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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박한과학] 자기 자신마저 완벽하게 속이는 뇌의 놀라운 특성|뇌 이야기

Buddhastudy 2025. 2. 3. 20:21

 

 

우리는 심장을 이식받았다고 해서

기증자의 생각과 영혼이

몸 안에 들어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뇌의 경우는 문제가 복잡해진다.

 

신경과학자이자 <뇌 이야기>라는 책의 저자인 딤버넷에 의하면

뇌는 기억을 바탕으로

우리의 생각을 실시간으로 이끌며

의사결정을 내리는 활동을 하기 때문에

뇌 이식을 연구하는 것만으로도 윤리적 논쟁에 휘말린다.

 

우리가 이런 고민을 하는 이유는

뇌 속에는 한 인간의 역사와 현재를 담은 기억이 저장되어 있으며

뇌는 바로 이 기억을 바탕으로

우리의 생각을 실시간으로 이끌며

의사결정을 내리는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 문제가 발생한다.

뇌가 경험하고 생각하는 방식과 우리가 경험하고 생각하는 방식이

꼭 일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억이라는 것은

기록된 정보나 사건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욕구에 맞춰 뇌가 해석하는 대로 변형되고 수정된 것이다.

 

뇌과학 분야에서 절대 불변의 사실이란 없다.

현재는 옳다고 믿는 사실이

몇 달 후에는 새로운 연구나 실험에 의해 반박당할 수 있다.

그만큼 뇌는 이해하기 어렵고, 무계획적이다.

 

과연 뇌는 어떻게 우리를 완벽하게 속일까?

오늘은 복잡하고 제멋대로인 뇌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시켜 주는 최신 뇌과학책

<뇌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1분 전 일을 깜빡하는 이유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방으로 무얼 가지러 가는 도중

문득 무엇을 가지고 가려고 했었는지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았던 경우는 없었는가?

 

이러한 증상은

우리 뇌가 기억을 처리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복잡해서 발생하는 이상 현상 중 하나다.

인간의 기억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괴리는

단기기억과 장기기억 간의 차이에서 온다.

 

단기기억은 기껏해야 1분 정도 지속될 뿐이다.

장기기억은 그 사람이 살아있는 내내 남아 있을 수 있다.

 

정보를 실제로 의식적으로 이용하는 일은 단기기억에서 처리한다.

현재 생각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사고할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이 단기기억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단기기억의 목적이기도 하다.

 

장기기억은 방대한 정보를 제공해 인간의 사고를 돕는다.

하지만 이때 생각을 하는 주체는 단기기억이다.

 

단기기억력의 용량은 매우 작다.

현재 연구 결과에 의하면

평균 단기기억력은

한 번에 최대 4개의 아이템까지만 가능하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단어 목록을 주고 외워보라고 하면

그중 4개만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기기억력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기억할 정보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단기기억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외워야 할 단어가 5개 있다면

이를 하나의 문장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단기기억은 이처럼 아주 제한적일까?

그 이유 중 하나는 단기기억은 계속해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깨어 있는 매순간마다 경험하고 생각하는데

단기기억은 안전성과 질서를 요구하는 장기기억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단기기억 시스템에도 종종 오류가 발생한다.

정보를 제대로 처리하기도 전에 중요한 내용이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생각을 담당하는 단기기억력이

이 정도 용량밖에 안 된다면

우리는 대체 어떻게 하루 종일

그 많은 일들을 다 처리하고 있는 것일까?

 

다행히 단기기억은 장기기억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 덕분에 단기기억의 부담이 많이 줄어든다.

 

정보가 장기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중요한 전화번호와 같은 정보를 의식 상태에서 계속 되새기면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남는다.

단기기억은 순간의 짧은 활동으로 일어나는 반면,

장기기억은 시냅스를 통해

뉴런과 뉴런 사이에, 새로운 연결고리가 생김으로써 이루어지는데

이는 외우고자 하는 특정 내용을

계속해서 반복함으로써 더 강화된다.

 

시냅스는 실제 정보가 뇌에 보관되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특정 위치의 시냅스들이 특정한 형태의 그룹을 만들고 있다면

이는 기억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기억은 이 시냅스들이 활성화될 때 발생한다.

