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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툰] 화성도시에서는 어떤 에너지를 써야할까?

Buddhastudy 2022. 3. 9. 19:26

 

 

 

영화 <마션>에서 마크 와트니는 우주 버전의 로빈슨 크루소를 보여줍니다.

식물학자이자 기계공학자인 경력을 이용해

식량과 물, 산소를 만들고 기지를 보수하며 화성에서 18개월 동안 살아남습니다.

외로움을 달래줄 프라이데이는 없지만 긍정적인 성격과 MP3가 있습니다.

 

와트니의 <화성생존기>를 보고 있자면

정말로 인류가 화성에서 장기체류하는 것도 가능하겠다 싶습니다.

물론 화성에 도시를 세우고 인류가 집단으로 거주하는 일은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기술, 비용, 사회, 정치적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최근 화성 탐사에 대한 경쟁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걸 보면

어쩌면 화성 도시가 까마득히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겠다 생각이 듭니다.

 

그런 분위기를 이끄는 인물은 단연 일론 머스크입니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화성 도시에 대해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왔습니다.

 

지난 1월에도 2050년까지 100만 명이 거주할 화성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머스크의 야심찬 계획이 실현되려면

의식주, 수송, 통신 외에 또 한 가지 필수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에너지입니다.

 

수만 세대 규모의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선 막대한 전력이 필요합니다.

머스크는 화성 도시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원자로를 뽑았습니다.

 

원자로 건설에 필요한 설비와 우라늄을 지구에서 지속적으로 공급 받는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원자로는 화성 도시에 적합한 에너지원은 아닐 수 있습니다.

원자로의 평균수명이 60년이고 조달 비용도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입니다.

 

2011년에 발사된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 호도

나사가 비싸게 구입한 5kg의 플루토늄 덩어리로 작동됩니다.

 

화성 도시가 건설된다면 완전한 자립형 도시로 계획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 원인으로 인해 모행성으로부터 자원 조달이 끊길 수 있으며

혹시 모를 재난에 대비한 보험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화성 도시의 주에너지원은

화성에서 구할 수 있는 자원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문제는 화성에 그런 에너지원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화성에는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화석 연료가 없습니다.

화력발전은 불가능합니다.

강도 바다도 없어서 수력발전 역시 불가능합니다.

지열을 이용할 만한 지질 활동이 별로 없습니다.

풍력. 화성에는 공기가 너무 옅어서 바람이 거의 불지 않습니다.

풍력 발전도 힘듭니다.

 

그나마 고려할 만한 에너지는 역시 태양력입니다.

마크 와트니의 <화성 기지>도 태양력을 전력원으로 씁니다.

소설 원작에서는 90평방미터의 기지를 돌리기 위해 200평방미터의 태양판이 설치된 것으로 나옵니다.

 

실제로 화성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태양판 시설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화성은 태양과 거리가 멀어서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가 지구의 약 40%밖에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태양력은 도시 건설 초기에 임시로 쓰이거나 보조 전력원으로 쓰일 수는 있겠지만

주전력원으로는 알맞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화성에는 자체 공급 가능한 고효율의 에너지 자원이 없는 걸까요?

문제에 직면했을 때 때론 황당한 아이디어가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2021년에 발사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는 6.5m나 되는 거대한 거울이 있는데

이 거울을 접는 문제도 종이접기 전문가를 모셔보자는 다소 황당한 아이디어로 해결되었습니다.

 

화성 도시와 같이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라면

더욱 황당한 아이디어도 얼마든지 모셔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과학 웹툰작가 랜들 먼로는

모든 일에 아무 쓸데없는 질문을 던지고

황당한 해결책을 내놓는 걸로 유명합니다.

 

랜들 먼로에게 화성 도시에 전기를 공급하는 일쯤은 문제도 아닙니다.

그가 제시하는 에너지 자원은 땅이 아닌 하늘에 있습니다.

 

 

화성에는 포보스와 데이모스라는 두 개의 달이 있습니다.

둘 다 소행성급의 작은 위성입니다.

 

그중에 포보스는 지구의 달보다 150배 이상 작지만

화성에 아주 근접해서 공전하기 때문에

화성 표면에서 보는 포보스는 지구의 달보다 3분의 1 정도 크기입니다.

 

그리고 포보스는 지구의 달보다 훨씬 빠릅니다.

포보스의 공전 주기가 화성의 자전 주기보다 짧기 때문입니다.

포보스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4시간 15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화성에는 막대한 운동에너지를 가진 자원이

하늘 위로 날아다니고 있는 셈입니다.

