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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툰] 캄브리아기 바다 밑에서 일어난 일

Buddhastudy 2022. 5. 12. 18:55

 

 

무게 1.4에서 1.6킬로그램

부피 약1400cc

신경세포 1000억 개

뛰어난 인지능력과 학습기능

다채로운 감정과 내면의 삶까지 만들어내는 능력!

 

, 바로 우리의 뇌입니다.

인간의 뇌는 복잡하고 강력합니다.

인간은 지구상의 어떤 동물보다 복합적이고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뇌의 가장 핵심적인 임무가 생각이며

뇌 진화의 정점에는 인간의 뇌가 있다고 봅니다.

고등동물일수록 뇌가 더 정교하게 생각하는 쪽으로 진화해왔다고 추정하는 것이죠.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정말로 뇌의 주요 임무는 생각일까요?

 

지구상의 수많은 동물들도 뇌를 가지고 있지만

그 뇌들의 주요 임무는 생각이 아닙니다.

 

그런 걸 보면 생각이란

뇌 진화 과정에서 생겨난 부차적인 기능이 아닐까요?

뇌는 어떻게 해서 생각하는 기능을 얻게 되었을까요?

 

 

, 오늘은 뇌가 어떻게 해서 생겨났고

뇌의 주요 임무는 무엇인지를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뇌의 탄생과정과 뇌의 진짜 임무를 안다면

우리가 진정으로 어떤 생명체인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활유어

지금으로부터 55천만 년 전, 지구는

뇌가 없는 생명체들이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생명체 중에는 지금의 창고기

즉 활유어와 비슷한 생물도 있었습니다.

 

활유어의 삶은 단순했습니다.

따뜻한 바다 밑에 자리를 잡고 있다가

작은 생물이 자신의 입에 들어오면 그냥 먹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맛과 냄새는 전혀 상관이 없었습니다.

활유어에게는 감각기관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눈과 귀도 없고 단지 빛을 희미하게 감지하는 세포들 몇 개만 있었습니다.

활유어는 사실상 막대기 모양의 위장에 더 가까웠습니다.

 

막대기 위장들이 아무 생각 없이 지내는 동안

지구는 캄브리아기로 접어들었습니다.

캄브리아기는 진화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 시기입니다.

그 사건은 바로 사냥입니다.

 

감각기관이 발달한 변이들이 등장하더니

그 변이들이 다른 생물을 감지하고 능동적으로 잡아먹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냥이 시작되자 지구는 위험한 곳으로 변했습니다.

먹고 먹히는 삶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자연선택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습니다.

포식자든 피식자든 조금이라도 더 정교한 감각계를 가진 쪽이 살아남았습니다.

그중에는 실제로 볼 수 있는 생물들도 있었고

진동으로 대상을 감지할 수 있는 생물들도 있었습니다.

 

감각계의 발달은 운동신경의 발달로 이어졌습니다.

공격을 시도하거나 몸을 피하면서 생물들의 움직임이 점점 정교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움직임은 에너지 소모가 아주 큰 작업이었습니다.

희끄무레한 물체가 나타날 때마다 도망을 가면

정작 진짜 포식자가 나타났을 때 도망갈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포식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더도 말고 딱 동료 포식자보다 한 발만 앞서가는 에너지를 써야

더 오랫동안 사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사냥과 도망은 사실상 에너지 효율 싸움이었습니다.

에너지 효율은 예산과 같습니다.

재무 예산이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파악하는 것처럼

신체 예산도 수분, 염분, 포도당 같은 자원들이 얼마나 들어오고 나가는지 파악합니다.

 

먹거나 잠을 자는 행위는 에너지 예금입니다.

반대로 수영이나 달리기는 에너지 지출입니다.

생명이 취하는 모든 행위, 혹은 취하지 않는 모든 행위는

신체 예산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선택을 합니다.

 

낯선 생존 경쟁에 내몰린 캄브리아기 생물들도

효율적인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뇌의 탄생

물을 따라 떠내려가던 생물이 저 앞에 먹이처럼 보이는 물체를 감지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감지하는 족족 잽싸게 다가가야 할까요?

그러자니 신체 예산의 에너지가 금방 소진됩니다.

그렇다고 마냥 우유부단 하자니 얼마 못 가 굶어 죽겠죠.

 

효율적인 선택을 하려면 어느 정도 예측이 필요합니다.

만약 이전에 비슷한 상황에서 움직임을 보였는데

성공 경험이 있다면 그 동물은 그 행위를 반복하려 할 것입니다.

반대로 힘만 쓰고 결과가 좋지 못했다면 그 행위를 회피하려 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예측입니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단순한 예측은 몇 가닥의 신경계만으로 즉각적인 반응을 합니다.

아직까지는 심사숙고를 할 뇌가 없습니다.

 

먹고 먹히는 캄브리아기의 삶은 진화를 촉발시켰습니다.

동물들의 몸이 커지고 내부 기관이 복잡해졌습니다.

