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직원들을 평가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게 불편해요. (2023.11.14.)

Buddhastudy 2024. 1. 4. 20:15

 

 

지금이 소장들이 가장 힘든 시기입니다.

얼마 전에 같이 일하고 있는 직원들에 대한 업무 평가를 했고

어제부터 그 결과를 직원들이 받아보고 있습니다.

연초에는 직원들 모두 함께 일을 잘해서 성과를 내보자고 했지만

직원들에 대한 연말 평가를 다 똑같이 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규정에 따라 잘한 사람, 중간인 사람, 못한 사람으로

상대 평가를 해야 하거든요.

좋은 평가를 받은 사람은 불만이 없지만

결과를 안 좋게 받은 사람들은 소장입장에서 대하기가 상당히 껄끄럽습니다.

그분들도 소장이 왜 나한테 이런 평가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거예요.

직원들을 평가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게 불편한 마음입니다//

 

 

그런 수준이면 질문자는 소장을 안 해야지요.

사람을 평가하는 일은 가능하면 안 하는 게 좋습니다.

 

원래 불교 계율에도

가능하면 남을 평가하는 일은 하지 말라고 되어 있어요.

그러니 사람에 대해 죄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해야 하는 검사와 판사는

별로 좋은 직업이 아닌 겁니다.

 

사형이라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에요.

여러분들이 수행자라면

그냥 일반직으로 일하는 게 좋지,

남을 평가해야 하는 소장 직책은 사양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수행자는 또한 이런 관점도 가져야 합니다.

본인이 어쩔 수 없이 맡았든, 원해서 맡았든,

어떤 직책을 맡게 되었으면

그 직분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장의 직책을 맡았는데 직원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팀장이 해야 할 일을 방치한다면

그것은 책임을 지지 않는 것에 해당합니다.

 

결혼해 놓고도 부부 생활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태도 역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자신은 수행자이니까

욕락(欲樂)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잘하는 일인 줄 알아요.

하지만 그렇게 살려면 이혼을 해야지요.

상대에 대해 배려를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우리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욕락에서 자유롭고 싶으니

이제 헤어져서 당신은 다른 분하고 결혼하고

나는 수행을 하며 살고 싶다

이렇게 배우자에게 말해서 합의를 해야 하는 거예요.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원칙만 밀고 나가서는 안 됩니다.

 

그것처럼 소장이 되었으면 소장의 직분을 다 해야 합니다.

본인의 마음이 불편하다고 직원 평가를 안 하거나

다 똑같이 좋은 평가를 줘버리면

회사에서 경영상 필요해서 만든 제도를 질문자가 외면하는 것이 됩니다.

 

그러므로 회사에서 정해준 규정과

질문자의 경험으로 얻은 몇 가지 원칙들을 가지고

가능한 나의 주관이 덜 개입하도록 하면서 평가를 내려야 해요.

 

만약 결과에 대해 섭섭해하는 사람이 문제를 제기한다면

그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평가를 안 좋게 내려서 미안하니까

대신에 욕이라도 실컷 해라이렇게 과보를 기꺼이 받아야 해요.

 

질문자는 객관적으로 평가한다고 했지만

결과를 받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 다닐 때도 시험 결과가 나오면

시험을 잘 쳤다고 말하는 아이가 거의 없습니다.

늘 시험을 못 쳤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다들 자신이 기대한 만큼 결과가 안 나왔기 때문입니다.

 

남들은 너는 성적이 좋네라고 칭찬해도

정작 본인은 전교 1등을 하려고 했는데

겨우 반에서 1등을 했다고 하면서 만족을 못 합니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거예요.

그렇다고 그 사람이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해 주는 것과

그 사람의 입장을 따라가는 것은 별개의 일입니다.

 

요새 정치인들이 재판받는 것을 한번 보세요.

자신이 재판에서 이기면

아직도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살아있다라고 하고

재판에서 지면 사법부마저도 죽었다라고 합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원래 인간의 심리가 그렇게 작용합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원하는 만큼 안 되면

심리가 그렇게 되기 때문이에요.

 

남편에게 불만이 많은 여성은

자기 남편이 문제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 보면 남편은

그 여성이 원하는 수준의 남편이 아닐 뿐입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불만이 생기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남편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내가 그 남편을 버리면 다시 주워갈 다른 여성들이 많아요.

 

그것처럼 질문자도 직원들을 평가할 때

가능한한 주관을 배제하고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객관적인 평가를 하되

나는 제대로 평가했으니 당신이 문제다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결과에 만족하지 않는 직원에게

자네가 보기에는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부족한 게 있네하고

웃으면서 넘어가야 해요.

 

상대 평가이니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만약 절대 평가라면 좀 괜찮은데 상대 평가이다 보니

누구는 1등을 하고 누구는 2등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 일을 하는 게 너무 불편하면 직

장을 그만두고 정토회로 와야죠.

 

그러니 직원 평가에 대해 너무 불편하게 생각하지 말고

평가 결과가 안 좋은 사람들에 대해

질문자가 밥이라도 사며 위로를 하세요.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직원 입장에서는

설마 나한테 안 좋은 평가를 하겠나?’ 하고 있다가

결과가 달라서 실망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도 질문자는

상대 평가라서 다 좋은 평가를 해줄 수가 없어 미안하다하면서

무마하고 살아야지 어쩌겠어요.

 

질문자의 심리를 보면,

직원 업무 평가를 하다 보니

마치 자신이 사장이 된 것처럼 착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질문자는 사장이 아니잖아요.

 

사장이 시킨 일을 수행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에 미안해할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직원들의 마음은 이해해야 합니다.

결정은 위에서 하고 질문자는 대행할 뿐이라고 해도

직원들의 눈에 일차적으로 보이는 사람은 질문자이니까요.

 

불교의 핵심은 부처님의 가르침이지만

신도들의 눈에 일차적으로 보이는 것은 스님입니다.

스님이 잘하면 불교도 좋아 보이고,

스님이 못하면 불교도 나쁘게 보이지요.

사실은 내 눈에 보이는 스님과 불교는 아무 관계가 없을 수가 있는데도

중생에게는 당장 눈앞에 있는 스님이 곧 불교라고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직책을 가졌으면 어느 정도는 욕을 들어야 합니다.

다 좋은 일만 생기면 누구나 다 소장을 하겠지요.

죄의식을 갖지는 말되 직원들의 아픔은 이해해 주세요.

질문자처럼 너무 미안해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난 규정대로 했어. 문제가 있으면 고발해하면서

뻔뻔하게 굴어도 안 됩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규정대로 했나 안 했나에 영향을 받는 게 아닙니다.

자신의 실력과 관계없이 자기가 되고 싶은데 안 됐기 때문에

힘들고 괴롭고 미운 거예요.

그런 마음은 받아줘야 합니다.

법륜 스님은 인사 담당자가 아니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당신 마음을 바꿔라.’ 하고 말할 수 있지만

질문자는 그렇게 말하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