그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꿀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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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랜들 먼로의 황당한 상상이 시작됩니다.

먼저 포보스에 긴 줄을 매달아 늘어뜨립니다.

줄의 길이는 고작 5,800km면 됩니다.

 

그러면 줄의 끝이 화성 지표면에서 약 200m 위에 떠서 비행하게 됩니다.

비행 속도는 초속 530m가 나옵니다.

시속으로는 1,900km, KTX6배 이상의 빠른 속도입니다.

 

이제 줄 끝에 풍차를 만들어 붙입니다.

.

 

그렇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는 화성에 나는 풍력발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1) 전력 생산량

포보스 풍력발전기에 대해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초속 530m는 지구에서 음속의 약 1.5 배입니다.

그런데 화성의 대기는 대부분 이산화탄소이기 때문에

소리의 속도가 지구보다 느립니다.

그래서 초속 530m는 화성 음속의 2.3배에 해당합니다.

 

마하2.3으로 지나가는 공기는 1제곱미터당 150와트의 에너지를 운반할 수 있습니다.

풍차의 길이가 20m라면 50메가와트의 전기가 생산됩니다.

50메가와트는 대략 1년 동안 10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입니다.

 

2) 전력 송전 방법

풍차에서 생산된 전기는 마이크로파로 전환해서 보내면 됩니다.

실제로 마이크로파 송전기술은 현재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입니다.

송전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 인체 유해 문제 등이 걸림돌이지만

화성 도시가 건설될 즈음이면 충분히 해결될 문제들이라고 봅니다.

아니면 재충전용 배터리를 지표면으로 떨어뜨리는 방법은 어떨까요?

 

3) 풍차의 디자인

포보스 풍차의 디자인은 초음속 비행기용 풍력 터빈을 참고하면 됩니다.

이런 터빈은 엔진이 작동을 갑자기 멈췄을 때 비행기의 시스템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임시 장치로 고안된 것입니다.

 

4) 줄의 길이

고작이라고 했지만 사실 5,800km는 굉장히 긴 줄입니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의 63%에 해당할 정도니까요.

그래도 러시아 사람들이 100년 전에 선로를 이어 붙여서 만든 줄이니

다시 만들기에 아주 불가능한 길이는 아닐 겁니다.

 

5) 줄의 무게

문제는 줄의 길이가 아니라 무게와 저항입니다.

최소한 수천 톤에 달하는 무게와 그에 따른 저항은 포보스의 운동량을 조금씩 빼앗는 결과를 낳습니다.

 

다시 말해 포보스의 궤도가 미세하게 점점 낮아진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낮아지는 궤도에 맞춰 줄의 길이도 점점 짧아지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궤도가 낮아지면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깁니다.

궤도가 낮으면 공전 속도가 빨라집니다.

공전 속도가 빨라지면 줄도 더 빠르게 움직이고

그러면 공기의 흐름이 빨라져서 풍차가 더 많은 전력을 만듭니다.

 

게다가 줄어든 줄의 무게만큼 풍차를 더 매달 수 있습니다.

화성 도시에 수많은 이웃이 이사 오더라도 풍차만 더 매달면 됩니다.

 

6) 풍차의 단점

하지만 포보스 풍자의 장점은 곧 치명적인 단점이기도 합니다.

수만 년, 혹은 수십만 년 뒤일지 모르겠지만

줄을 매다는 순간부터 화성으로 추락할 운명을 지니기 때문입니다.

 

포보스가 추락하면 거대한 분화구를 만들면서 엄청난 잔해가 우주공간에 뿌려 질겁니다.

잔해는 화성을 둘러싸는 고리가 되어 암흑으로 변한 도시를 떠돌게 될 겁니다.

 

사실 포보스는 줄을 매달지 않아도 약 4천만 년 후에 자연적으로 추락할 운명입니다.

어떻게 보면 포보스의 줄이 자연사를 앞당기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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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들 먼로의 <더 위험한 과학책>

한편으로 그럴듯하고 한편으로 황당한 과학을 다룹니다.

 

강을 건너기 위해 강을 통째로 얼려버리거나 증발시키는 방법

이삿짐을 싸고 푸는 것이 귀찮은 사람들을 위해 집을 통째로 옮기는 방법

우주정거장에서 집으로 소포를 붙이는 방법

 

이처럼 황당한 상상으로 가득하지만

나름 진지한 과학적 해법을 동원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옵니다.

 

그러나 황당한 상상에서 출발한 아이디어가

과학적 근거를 갖추게 된다면 또 모를 일입니다.

 

100년 뒤의 화성인들이 날아다니는 풍차를 보고 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