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년, 장거와 장순은 오환족의 수령 구력거와 난을 일으켜
유주, 기주 일대를 약탈과 노략질을 하며
약 10만 여명의 백성들이 죽게 됩니다.
조정에서는 유주를 포함한 해당 인근 지역 4개 주에
조서를 내려 병력을 동원했는데
청주에서는 평원의 유자평이
무용에 능하다는 유비를 추천하였고
유비는 관우 장비와 함께, 장거 장순을 토벌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성장기 때 어머니를 도와 짚신 장사를 하던 유비는
성인이 되어서는 장사를 그만두고 백수로 지내면서
호걸, 건달들과 어울리며 마을에서 인지도를 넓혀 갔습니다.
하지만, 재력이나 가문의 힘을 갖지 못해 기반이 약했던 유비는
관직에 천거할 생각은 아예 할 수조차 없었고
황건적의 난 때도 눈에 띄는 기회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유자평의 추천을 받고서는
자신의 가치를 세상에 알릴 수 있다는 생각에 매우 기뻐한 유비는
관우와 장비, 간옹 등을 불러 모으고
평소 가깝게 지내던 소년배들을 모집하여 수백 명의 의병대를 조직했습니다.
유비, 관우, 장비는 마을에서는 힘의 중심에 있었지만
이제는 세상에 이익이 되고자 하는 의병군으로서
본격적인 실전 전투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오환족 적군과 맞닥뜨린 유비 관우 장비는
기병들과 함께 선봉에 서서 돌진했는데
실전 전투에서는 갑자기 화살과 돌이 마구 날아오며
뭐가 뭔지도 모를 난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유비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신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혼란에 빠졌고
그러던 중, 적의 창이 유비의 다리를 찔러
그만 말에서 굴러떨어졌습니다.
관우와 장비는 유비와는 거리를 두고
오환족을 상대로 각기 집중하며 싸우느라 주변을 살필 수 없었고
유비는 바닥에 떨어진 채로 전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난전이 진정된 후, 전투의 상황은 관군이 패배하며
전장은 오환족으로 가득 찼는데
유비는 부상을 입어, 진영으로 돌아가지 못해
시체 사이에 누워 자신도 죽은 척을 하며 누워있었습니다.
전투는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고
시간은 흘러 고요한 밤이 되었습니다.
진영에서는 관우와 장비가 살아남은 군사들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유비를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이들은 아무래도 유비가 큰일을 당했다고 여겼지만
군복을 입은 채로 유비를 찾으러 나갔다가는 적에게 노출이 되니
함부로 전장으로 나아갈 수도 없었습니다.
때마침, 유비가 과거에 도와주었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한 지인이
평상복 차림으로 짐수레를 끌고 나가서 유비를 발견하여
무사히 유비를 데리고 진영으로 돌아왔습니다.
유비는 평소 마을의 호걸과 건달들 사이에서 대장을 맡으며
싸움에서도 수차례 상대를 제압해 왔지만
거리에서 주먹다짐으로 싸우는 것과
실전 전투에서의 경험은 사뭇 달랐습니다.
아무튼, 유비는 다리 부상에서 회복한 후
다시 전투에 참가하며 경험을 쌓아나갔고
장거와 장순의 난은 조정에서 모집한
여러 장군들의 활약으로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습니다.
이때의 군공으로 유비는 기주 안희현(安熹縣)의
국방과 치안을 담당하는 현위가 되었는데
현대 사회로 비교하면, 시골의 경찰서장급의 계급이었습니다.
지방을 관리하는 벼슬로 한나라 전체에서는
말단직에 불과한 자리였지만
20대 중후반의 나이를 감안한다면
출셋길이 열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유비는 의병대를 해산한 후
관우와 장비, 간옹을 비롯한 측근들만 데리고
안희현의 현위자리를 맡았습니다.
그리고, 관우에게는 마궁수, 장비는 보궁수로 임명하여
지역 내 병사들을 관리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얼마 후, 유비가 현위에 임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나라 정부에서는 군의 감찰관인 독우를 안희현으로 보냈습니다.
독우는 사람 이름이 아닌 관직의 명칭으로
군공을 세운 사람 중에 가짜 군공자를 선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때, 유비를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있는 소설 삼국지연의에서는
독우가 뇌물을 밝히며 유비를 만나주지 않자
이에 화가 난 장비가, 독우를 나무에 묶어 때리며 그를 죽이려 했는데
유비가 인품으로 장비를 말렸고, 같이 도망가는 일로 전개됩니다.
하지만, 역사 기반의 정사 삼국지에서는
이와는 사뭇 다르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독우가 안희현에 도착을 하자
유비는 혹여나, 자신이 파면될 수 있다고 겁을 먹게 됩니다.
