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5)

[법륜스님의 하루]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왜 생길까요? (2025.03.03.)

Buddhastudy 2025. 3. 6. 19:49

 

의례 중에 사람들이 안 할 수가 없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람의 죽음과 관계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죽음보다 더한 두려움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건 그냥 하는 소리예요.

죽음이 가장 큰 두려움입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이 죽음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죽는 사람도 불안하고,

죽는 사람을 보는 사람도 불안한 거예요.

그래서 죽어가는 사람의 불안도 좀 덜어주고

죽어가는 사람을 가족으로 둔 사람의 마음도 위로할 방법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고대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게 된 거예요.

 

부처님은 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무지에서 생긴다고 했습니다.

'죽고 난 뒤'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무지 때문에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니까

이 무지를 깨우치고 나면 두려움이 없어지게 되는 거예요.

 

무지를 깨우치면

낯선 곳에 가도 두려움이 없고

낯선 이를 만나도 두려움이 없고

낯선 일을 해도 두려움이 없고

죽음 앞에서도 아무런 두려움이 없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성난 코끼리가 온다고 해도

살인자가 칼을 들고 쫓아온다고 해도

여래에게는 두려움이 없다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두려움이 없으므로 죽은 뒤를 위한 어떤 것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불교의 가르침에서는

이런 죽음 뒤의 의례 같은 건 필요 없었어요.

 

또 부처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장례를 어떻게 치러야 할지 여쭤보니

너희는 신경 쓸 필요 없다.

세상 사람들이 자기들의 풍속대로 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시신을 물에 버리는 수장을 하든

불에 태우는 화장을 하든

그 사람들의 풍속대로 하도록 두라고 하셨습니다.

 

부처님이 돌아가신 곳인 쿠시나가라에서

부처님의 장례식을 주도한 사람들은

말라족이라고 하는 왕족이었어요.

그들은 그들의 풍속대로 장례를 지냈습니다.

그 당시에는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든 말든

세속적으로 어떤 신분인지가 중요했고

부처님은 왕족이니깐 왕족의 예법에 따라 장례를 지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는 장례를 주도한 사람들이 왕족이니까

왕족의 예법에 따라 장례를 지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원래 불교에서는

두려움이 없는 열반을 증득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장례 같은 것은 신경을 안 썼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이 이런 식으로 화장을 하니까

이후에 스님들이 돌아가실 때 그렇게 화장을 하게 되었고

이것을 불교식 장례법이라고 받아들이게 된 겁니다.

 

 

--정토회에서 천도재를 수용하게 된 과정

 

현재 정토회에서 하는 천도재 역시

수행적 관점에서는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같이 어울려 살려면

죽음에 대한 의례가 있기는 해야 하니 천도재를 수용했는데

또 그렇게 되면 정토회의 정체성과 일부 모순이 생깁니다.

그래서 천도재를 시작할 때

제가 이렇게 수행적 관점에서 법문을 합니다.

 

영가여,

영가가 살아생전에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혀로 맛보고, 손으로 만지고, 머리로 생각하면서

나다’, ‘내 것이다’, ‘내가 옳다하고 살았는데

지금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고, 냄새 맡을 수도 없고,

맛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고, 생각할 수도 없는 지금에 이르러서

영가는 무엇으로 나다, 내 것이다, 내가 옳다라고 하겠습니까?

영가의 본래면목은 무엇입니까?

만약에 영가가 법사의 이 질문에 응답할 수 있다면

단박에 깨달아 해탈 열반을 증득할 것입니다.

그러나 영가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면

살아생전에 아무리 좋은 일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 도리를 알지 못한다면 미혹한 중생에 불과합니다.

미혹한 중생은 괴로움과 즐거움이 되풀이되는 윤회의 세계를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오늘 여기 모인 법사와 대중들이

영가의 왕생극락을 발원하며

여기서 천도재를 지내서 공덕을 지어 줄 테니

그 공덕으로 부디 극락에 왕생하시어

아미타 부처님을 친견하시고 설법을 듣고 깨달아

열반에 드십시오.’

 

이렇게 근본 도리를 이야기한 후에

종교의식을 시작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을

위로하는 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아무리 수행한다고 해도

여전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마음이 섭섭하다면

이 두려움과 섭섭함을 위로하는 천도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근본 도리에 대한 내용은 짤막하게 하고

나머지는 영가가 좋은 곳으로 잘 가시라는

전통적인 위로 의식을 하는 겁니다.

 

그러므로 정토회에서 하는 천도재도 역시

종교의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불교계에서 행하는 천도의식은

관음시식이라고 해서

정토삼부경에 의거한 정토종의 극락왕생사상을 근본으로 하고

밀교에서 행하는 의식을 중심으로 해서

화엄사상과 선 사상이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

 

천도재(薦度齋)의 천도(薦度)

좋은 곳으로 보내는 법이라는 의미입니다.

돌아가신 영가를

살기 어려운 곳에서 살기 좋은 곳으로 보내는 의식인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베풀어야 한다고 해서 재는 베풀 재()를 씁니다.

 

그러니 본인이 탁 깨달아서

내일 죽어도 두려움이 없고

부모가 죽어도 슬픔이 없다고 하는 사람은

천도재를 안 지내도 됩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눈물이 나고,

내가 죽는다는 게 겁이 난다는 사람은

두려움을 달래는 위로가 필요한 거예요.

제가 살펴보니까 정토회 회원들도

천도재를 안 지낼 수준은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천도재는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습지다.

첫 번째, 베풀어야 합니다.

두 번째, 참회 기도를 한 후 법문을 듣고 깨달아야 합니다.

세 번째, 지장보살을 부르며 간절하게 기도해야 합니다.

그럼 내일부터는 그 내용을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