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과 일본 국제연구팀은
우주의 성간 공간보다도
30억 배 이상 차가운 물질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을 했으며
이를 Nature Physics 저널에 발표했습니다.
온도란 무엇일까요?
열에너지라고 불리는 에너지는
어떻게 보면 운동 에너지에 가깝습니다.
열이라는 것은
결국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서로가 영향을 주는 상호작용의 결과이기 때문이죠.
어떠한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빠르게 움직일수록
온도가 올라가게 됩니다.
추상적으로 우리가 뜨겁게 사랑했다는 표현을 쓰는데
어찌 보면 이것도 맞는 말입니다.
남녀가 서로 사랑을 하면
여러 위치에서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온도라는 것은
최대 온도와 최소 온도가 존재합니다.
-최대 온도는 분자들의 움직임이 빛의 속도에 가까운 온도일 것이고,
-최소 온도는 아무런 상대의 움직임이 없는 상태겠죠.
한마디로 물질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태가
열에너지가 없는 상태,
일명 절대영도인 것입니다.
그런데 물질은 절대영도에 가까워질수록 이상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절대영도에 가까워질수록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음직한 양자역학적인 효과가 강해지는데
초전도 현상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이죠.
전기 저항이 제로가 되는 초전도 현상은
관측하지 않을 때
전자가 두 개의 슬릿을 동시에 통과하는 양자역학적 효과와
매우 관련이 있습니다.
물론 현존하는 초전도가 완벽하지 않기에
아주 조금씩 저항으로 열이 발생하고
그 열이 초전도성을 없애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온도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에너지가 투입이 되지만
이론적으로 완벽한 절대영도를 만들 수가 있다면
양자역학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일이 거시적인 규모로도 발생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추운 우주의 성간 공간도
1k이 넘는 수준의 온도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해왔습니다.
지금까지는 말이죠.
얼마 전 미국과 일본 국제연구팀은
우주의 성간 공간보다도
30억 배 이상 차가운 물질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을 했으며
이를 Nature Physics 저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강력한 레이저를 통해서 란타넘족에 속하는 히토류 중의 하나인
이터븀의 미세 움직임을 거의 0로 만들었으며,
측정된 이터븀의 온도는
무려 절대영도의 10억분의 1, 즉 0.0000001K이었습니다.
열에너지가 제로에 가까운 우주의 선관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보통 2~3K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우주의 선관 공간보다도 30억 배나 차가운 온도인 것이죠.
이게 얼마나 낮은 온도냐면
연구 저자인 요시로 타카시에 따르면
이 온도는 우주에 우리보다 발달한 외계문명이 존재하지 않는 한
우주에서 가장 차가운 온도임이 분명하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물질은
단순히 우주에서 가장 차가운 물질을 넘어서
매우 기묘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이터븀 분자는 분명히 거시적인 물체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미시 세계에서 양자결맞음이 일어나는 것과 비슷한
물리적인 현상들을 보이는데요.
마치 이터븀 원자들 전체가 양자얽힘이 일어난 것과 같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만 10억분의 1K이라는 어마어마한 온도는
우리가 관측하는 것 자체가 온도를 상승시키기 때문에
이중슬릿 실험처럼 이러한 현상들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었지만
연구팀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고안해서
절대영도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 더 실험을 해볼 계획입니다.
이론적으로 절대 용도로 구성된 물질 전체가
양자얽힘 상태가 될 수가 있으며
이를 활용해서 양자컴퓨터의 핵심 기술로도 발전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이 연구가 더 의미가 있는 건
우주가 결국에는 어떻게 될지를 추측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우주는 빅뱅 시점에 무한히 작은 점에 압축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빅뱅 직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우리는 입자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충돌시켜서
순간적으로 우주에서 가장 뜨거운 온도를 만들어 냅니다.
반대로 우주에서 가장 차가운 온도를 만들어 내는 연구를 하는 것은
무한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에
우주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를 추측할 수가 있게 하는 것이죠.
분명한 건 온도가 10억분의 1K까지 내려가자
양자역학적인 효과가 훨씬 더 강해졌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우주가 지금처럼 팽창을 계속하게 된다면
인간의 머리로는 상상하기 힘든 무한대의 시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
거의 완벽한 절대영도가 될 거라는 것입니다.
또한 그때쯤이면
우주의 모든 물질은 진공에 가깝게 고르게 분포가 되어 있어서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상태가 되겠죠.
이렇게 되면 양자역학 효과로
우주의 모든 물질은
입자가 아닌 파동으로만 존재하는 상태일 것입니다.
여기에다가 최첨단 물리학의 가설들을 융합하면
놀라운 사실을 알 수가 있는데
거의 무한한 시간이 흐른 후의 우주는
빅뱅이 일어나기 전의 우주와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아니 대체 무한한 시간이 흐른 후에 우주가
왜 빅뱅이 일어나기 전의 우주와 동일하다는 거냐?라고 생각할 수가 있는데
우주에는 크기나 속도들을 정의하는 상대적인 개념만이 존재합니다.
어떠한 물체가 우리로부터 광속의 50%의 속도로 멀어진다면
우리가 광속의 50%의 속도로 멀어지는 건지
아니면 그 물체가 50%의 속도로 우리로부터 멀어지는 건지
알 수가 있는 개념은 존재하지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크기를 정의하는 것 또한
우주에서 가장 작은 크기인 플랑크 길이를 기준으로
플랑크 길이의 몇 배인지
혹은 우주의 크기에 비해서 몇 배나 작은지 같은
상대적인 개념만으로 정의가 가능합니다.
만약에 무한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고
우주의 크기가 무한에 가까워지고
온도도 절대영도가 되고
이에 의한 양자역학적인 효과로 모든 물질이
입자가 아닌 파동 형태로만 존재한다면
우주라는 시스템은
우주의 크기를 정의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됩니다.
사실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연산량이 0인 상태가 되는 것이고,
이 무한히 크고 아무런 변화량이 없는 우주는
무한히 작고 무한히 균일한 우주와
수학적으로는 완전히 동일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무한히 작고, 무한히 균일한 우주는
물리학자들이 예상하는 빅뱅상태일 때의 우주입니다.
즉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무한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에 우주는
빅뱅과 같은 상태가 되어
다시 빅뱅이 일어나 새로운 우주로 태어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절대영도에서 양자역학 효과가 강해질 것이라는 예측은
기존의 물리학자들이 예측했던 것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10억분의 1K이라는 경이로운 온도를 달성하면서
이를 실험적으로 증명할 수가 있게 된 것이고
그 결과 수학적으로 무한한 시간이 흐른 우주의 상태가
빅뱅 시점의 우주와 동일하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저는 이러한 연구들을 볼 때마다
빅뱅이 왜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무한대의 시간이 흐른 후의 우주는 어떨지
몇 시간씩 생각을 하고는 하는데,
저만 이러는 건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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