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년, 전 중산국상을 역임한 장순과 전 태산태수 장거는
삼군오환 및 선비족과 연합하여 반란을 일으켜
하북 지방의 백성들을 약탈하고 일대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이때, 장순, 장거의 무리들을 제압하고 다니는 자는
‘백마장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공손찬으로
그의 백마부대는 유주 지역에서 특수부대로 유명했습니다.
공손찬은 쉴 새 없이 반란군들을 쫓아다니며
각종 전투에서 연전연승을 이어 나갔고
반란 무리들을 토벌하고 다닌 공으로 기도위로 승진했습니다.
하지만, 그 수가 워낙에 많았던 삼군오환 무리들은
공손찬의 활약에도 세력이 줄어들 기세가 보이질 않았고
되려, 삼군오환 무리들을 맹렬히 추격했던 공손찬 부대는
요서 관자성에서 구력거에 의해 포위되었습니다.
구력거는 요서군에서 장순, 장거의 반란을 후원한 인물로
유주 뿐만 아니라, 청주, 서주, 기주 등지에도 영향을 끼치며
수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공손찬은 적을 추격하다가 너무 깊숙이 들어가는 바람에
그만, 부대의 후방과 연락이 끊켰는데
이미 상황은 구력거가 이끄는 대군에 고립되어
성에서 겨우 버티고 있었지만, 빠져나갈 재간이 없었습니다.
공손찬의 부대는 6개월이 지나도록
성안에서 나오질 못해 식량이 바닥나
결국 군마를 잡아먹었고, 이제는 굶어 죽을 판이었습니다.
공손찬은 부하들을 불러 모아
“이제 살아남은 방법은 뿔뿔이 흩어져 도망가는 수밖에 없다.
적의 눈을 분산시켜, 각자가 알아서 사는 거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때 공손찬은 겨우 도망치며 구력거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부하들의 대다수를 잃었고
반년이나 성안에서 공포에 떨어야 했던 그는
오환족이라면 치가 떨릴 정도로 증오하게 됩니다.
그 후로, 부하들을 잃은 복수심에 사로잡힌 공손찬은
오환족이 가까이 왔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적들과의 교전에서 분노를 내뿜으며 전투에 임했습니다.
이 때문에 오환족 내부에서도 공손찬의 소문이 퍼져
백마장사 공손찬을 만나면 무조건 피하라고
병사들에게 주의를 당부할 정도였습니다.
한편, 장순 장거의 난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조정에서는 오환족에 대한 강압적인 방법보다
회유책을 활용할 수 있는 인물을 유주의 목으로 임명했습니다.
공손찬이 구력거로부터 겨우 탈출하여
죽은 부하들에 대한 원한이 쌓일 때쯤
189년 3월에 유주목으로 유우가 공손찬의 상사로 임명되었고
앞으로의 오환족에 관한 대응 방식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유우는 한나라의 다른 유씨들처럼 황실의 피를 이어받았는데
아버지 유서가 황제와 촌수는 멀었기 때문에
젊은 시절에는 현의 하급관리로 일했습니다.
하지만, 유우는 학식이 빼어나고 행동이 청렴하여
젊은 시절부터 주변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았으며
나라에서도 인정을 받아, 아버지보다 빠른 성취로
여러 차례의 승진을 거듭하여 유주 자사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명성과 지위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높이지 않고 항상 겸손하며
부귀영화를 누리지 않는 태도를 유지하여
영내의 백성들뿐만 아니라,
심지어 한나라 밖의 다른 민족들에게까지 유우의 소문은 자자했습니다.
