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 병원의 의대생들이 위험천만한 실험을 진행합니다.
동료 의대생 한 명을 심장 마비로 죽게 한 다음
심폐소생술로 살려내
그가 사후 세계를 경험했는지 알아보려는 실험입니다.
실험을 제안한 넬슨이 먼저 침대에 눕습니다.
동료들은 넬슨의 체온을 떨어뜨리고 마취를 시킨 다음
심장을 정지시켜 사망 상태에 이르게 합니다.
심정지 후 정확히 1분
동료들이 심폐소생술을 펼쳐 넬슨을 가까스로 살려냅니다.
죽었다 살아난 넬슨은
친구들에게 자신이 경험했던 놀라운 사후 세계를 들려줍니다.
호기심이 발동한 의대생들은 돌아가면서 실험 대상이 됩니다.
결국 모두가 각자의 사후 세계를 경험하게 되지만 그 대가는 큽니다.
저승을 오간 사람들에게는 상상도 못할 끔찍한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
네, 1992년에 개봉한 영화 <유혹의 선>은
사후 세계를 의학적 소재로 활용해 인기를 끈 공포 영화입니다.
죽음 이후의 세계를 실험으로 밝혀낸다는 신선한 이야기 덕분에
흥행에도 성공하고
2017년에는 리메이크 영화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입에 올리기조차 꺼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인간이라면 대부분 죽음에 관해 관심을 가집니다.
우리는 죽음의 의미를 알고 싶어하고
나아가 죽음 이후의 세계를 상상합니다.
종교적인 사람들은
천국이나 지옥 같은 사후 세계의 존재를 강하게 믿습니다.
무신론자 중에도 죽음이 끝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에는
아마 우리 마음속에 이원론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원론은 우리의 몸과 마음이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육신이 죽은 뒤에도
의식을 가진 어떤 초자연적인 물질
이른바 영혼은 살아남을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이러한 이원론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
인류 역사상 영혼이나 사후 세계의 존재를 입증하는 과학적 증거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현대 뇌과학은 이원론이 아닌 일원론을 강하게 뒷받침합니다.
일원론에서는
모든 정신 활동은 뇌 활동에서 비롯되며
뇌가 없으면 마음도 없고 영혼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리학의 영역에서는
사후 세계의 증거인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하나 있긴 합니다.
그것은 바로 죽었다가 살아온 사람들의 경험
임사체험입니다.
심정지가 오고 호흡이 중단되어 사망 상태에 이른 사람이
심폐소생술로 살아납니다.
살아난 사람 중 일부는 사후 세계를 목격했다고 주장합니다.
이와 같은 임사체험이 처음 부각되었던 때만 해도
의학계에서는 몇몇 환자들의 환상 정도로 치부했습니다.
문제는 몇몇의 환상으로 보기에는
임사체험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심장 전문의 프레드 슈메이커는
자신이 18년 동안 담당했던 2,000명 이상의 환자 가운데
무려 50%가량이 임사체험을 했다고 보고했습니다.
-또 다른 심장병 전문의 핀 판 롬멜은
소생술의 성공한 심장 마비 환자 344명 중
12%가 임사체험을 겪었다고 주장했습니다.
-1982년에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 중 5%가 임사체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록 임사체험의 발생 빈도는 뚜렷하지 않습니다만
그 숫자는 유의미합니다.
숫자보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임사체험 경험자들이 몇 가지 공통적인 주장을 한다는 것입니다.
학계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임사체험의 특징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몸이 둥둥 떠 있는 유체 이탈 경험을 한다.
자신의 몸을 내려다볼 수 있다.
-둘째 터널이나 좁은 방을 통과한다.
때로는 환한 빛이 보인다
-셋째 저쪽 세계에서 죽은 가족이나 친구를 만난다.
물론 신을 만나기도 한다.
이런 특징을 보인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경험이 너무나 강렬했다고 말합니다.
꿈하고는 비교가 안 되게 생생해서 그 사건이 정말로 일어났다고 확신합니다.
그들은 응급실을 자세히 묘사하기도 하고
의사들이 자신의 몸을 살리는 현장을 또렷이 기억하기도 합니다.
그중 마리아라는 심정지 환자의 임사체험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마리아는 자신의 영혼이 유체이탈을 해서
다른 층 선반에 놓인 테니스화를 보았다고 말했습니다.
킴벌리라는 사회복지사가 선반을 확인했더니
실제로 테니스화가 거기에 있더라는 말을 해서 유명해진 이야기입니다.
과연 임사체험은 사실일까요?
신체가 죽은 뒤에도 의식이 살아남아 무언가를 목격했다면
정말로 영혼이나 사후 세계가 존재하는 게 아닐까요?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먼저 그들이 진짜로 죽은 것인지부터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이 정말 요단강이나 삼도천을 건너갔던 건지
아니면 그냥 강가에 머물기만 하다 돌아온 건지
이것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겁니다.
--과연 우리가 진짜로 죽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임사체험에서 임사란 말은 ‘거의 죽었다’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임사체험은 거의 죽는 체험이지
진짜로 죽었다 살아난 체험이 아닙니다.