다시 말해 시냅스 그룹은

특정 기억을 나타내는 물리적인 형태다.

 

종이 위의 잉크가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언어의 단어처럼 보이듯이

특정 시냅스가 활성화되면 뇌는 이를 기억으로 해석한다.

이렇게 여러 시냅스들을 형성하며

새로운 장기기억을 만드는 과정을 [인코딩]이라고 한다.

 

인코딩은 뇌에서 꽤 빠른 속도로 처리되지만

즉각적이지는 않다.

따라서 단기기억은 영구적이지는 않지만

이보다 더 빠른 활동을 통해서 정보를 저장한다.

 

이때 단기기억은 새로운 시냅스를 형성하지 않고

다목적의 시냅스 다발을 작동시킨다.

그러므로 단기기억 속의 정보를 계속 되풀이하는 것은

이 정보를 오랫동안 활동하게 만들어서

장기기억으로 인코딩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뇌가 기억을 뜯어고치는 이유

 

여러분은 회사 면접 때

자신이 실제보다 더 잘했다고 기억할지 모른다.

하지만 면접 때 했던 어떤 행동을 안 했었더라면

취업을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사실은 기억하지 못한다.

 

즉 뇌는 다른 현실을 만들어낼 만큼 강력하지 않다.

단순히 과거의 기억을 수정할 뿐이며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일들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우리의 모든 기억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관점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판단을 내릴 때 사용하는 관점과 해석은

온전히 우리 자신의 것이다.

따라서 기억은 옳지 않을 때보다 옳은 경우를 더 우선시하게 되며

완벽하게 올바른 결정이 아니더라도

기억 속에서 우리가 내린 판단을 더 보호하고 강화시키게 된다.

 

수많은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람들은 최근보다는

수년 전 자신이 했던 행동에 대해

더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최근의 행동은

지금 자신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최근의 행동을 비판한다는 것은

자아비판과 다름없으므로

이를 억누르거나 못 본 척하는 것이다.

 

뇌는 자아의 비위를 맞추고자

기억을 정기적으로 뜯어 고친다.

뿐만 아니라 뇌는 기억에 저장된 정보를 근거로

패턴이나 특정 성향을 인식한다.

즉 우리의 경험이 사고 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성장기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이

우리가 믿고 인정하는 부모님으로부터 들은 것이다.

따라서 만약 부모님이 미신을 믿는다면

자녀 역시 이를 똑같이 믿을 확률이 높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고체계는

우리 마음속 깊이 자리를 잡으며, 성인이 되어서까지 이어진다.

 

가끔 영화나 책에 대한 인상이나 경험이

오랫동안 남아

마음을 어지럽힐 때가 있을 것이다.

 

이는 기억이 머릿속에 박혀서

계속 상기되고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즉 어떤 경험에 대해

뇌가 더 많은 통제력을 가질수록

그 사건에 대한 두려움은 줄어든다.

 

이런 이유 때문에

때로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결말로 끝나는 이야기가

실제로 매우 끔찍한 장면을 담은 영상물보다

더 큰 공포심을 일으키기도 한다.

 

사실 인간의 뇌는

실제 위험과 가짜 위험을 완벽히 구별해 낸다.

따라서 진짜 공포를 느끼게 하려면

불안한 일이 실제로 일어날 듯한 가능성을 심어주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비난이 칭찬보다 더 힘이 세다.

특히 새로 산 옷을 입었을 때

이를 칭찬해 주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칭찬을 하기 전에 머뭇거렸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결국 그 사람의 마음에 남아 기분을 상하게 만든다.

 

이건 무슨 현상일까?

뇌에는 일반적으로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비난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코르티솔의 작용 때문이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이는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의 여러 목표 중 가장 분명한 목표는 [자기 보호].

따라서 계속 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이 목표를 방해하는 일이 생겨, 살아가는 것을 막는다면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킨다.

 

인간은 복잡한 동물이며

이 때문에 타인의 생각이나 반응에 상당히 의존한다.

비난, 모욕, 거절 등은 특히 공개적으로 발생할 경우

우리의 자존감을 공격하고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우리 목표를 방해한다.

