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절에 가고, 독일에서는 교회에 가는 것이 왜 문제가 될까요?
저는 오히려 질문자의 말이 이해가 안 됩니다.
질문자의 생각대로라면
한국에서는 한국어를 하고, 독일에서는 독일어를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에 가면 한국어를 하고 독일에 가면 독일어를 하듯이
질문자의 인연으로는
한국에서는 절에 가고 독일에서는 교회에 가는 겁니다.
만약 독일에 있더라도 한인 타운에서 한국 사람들끼리만 지낸다면
한국어만 해도 되겠죠.
그러면 한국에 있을 때도 한국어를 하면서 살고,
독일에 있을 때도 한국어를 하면서 살아도 됩니다.
하지만 밖에 나가서 독일 사람들을 만나면
그때는 독일어를 써야 하잖아요.
그것처럼 독일에도 절이 있으면 한국에서도 절에 다니면 되고
독일에서도 절에 다니면 됩니다.
하지만 독일에는 절이 없으니까 교회에 다니는 겁니다.
그게 문제가 될까요?
독일은 불교 인구가 적어서 혹시 절이 있더라도
질문자와 같은 청년이 절에 가면
아마 질문자가 거의 유일한 청년일 거예요.
그래서 친구를 사귀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교회에 가면 젊은 사람이 좀 있잖아요.
교회에 다니면 친구도 사귈 수 있는데 왜 절에 가려고 해요?
...
불교를 믿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불교를 믿으면서 교회에 다니는 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겁니다.
혹시 질문자가 독일에 계속 살다가
나중에 독일 여자와 결혼하게 되면 독일 시민권을 얻을 가능성이 있겠죠.
만약 질문자가 독일 시민권을 얻는다면
한국계 독일인이 될 것 아니겠어요?
그것처럼 질문자는 불교를 믿다가 교회에 다니게 되었으니
‘부디스트 크리스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교회를 다니다가 불교를 믿게 된 사람을
‘크리스천 부디스트’라고 합니다.
미국에는 현재 대단히 많은 크리스천 부디스트가 있습니다.
기독교적인 배경을 깔고 있으면서 불교를 믿는 사람들이 매우 많습니다.
독일에도 아주 많아요.
왜 우리는 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까?
이 종교에서 저 종교로 옮겨갈 수도 있고
두 종교를 다 믿어도 되고
한 종교를 기반으로 해서 다른 종교를 믿어도 됩니다.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도 일본 국적을 갖기도 하고
미국 국적을 갖기도 하는 것처럼
왜 종교는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꼭 기독교를 믿어야 하고,
불교 집안에 태어났다고 해서 기독교를 믿으면 안 됩니까?
시대가 바뀌었는데 젊은 사람이 아직도 중세 시대의 사고를 하고 있네요.
교회에 열심히 다니세요.
자비하신 부처님께서 여러분들이 절에 다니다가 교회에 갔다고 해서 벌을 내리실까요?
사랑의 하나님께서 여러분들이 교회에 다니다가 절에 갔다고 해서 벌을 주실까요?
구약성서의 소돔과 고모라처럼 유황불로 지져 버리실까요?
그것은 신약성서가 나오기 이전의 얘기입니다.
예수님 이후의 하나님은 징벌의 하나님이 아니라 사랑의 하나님입니다.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독교의 사랑입니다.
교회에 다니다가 절에 가면 벌을 받는다는 생각은
종파주의에서 나온 협박이에요.
여러분들이 물건을 살 때의 예를 들어 봅시다.
어느 한 가게에서 계속 물건을 사다가 근방에 새 가게가 생겼습니다.
새 가게의 물건이 더 좋고 가격도 저렴하면 당연히 옮겨가겠죠.
그러면 기존에 이용하던 가게의 주인은 기분이 나쁠 겁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있어요.
눈치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각자 좋을 대로 선택하면 됩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다수의 종파주의 가게 주인들은 기분이 나쁠 수가 있습니다.
이해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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