마침, 안희현에 파견된 독우는
유비가 원래부터 알았던 사람으로서
유비는 그를 직접 만나 자신의 처지에 대해 설명하려 했습니다.
이에, 독우는 유비의 현위 자리를
지키거나 내쫓거나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
쉽사리 유비를 만나주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화가 난 유비는 병사들을 이끌고
독우가 머무는 것으로 쳐들어가, 직접 독우를 끌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인끈을 풀어 독우의 목에 걸고 나무에 묶은 뒤
백 여대를 매질해 죽이려 했는데
독우가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애걸하여 그를 풀어주고
관우 장비와 함께 안희현에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독우를 폭행한 죄로 인해 도망자 신세가 된 유비 관우 장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제2의 황건적의 난을 접하게 됩니다.
장거, 장순의 난으로 인해 각 주의 군사가 차출되자
이를 틈 타 청주와 서주에서 황건적이 다시 크게 일어났던 겁니다.
당시, 한나라의 대장군은 영제로부터 임명받은 하진으로
대장군은 새로운 황건적을 토벌하기 위해 모병에 지원하는 자에게는
어떤 죄든 모두 사면해준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이때, 유비 관우 장비 간옹 등의 무리들은
서주 하비에서 황건적을 상대로 온 힘을 다해 싸웠고
군공을 세우는 데 성공하여 독우 관련 사건을 사면받은 후
직책은 현위에서 고당현령으로 승진하게 됩니다.
유비의 이야기는 잠시 뒤로 미룬 채
이번에는 황건적 토벌에 있어, 총괄적인 책임을 맡았던
대장군 하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어보겠습니다.
하진은 형주 남양군 출신으로 원래는 백정이었는데
그의 이복누이가 환관들의 눈에 띄어
영제의 후궁으로 들어가서 황후가 되자
금세, 대장군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권력을 잡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려, 약 15년 정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하진에 대한 인생을 좀 더 들여다보면
그는 원래 백정이라는 신분이었지만
도축업을 성공해 많은 부를 끌어모은 사업가 기질의 인물이었습니다.
하진의 누이동생, 훗날 하태후가 되는 그녀는
큰 키의 미인으로 일곱 자 한 치, 약 168cm라는 장신이었는데
이는 서기 180년 전후 한나라 시대 기준으로
웬만한 남성들보다도 큰 키였습니다.
백정의 신분으로도 사업 성공으로 부자가 된 하진은
이제는 신분 상승이라는 욕심이 생겼고
십상시에게 오랫동안 뇌물을 바치며
누이동생을 궁궐에 입성시키기 위한 로비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도축업을 통해 모은 전 재산을 십상시에게 갖다 바친 하진은
무리한 로비활동으로 인해 하씨 일족이 낙양에 입성할 때는
경제적으로 빈곤한 상태에 이르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뇌물의 효과가 발생하여
십상시 중에 하진과 같은 형주 남양군 출신인
곽승과 가까운 사이가 되면서
누이동생을 입궐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진의 여동생 하씨가 처음 입궐했을 때는
영제의 후궁 중 한 명이었는데
궁중에서는 새로 들어온 후궁이 그리 탐탁지만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고대 한나라 역사에서는
외척과 환관은 계속해서 대립 구도를 이루었으며
때문에, 십상시들은 천민 출신의 하진을 무시하면서도
동시에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진은 전 재산이라는 승부수를 띄우고 들어온 궁궐이었기에
자신의 신분이 비록 비웃음을 당할지라도
어떻게든 십상시와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윽고, 1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려
동생 하씨가 영제의 총애를 받게 되면서
178년 영제는 기존의 황후 송씨를 폐하고,
180년 하씨의 신분이 후궁에서 황후로 상승하게 됩니다.
동생이 하태후가 되자, 하진은 수도의 장관인 하남윤으로 승진했는데
184년에 장각이 황건적의 난을 일으키자
영제는 자신이 가장 믿을 수 있었던 하진에게
반란군 진압의 총지휘를 담당하는 대장군 자리를 맡겼습니다.
하진이 정권을 장악하고 난 후에는
그동안 환관들로 인해 기를 펴지 못하고 있던 청류파가 살아나면서
하진은 대장군이라는 직책과 동시에
궁궐 내 사대부들과 환관들 사이의 조정자 역할도 맡았습니다.
하진은 점차 청류계 인사들 사이에서 명망을 넓혀 갔고
한나라를 손에 쥐고 흔들었던 십상시들도
하진 대장군으로 인해 점차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습니다.
오늘은 삼국지 24번째 시간으로
유비의 출정과 하진의 이야기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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