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구두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
내가 걸어 다닌 수많은 장소를
그는 알고 있겠지
내가 만나 본 수많은 이들의 모습도
아마 기억하고 있겠지
나의 말과 행동을 지켜보던 그는
내가 쓴 시간의 증인
비스듬히 닳아 버린 뒤축처럼
고르지 못해 부끄럽던 나의 날들도
그는 알고 있겠지
언제나 편안하고 참을성 많던
한 켤레의 낡은 구두
이제는 더 신을 수 없게 되었어도
선뜻 내다 버릴 수가 없다
몇 년 동안 나와 함께 다니며
슬픔에도 기쁨에도 정들었던 친구
묵묵히 나의 삶을 받쳐 준
고마운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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