유주자사로서의 통치를 할 때는 덕치로 사람들을 감동시켜
선비, 오환, 예맥 등의 민족들 중에서 일부 무리는
자발적으로 유우에게 조공을 바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5년 전 황건적의 난이 일어났을 때, 많은 장수들이 난을 진압하였지만
나라 곳곳이 황폐화 되어, 이를 수습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하지만, 당시 유우가 임명되었던 감릉에서는
백성들의 만족도가 높아, 금세 안정을 찾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189년. 이번에는 유주의
오환족과의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유주 자사로 임명받았는데
유우는 도착하자마자, 반란을 일으킨 자들의 죄를 책망했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 주모자만 잡아내자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그는 선비족에게는 사자를 보내
이익과 해로움에 대한 설명을 알리고
오환족에게는 장거, 장순의 목을 보내면 후하게 포상해 줄 테니
평화롭게 이 상황을 해결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부하들의 철천지원수를 갚아나갔던 공손찬은
이러한 유우의 대화방식에 절대로 납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공손찬은 선비와 오환에 대해 끝까지 해보자라는 강경책을 고수했고
그중에서도 오환의 한 무리였던
삼군오환족은 완전히 멸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아울러, 이제까지 북방민족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지역을
자신의 손으로 일일이 평정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유우라는 상사가 나타나서, 유화책으로 화의를 맺고자 하니
자신의 뜻과 너무 맞지 않아서 유우를 미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유우가 오환족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자
공손찬은 귀순을 청해오는 오환의 사신을 붙잡아
몰래 죽이는 계획을 세우며
전쟁을 계속 이어가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환의 사자는 이러한 상황을 눈치채고
샛길을 통해 유우에게 가서
자신들은 유우의 뜻을 기쁘게 받아들인다고 답했습니다.
구력거와 오환족은 유우의 부임 소식을 환영하였고
유우의 요청에 따라 장거와 장순을 잡아들이는 데 힘써
장거는 도망을 쳤고, 장순은 오환족 내부에서 처형하여
머리를 유우에게 바쳤습니다.
유우는 북방 민족에게 화친의 뜻을 더욱 확실하게 보이기 위해
유주에 배치되어 있던 대부분의 둔병을 해산시켰고
항로 교위 공손찬에게는 보병과 기병
1만명만 데리고 주둔하도록 명했습니다.
여러 곳의 주둔병을 해체하고
1만 명만 데리고 우북평으로 가서 대기하라는 명령은
공손찬에게 사실상 더 이상 싸우지 말고
기본적인 병력으로 구색만 갖추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때부터 공손찬은 유우와의 불화가 이어지게 되는데
표면적인 이유에서는 공손찬의 강경책과
유우의 유화책이라는 모습으로 보이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실질적인 이유도 담겨 있었습니다.
유우가 부임했던 유주는 한나라의 변경으로
국경지대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었는데
이곳은 군사적 중요성에 비해
거주 인구가 매우 적은 곳이었습니다.
농경 사회에서 인구가 적다는 것은 경제력 부분에서도 취약했고
거두는 세금에서도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부족한 상황으로
다수의 군대를 지속하는 데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평소 중앙 정부에서는
청주와 기주의 예산을 빼서
유주의 재정 적자를 메꾸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유주 자사로 새롭게 임명된 유우는
지출이 많은 상황을 타개하고자
유화책으로 북방민족의 공격성을 잠재우고
최소의 군대만으로 군사예산을 아끼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남는 예산으로는 주민들의 안정화와
철광, 소금정 재취, 북방민족과의 교역에 투자하여
산업 개발과 복지, 무역 발전을 통해
앞으로 유주의 가치를 높이고자 계산했던 겁니다.
하지만, 공손찬은 유우의 이러한 계획을 탁상공론이라 여기며
일선에서 직접 북방민족과 마주한다면
그들의 흉폭함에 있어, 군비 증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공손찬은 유우와의 좁혀지지 않는 생각차로 인해
이제는 자신의 개인적인 힘을 키워가기로 마음먹게 됩니다.
공손찬은 여러 이익을 취하는 방식을 채택하며
개인의 사적 군벌을 형성하는 데 힘쓰기 시작했습니다.
공손찬이 유우에게 쌓인 원한은 훗날로도 이어지는데
영제 사후, 반동탁 연합군 시절
연합군에서 새로운 황제로 명망높은 유우를 추대할 때
공손찬은 이에 적극적으로 반대했습니다.
그렇게 사이가 점점 더 나빠진 둘의 사이는
좀 더 세월이 지나서 갈등이 심화하여 갔습니다.
공손찬은 또한 원소와의 불화로 인해,
끊임없이 군사를 이끌고 원소의 성을 공격했는데
유우는 이러한 공손찬의 행동을 오만하게 여겼습니다.
유우는 공손찬의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공손찬의 녹봉을 줄였고, 이에 대노한 공손찬은
물리력을 행사하며 유우에 저항하게 됩니다.
둘의 마찰로 인해 조정에서는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줘야 할지 중재를 못하였고
결국, 유우는 10만 대군을 이끌고
공손찬을 공격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오늘은 삼국지 25번째 시간으로
공손찬과 유우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 무렵 조조의 행보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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