우리의 죽음은 생각보다 서서히 진행됩니다.
죽음은 한 번에 딱 꺼지는 온오프 스위치라기보다
밝기를 서서히 낮추는 조명과 비슷합니다.
어떤 사람은 조명이 빨리 꺼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천천히 꺼지기도 합니다.
마침내 전기가 완전히 차단된 상태가 생물학적 사망이라면
조명이 꺼지는 동안은 임상적 사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임상적 사망은 심장이 박동을 멈추고
폐가 호흡을 멈출 때 일어납니다.
심장이 멈추면 혈액 순환이 멈춥니다.
온몸에 산소를 공급하던 적혈구가 없어져
기관과 세포의 퇴화가 시작됩니다.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우리 몸 안에는 마지막 호흡 직전에 들어와 있던
산소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산소는 4분에서 6분 동안
서서히 소진되면서 생명의 마지막 불꽃을 지킵니다.
이 시간 안에 심폐소생술을 하면 목숨을 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골든 타임을 놓치면 산소가 모두 사라져 버려
장기가 완전히 작동을 멈추고 세포가 죽습니다.
이때가 바로 진정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인
생물학적 사망입니다.
생물학적 사망이 시작되면
우리 몸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갑니다.
우리가 살아 있을 때 음식의 소화를 돕고
다른 필수 기능을 제공해 주던 수십조 마리의 몸속 세균들이
우리의 죽은 세포와 조직을 먹어 치우기 시작합니다.
세균들이 배를 불리는 동안
우리 몸은 사후 체온 하강이 시작됩니다.
처음 한 시간 동안은 체온이 2°C가 떨어지고
그 뒤로는 한 시간마다 1°C씩 떨어집니다.
컵 속에 따뜻한 물이 식는 것처럼
우리 몸도 결국 주변의 실온과 같아집니다.
식어가는 몸에서는 사후 경직이 일어납니다.
칼슘이 근육 속 단백질과 결합하면서 근육이 뻣뻣해집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부패가 진행됩니다.
이산화탄소 수치가 올라가면서 세포벽이 약해지고
약해진 세포벽이 터지면서 세포내액이 방출됩니다.
이 액체가 중력으로 인해 몸통 아래쪽에 고여 썩기 시작합니다.
암모니아와 황화합물이 포함된 가스가 발생해 악취가 나고 부패가 일어납니다.
그냥 내버려 두면 시신은 여러 달에 걸쳐 화학적으로 분해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과정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의사들은 이러한 생물학 죽음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심장이 몇 분 정도 멈춘 상태에 있는 환자를
죽었다고 할 의사는 없을 겁니다.
따라서 거의 죽은 것은 죽은 것이 아닙니다.
거의 죽은 상태에서 경험하는 것도 진짜 사후 세계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임상적 사망 상태에서 무언가를 보았다고 하는 것들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임사체험의 특징들을 한번 팩트 체크해 보겠습니다.
--임사체험의 특징, 팩트 체크
영화 탑건 매버릭에서 전투기가 초음속으로 비행할 때
화면이 터널처럼 좁아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중력가속도 때문에 조종사가 의식을 잃어가는 순간을 묘사한 장면인데요
이는 사실 과학적으로 고증을 잘한 장면입니다.
미공군의 군의관인 제임스 위너리 박사는
조종사들의 원심가속기 훈련을 지휘하면서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의식과 무의식의 희미한 경계에 머무는 동안
조종사들 중 상당수는 터널이 보이고
가끔은 그 끝에서 밝은 빛을 보기도 했다.
때로는 몸이 붕 뜨는 느낌도 받고 도취감도 느꼈다.
다시 의식이 돌아왔을 때 그들은 종종 희열, 평온함, 고요함을 느꼈다”
어쩐지 임사체험과 비슷한 현상이지 않습니까?
위너리 박사는 16년 동안 1000번 이상 반복 관찰을 하면서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혈중 산소 감소입니다.
중력가속도가 높아지면
혈액은 머리에서 흘러나와 몸통 중심으로 이동합니다.
이때 망막과 시각피질에서 산소가 손실되어
시각 가장자리가 동심원 형태로 어두워지는 터널 시각 효과가 발생합니다.
또한 뇌줄기에서 시각겉질로 가는 시각 흥분 경로가 과도하게 자극되면
밝은 불빛을 보는 감각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에서
뇌의 특정 부분이 활성화되면 몸이 붕 뜨는 느낌도 받습니다.
의식이 다시 돌아올 때에는
뇌에서 엔도르핀 세로토닌 도파민 같은 신경 전달 물질이 분비되어
조종사는 고요함과 평화로움 같은 감정을 느낍니다.
이 모든 게 임사체험의 특징과 거의 비슷하지만
영혼이 개입한 흔적은 없습니다.
단지 뇌 활동의 결과일 뿐입니다.
과학자들은 임사체험 역시
뇌 속에 산소가 빠져나가면서 겪는 심리적 현상으로 봅니다.
