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안에서 이루어진
이러한 승리를 경축합니다.
이제 그분들의 이름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의 이름 옆에
나란히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 순교자들은
모두 그리스도를 위하여 살고, 그리스도를 위하여 죽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환희와 영광 속에서 그리스도의 다스림에 함께 참여합니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현재 103위 성인과 124위 복자를 모시고 있습니다.
103위 성인은
1984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집전으로 시성됐으며
124위 복자는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집전으로 시복됐습니다.
또 땀의 순교자라고 불리는 한국교회의 두 번째 사제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시복은
마지막 기적 심사 절차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한국교회는
현재 하느님의 종,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하느님의 종,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2
하느님의 종, 신상원 보니파시오 아빠스와 동료 37위의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는
조선왕조 치하에서
신앙을 위해 죽임을 당한 순교자들입니다.
한국교회 초기 공동체에서 주요 역할을 하다가
1785년에 순교한 이벽 요한 세례자를 비롯해
권일신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권철신 암브로시오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1879년까지의 순교자들입니다.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는
근현대 신앙의 증인들입니다.
1901년 제주교난 순교자들과
한국전쟁 직후 공산당의 박해로 죽임을 당한 순교자들입니다.
20명의 외국인 선교사제와
3명의 외국인 수녀가 포함돼 있습니다.
하느님의 종,
신상원 보니파시오 아빠스와 동료 37위는
성 베네딕토의 덕원자치수도원고와
함흥대목구 지역에서 사목을 펼치다
한국전쟁 전후로 북한 공산정권에 의해 순교한 분들입니다.
이처럼 한국교회의 순교 신앙은
제2의 박해기라고 부르는 한국전쟁 시기에 다시 한번 불타올랐으며
우리 안에 깊게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자비한 폭력과 살인이 행해지던 전쟁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분들이 보여준 선택과 행동은
오늘날 우리에게 큰 가르침과 모범으로 남아 있습니다.
--
우리가 순교자들을 기억하고 공경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분들이 모범으로
그리스도인이 가야 할 길을 안내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순교 성인들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그리스도교 신앙을 뿌리내리게 하셨습니다.
예수그리스도를 만난 우리의 선조들은
예수님께 마음을 열고 복음의 진리를 발견하셨습니다.
당대의 엄격한 신분 사회 구조와 맞서
형제적 나눔의 삶을 선택하셨습니다.
또 모진 박해 속에서 인간적인 모멸감과 수치심을 견디며
극도의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을 향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죽기까지 하느님을 믿고 바라고 사랑했습니다.
사실 오늘날에는
박해 시대의 신앙 선조들처럼
피해 순교를 요구하는 박해는 더 이상 없습니다.
그렇지만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 쾌락주의의 거센 물결은
우리에게 또 다른 순교를 요구합니다.
가정과 교회, 사회 안에서
복음적 삶에 충실히 응답하기 위해
매 순간 순교자적 용기와 결단이 필요합니다.
또한 주님께서는
저마다 자기 길에서 성덕의 소명으로 이끌고 계십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무한한 사랑으로 자녀를 키우는 부모
가정을 부양하고자 열심히 일하는 남자와 여자
한시도 미소를 잃지 않는 노수도자처럼
한결같이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에게서
곧 우리 옆집 이웃 안에서 성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순교자들이 보여준 성덕의 표양은
우리가 도달할 수 없는 것이 아닌
하느님의 생명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전달하는
다양한 증언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순교자들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죽기까지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삶을
현대의 또 다른 모습으로 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온전히 믿고 따르는 것
그것은 하늘나라에 계신 우리의 순교자들이
지금 우리에게 애타게 바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한국의 순교자들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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