피를 뿜어내는 심장과 심혈관계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뱉는 호흡계

감염에 대처하는 면역계 등이 발달했습니다.

 

그에 따라 신체 예산도 그 처리 규모가 커졌습니다.

이제는 신경 조직 몇 가닥으로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수분과 혈액, 염분과 산소, 포도당과 코르티솔, 성호르몬과

그밖의 수많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조절하려면 별도의 기관이 필요했습니다.

 

몸의 신체 예산만 전담하는 지휘 본부

바로 뇌입니다.

 

몇 개의 신경 세포들이 점점 복잡한 형태의 뇌 조직으로 진화했습니다.

뇌가 없는 생명들이 지배하던 지구는

몇 억 년 만에 온갖 종류의 뇌로 가득 찬 곳이 되었습니다.

 

각각의 뇌는 딱 자기 몸 크기의 신체 예산을 처리할 규모로 발달했습니다.

그 중 하나는

600개가 넘는 근육의 움직임을 감독하고

여러 가지 호르몬의 균형을 맞추고

하루에 75백 리터의 혈액을 뿜어내고

음식을 소화하고

노폐물을 배설하고

질병과 싸웁니다.

이 모든 것을 평균 73년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해냅니다.

 

뇌의 핵심 임무는

생각이 아닙니다.

감정도 아닙니다.

상상이나 창의성도 아닙니다.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아주아주 복잡해진 신체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각 세부 기관에 에너지가 언제 얼마나 필요할지 예측하고

가장 효율적인 움직임을 해내도록 제어하는 것입니다.

 

물론 인간의 뇌는 생각하고 느끼고 상상을 합니다.

기억에서 환각까지, 황홀감에서 수치심에 이르기까지

수백 가지 내면적 경험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정신적 활동은

신체 예산을 잘 관리해서 우리를 살아 있게 하려는

뇌의 핵심 임무가 낳은 결과물일 뿐입니다.

 

 

--뇌의 핵심 임무

신체 예산 개념은 책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첫 장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저자 리사 펠드먼 배럿은

이 신체 예산 개념으로 나머지 일곱 장에서 최신 뇌과학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갑니다.

 

과연 무엇이 인간의 뇌를 특별하게 만드는지

어떻게 아기의 뇌가 점점 세계와 연결되는지

어떻게 그토록 다양한 마음들이 생겨날 수 있는지

무엇이 관습, 규칙, 문명을 만들도록 하는지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뇌가 어떻게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신체 예산으로 설명합니다.

 

대중적인 교양 과학책이 가지는 덕목을 두 가지만 꼽는다면

첫째, 관련 분야의 과학적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과

둘째, 세상을 달리 보게 하는 통찰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책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은 좋은 교양 과학책의 요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신경과학계의 석학인 저자가 최신 뇌과학 연구들을 재밌는 비유를 들어 소개하면서

진화생물학, 심리학, 인류학을 아우르는 멋진 통찰을 이끌어냅니다.

 

우리는 뭔가를 생각할 때 에너지 효율을 계산하지 않습니다.

행복, 분노, 경외심 같은 감정을 느낄 때도,

누군가를 안아줄 때도, 누군가에게 모욕적인 말을 들을 때도

에너지 자원을 넣거나 빼낸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몸 내부에서는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뇌가 하는 신체 예산 활동이

어떻게 정신적인 것으로 변형되는지

아직 밝히지 못한 부분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정신적 활동이

신비주의나 영적인 영역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생물학적인 활동에서 나온다는 점은 여러 증거를 통해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는 다른 모든 신체 기관들처럼 우리의 마음 또한

우리 몸의 일부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시켜줍니다.

 

지난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뇌는 특별하다고 믿어왔습니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의 뇌는

본능을 담당하는 부분에서 출발해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과 이성을 담당하는 부분이

덧붙여지는 방식으로 진화해왔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1990년대에 이르러 거의 폐기되었습니다.

분자생물학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파충류와 포유류들이 인간과 같은 종류의 신경세포들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유전학적 증거들은 모든 포유류와 척추동물의 뇌가

마치 DNA처럼 단 하나의 제조계획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강력히 시사합니다.

 

과학적 증거에 따르는 한 우리의 뇌는

쥐나 고양이, 악어나 도마뱀, 심지어 칠성장어와도 똑같은 뇌 제조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선택은 특별히 인간을 향해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자연 속에서 보면 우리는 그저

특정 환경에 적응력을 갖춘 동물 중 하나입니다.

다른 동물들도 각자 독특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특정 환경에 적응해왔습니다.

우리의 뇌는 다른 동물보다 더 진화한 것이 아니라

그냥 다르게 진화한 것뿐입니다.

 

이런 생각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가진 낡은 관습의 근간을 흔들 수 있습니다.

 

우리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무엇인지를 알면

자연 속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 할 역할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뇌가

생각 말고도 더 많은 것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에 기뻐할 수 있다면

생각은 진정으로 특별한 능력이 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북툰이었습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