이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논문도 발표되었습니다.
스위스의 신경학자 올라프 블랑케는
놀랍게도 우리의 뇌 속에
유체이탈을 일으키는 특정 부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측두엽 우측 각회 부분에 전기 자극을 주었더니
환자들은 몸이 붕 뜨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극 강도를 달리하면
침대 아래부터 천정까지 유체 이탈의 크기까지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연구로 인해 유체이탈은 영혼의 분리가 아니라
뇌 활동의 결과임이 실험적으로 증명된 셈입니다.
이외에도 임사체험이 뇌 활동의 결과임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많습니다.
2010년의 연구에 따르면
뇌의 특정 부위가 손상되면
영적으로 초월감을 느낀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에 처한 뇌 속에서
다양한 화학 물질이 분비돼
전형적인 임사체험 경험을 야기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임사체험은 영적인 여행이라기보다
죽음에 이르렀을 때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뇌가 만들어 낸
환각여행에 가깝습니다.
환각여행을 마치고 의식이 돌아올 때
환자는 응급실의 소란함을 기억 속에서 재조합할 수 있습니다.
병원 관련 영화나 드라마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현대에서
응급실 상황을 묘사하기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이야기가 책이나 기사를 통해 나오면
마치 수술 과정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말하는 것처럼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다른 층의 테니스화를 보았다는 마리아의 얘기도
그런 그럴듯한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사실 이 사건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환자와 사회복지사의 말밖에 없습니다.
한 기자가 이 이야기를 확인하려 했으나
이주노동자였던 마리아는 치료를 받은 뒤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거의 죽는 체험을 한 사람은
마리아가 아니라 치료비를 받지 못한 원무과 직원들이 아니었을까요?
마지막으로
죽은 가족이나 신을 만났다는 경우 역시
환각여행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종교를 갖든 안 갖든 어릴 때부터
하늘나라와 같은 사후세계 관념들을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임사체험 이야기도 문화별로 차이가 심합니다.
예를 들어 기독교도는 예수의 모습을 보고
힌두교도는 죽음의 신 야마를 봅니다.
동양권에서는 저승사자를 보고 오고
동아프리카에서는 인생에서 자신이 바랐던 걸 보고 옵니다.
만약 이슬람교도, 힌두교도, 무신론자
이 모두가 기독교적인 천국을 보고 돌아와
예수와 삼위일체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임사체험은 사후 세계의 증거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후 세계 묘사는
개인의 삶에 따라, 자신이 속한 문화에 따라 전차 만별입니다.
우리가 아는 한
죽음은 우리의 의식이 닿을 수 없는 한계이자 완전한 끝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아는 한
우리 몸과 분리되어 영원히 살아남는 영적 물질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만약 과학적 시각으로 영혼을 설명한다면
아마 이렇게 얘기할 수는 있을 겁니다.
영혼은 한 사람을 대표하는 독특한 정보 패턴입니다.
그러한 정보 패턴은
개개인의 고유한 기억과 인성으로 형성됩니다.
우리의 기억과 인성은
뇌에서 발화하는 뉴런의 패턴과
그들과 연결된 시냅스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뉴런이 죽고 시냅스 연결이 부서지는 것은
우리의 기억과 성격의 소멸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뇌출혈, 치매, 알츠하이머와 유사하지만
그보다 절대적이며 최종적입니다.
뇌가 없으면 마음도 없습니다.
신체가 없으면 영혼도 없습니다.
영혼이 없다면 삶이 고귀하지 않다?
영혼이 없다고 말하면 삶이 고귀하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죽음 뒤에 영생을 보장해 줄 세계가 없다면
삶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학은 인생의 의미를 다 잃어버리게 하는 것일까요?
과학은 사후 세계가 없음을 일깨워 주는 빨간약이나
인생 무상을 외치는 동심파괴자 같은 것일까요?
사실 과학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직접적인 해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대신 사후 세계가 없는 삶이 어떤 건지 엿 보게는 해줄 수 있습니다.
2011년의 여론 조사를 보면
전 세계에서 사후 세계를 믿는 비중이 여전히 높은 나라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도 많습니다.
특히 북유럽 국가들처럼 사후 세계를 거의 믿지 않는 나라에서는
죽음에 대한 불안이 크지 않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사회학자 케빈 맥카프리의 연구에 따르면
스웨덴이나 덴마크 사람들은
내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하기 때문에
현세의 삶에 모든 가치를 부여한다고 합니다.
있지도 않을 사후 세계를 준비하기보다
현재 내가 속한 사회가 더 나은 곳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나와 내 가족이 소중하고
친구와 매순간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소중합니다.
그리고 나와 내 자손들이 살아갈 자연이 소중합니다.
이러한 현실 인식은
우리를 더 높은 차원의 인간애와 겸손함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비록 우리 대다수가 무명인 채로 세상을 떠난다 해도
우리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그들의 뉴런과 시냅스의
내가 저장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초월성을 획득한 셈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고귀한 영혼이며 진정한 영생이 아닐까요?
지금까지 북툰이었습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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