 

칭찬을 받을 때 나오는 화학 반응은

5분 안에 혈류로부터 사라지지만

비난을 받을 때 나오는 코르티솔은 2시간까지도 지속된다.

 

 

--틀린 사실을 맞다고 우기는 이유

 

가장 짜증나는 일 중 하나는

상대방이 틀렸다는 사실을 내가 잘 알고 있고

증거나 사실을 들이댈 수도 있는데

상대방이 자신이 맞는다고 우겨대는 일이다.

 

이를 [가면 증후군]이라는 심리적 증상과 비교해 보면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자신의 성과에 대한 실제 증거가 있는데도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항상 저평가한다.

 

똑똑한 사람들의 가면 증후군과

덜 똑똑한 사람들의 비논리적인 자부심

이 두 가지 특성은

쓸모없는 방향으로 서로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의 여론 역시

이로 인해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

백신이나 기후, 온난화와 같은 중요한 문제들은

전문가들의 차분한 논리보다는

제대로 된 지식도 없으면서 목소리만 큰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는 모두 뇌의 몇몇 기이한 특성 때문에 일어난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정보를 얻으며

자기 자신의 관점, 견해, 자부심을 고수한다.

자부심이 강할수록 이들의 주장이 더 그럴듯해 보이며

남들도 이를 더 믿는 경향이 있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견해에 확신이 없을 확률이 더 높은데

똑똑한 사람들의 자신감이 더 낮은 이유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지적인 신념을 가진 사람에 대해

적개심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듯 반지성주의적 태도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우리 뇌의 자기중심적인 편향과

위험 요인을 두려워하는 성향이 결합하여

나타나는 태도일 수 있다.

 

말하자면 사람들은 자신보다 더 똑똑한 사람은

위험 요인으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똑똑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두 허풍 떠는 바보라는 뜻은 아니다.

똑똑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생각이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겸손한 태도를 갖춘 경우도 많다.

 

뇌는 우리 자신이 겪은 경험의 토대에서만 사고하며

우리는 모든 사람들은 나와 같다는 기본 전제를 깔고 있다.

 

또한 지능은

뇌의 특정 영역이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부분에서 함께 작용하는 것이며

이들은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다.

 

똑똑한 사람들의 경우

이러한 연결고리가 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보다 적은 활동으로도 일을 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를 통해 좀 더 똑똑해지는 방법은 없을까?

교육과 학습은 분명 그 방법 중 하나다.

더 많은 사실, 정보, 개념에

자신을 적극적으로 노출시키면

우리가 기억하는 모든 것이 결정적 지능을 크게 향상시킨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아기가 사실 못생겼는데도

못 생겼다말하지 않고

귀엽다고 말한다.

이런 행동은 타인이 자신을 좋게 생각하게 만든다.

 

이처럼 사회적 행동을 통해

남들이 자신에 대해 가지는 인상을 관리하려는 성향을

[인상관리]라고 부른다.

 

우리는 신경학적으로 타인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뇌는 남들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 작동한다.

만약 상대의 부탁을 거절한다면

그는 자신의 우월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때 상대가 대신 작은 부탁을 한다면

그것은 상대가 순종적인 입장을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때 작은 부탁을 들어주면

여러분이 여전히 우위에 있으며

상대가 좋아하는 대상이라는 뜻이 된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했는데

상대방이 다시 좀 더 작은 부탁을 한다고 하자.

이때 여러분은 상대방이 당신을 배려한다고 생각하고

이들에게 과도하게 친절해진다.

 

이전보다 좀 더 작은 요구를 하면

뇌가 이를 호의로 해석할 만큼 뇌는 멍청하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우리 뇌는

남들이 우리를 좋아하길 바라며

남들보다 우월하고, 또 일관적이기를 원한다.

 

이런 성향 탓에 뇌는

돈을 노리는 사기꾼들에게 우리를 이용당하기 쉽게 만든다.

인간의 뇌는

관계를 맺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마저 속이는 뇌의 진정한 특성을 알고 싶은가?

 

<뇌 이야기>라는 책과 함께한다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기억 시스템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