런 인간하고는 못 살겠다' 하는 판단이 서면

본인이 딱 중심이 되어 이혼 결정을 내리면 됩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만큼은 안 되지만

그동안 살아보니 특별히 손해날 일은 없고,

아이한테도 아빠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이 된다면

'너는 너대로 살고, 나는 나대로 살자' 하는 식으로 같이 살아보세요.

 

어차피 이혼해도 혼자 살아야 되는데

차라리 남편이 있는 게 생활비도 받고 좋은 점이 많다하고

결론이 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나는 천금을 줘도 이렇게 사는 건 싫다'는 결론이라면

그때는 '여보, 이렇게 사는 것은 내가 꿈꾸던 인생이 아니야.

나는 좀 더 다정한 사람을 만나서 살아보겠어' 하고

이혼을 요구하세요.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요.

 

...

 

질문자의 수준에 어떻게 잘하기까지 하겠어요?

자꾸 욕심을 내서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미워하거나 시비만 안 하면 돼요.

 

새벽 3시에 들어오면

일찍 들어오셨네요. 고마워요하고 말해주면 됩니다.

새벽 3시에 들어온 것은 일찍 들어온 게 맞잖아요.

이렇게 자꾸 농담을 해봐요.

 

생활비를 주면

여보, 고맙습니다이렇게 인사해 봐요.

질문자는 매달 생활비를 받고도

당연히 받을 거 받는 것이다하고 생각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한 번도 안 했을 겁니다.

 

가끔이라도 남편이 아이와 놀아주면

아이가 아빠와 같이 노니까 얼굴이 확 피네요

이렇게 칭찬을 해 줘 봐요.

칭찬만 해주면 남편은 금방 좋아집니다.

 

100일만이라도 뭐든지 칭찬해 줘 봐요.

아침에 늦게 출근하면

집에 더 머물다 가서 감사합니다하고 칭찬해 주고

일찍 출근하면

일찍 일을 나가셔서 감사합니다하고 칭찬해 주고

집에 늦게 들어오면

집에 들어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칭찬을 좀 해보세요.

 

제가 처음부터 몇 가지 물어봤잖아요.

바람피웠느냐

금전적 손실을 입혔느냐

주식 투자를 해서 돈을 날렸느냐

몇 가지 물어봐도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다만 문제가 있다면 질문자의 마음에 안 든다는 건데,

내 마음에 드는 인간은

이 세상에 없어요.

 

도저히 마음에 안 들면 이혼하라고 얘기하잖아요.

그래도 아빠가 있는 게 아이한테 좋기 때문에

남편에 대한 기대를 조금 낮추고

칭찬을 해가며 한번 살아보세요.

 

그래서 다시 같이 살 만해지면

그냥 같이 살면 돼요.

도저히 못 살겠거든 아이 핑계 대지 말고

솔직하게 내가 힘들다고 남편에게 말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