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 1

[지혜별숲] 에고의 허상을 자각할수록 이 삶의 생생한 체험은 약해지는 것 아닌가요? [깨달음과 신비/24회]

Buddhastudy 2023. 5. 4. 18:48

 

 

 

구독자님께서 주신 질문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깨어있음을 통해 에고의 허상을 자각할수록

생생한 체험은 약해지는 것 아닌가요?

실제로 저는 요즘 예전보다 점점 더 많이 깨어있습니다.

그럴수록 크게 기뻐하거나 슬퍼할 일도 사라지고

크게 분노할 일도 사라져서

삶 속의 체험들이 예전처럼 생생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 모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라는 질문입니다.

 

 

더 많이 깨어있을수록

감정의 생생함이 사라지고

체험의 생생함이 사라지는 것 같다는 말씀인데요.

 

에고로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의 생생함은요.

시소를 탈 때 높이 올라갔다 내려올 때의 강렬한 감정과 비슷합니다.

시소를 탈 때 더 빠른 박자로 더 높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수록

우리의 감정은 더 흥분되고, 스릴과 재미를 동시에 느끼잖아요.

 

우리가 삶에서 느끼는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환희와 절망

이런 감정들이

시소타기를 하듯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우리는 삶의 생생함을 체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깨어있음의 순간은 시소 타기를 멈추는 순간이에요.

우리는 어린아이였을 때 재미있게 시소타기를 했지만

어른이 되어서까지 시소타기에 재미를 느끼지는 않죠.

 

어렸을 때 아무리 재미있게 했던 놀이도

어른이 되면 시들해집니다.

지금 질문자님께서는 영적성장의 단계에서

에고의 놀이를 떨쳐내고 있는 단계에 계신 거예요.

 

오르락내리락하는 시소타기를 멈춘다는 건

생각과 감정의 오르내림을 완전히 멈추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이때에만 우리는 근원과 합일될 수 있습니다.

 

붓다는 이것을 중도라고 표현했는데요.

어느 쪽으로도 치우침이 없이 완전히 균형을 이룬 상태를 말하죠.

지금 질문자님께서는 이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는 겁니다.

 

어떤 상황을 마주쳐도

옛날만큼 격렬한 화가 올라오지도 않고,

엄청나게 싫어했던 누군가를 만나도

예전처럼 많이 싫지는 않습니다.

또 무엇을 해 보아도

예전만큼 즐겁지도 신나지도 않을 수도 있구요.

삶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마치 김빠진 사이다처럼

톡 쏘는 진한 맛이 사라지고

밋밋하고 맹숭맹숭한 상태가 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무엇이든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이런 느낌의 상태일 수도 있어요.

 

이건 에고의 드라마에서 점점 빠져나오는 중이기 때문인데요

비유하자면 흥분과 스릴이 넘치는 영화가 끝난 후

영화에 몰입된 감정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상태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나와 현실로 돌아가면 진짜 나의 삶이 기다리고 있죠.

 

영화 속 연인들의 사랑이 아무리 아름답고 슬펐어도

더 소중한 건

현실에서 내가 나의 연인과 나누고 있는 사랑입니다.

 

이것과 마찬가지예요.

참나의 관점에서는

에고가 펼치고 있는 이생에서의 삶이 한 편 영화일 뿐입니다.

 

지금 질문자님께서 느끼고 있는 상태는요

에고가 펼치고 있는 영화 상영이 끝나고

참나의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것들이에요.

 

삶의 생생함이 사라졌다고 느끼는 건

에고의 드라마에서 빠져나오고는 있지만

아직 영혼의 집에는 도달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에서 나오는 중인데,

아직 집에는 도착하지 못한 상태라는 거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가 지나고 명상이 더 깊어지면

근원과 합일되고

참나의 자리에서 이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그 때가 되면 삶의 생생함이 새롭게 살아나는데요

내 눈 앞에 펼쳐진 하늘과 바다와 나무는 그대로이지만

그 모든 것들이 더 생생하게 빛납니다.

 

물론 이렇게 날아오른 천상의 세계에서

다시 내려와야 하는 순간이 또 다시 오긴 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도

그 때는 내 앞에서 펼쳐지는 일상의 삶들이

있는 그대로 완전하고 편안하고 좋아집니다.

 

그러니 지금 생생함을 잃은 듯이 느껴지는 이 과정을

그대로 허용해 보세요.

그리고 더 깊이 참나의 자리로 들어가 보세요.

 

깊이 들어갈수록

더 높이 솟아오르는 때가 올 것입니다.

 

결국 깨어있을수록

에고로서 느끼는 생생한 감정체험이 약해지는 것은

그만큼 참나의 자리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때가 되면 근원과 합일되는 순간이 올 것이고

그 때 삶의 모든 것은 더 생생하게 빛날 겁니다.

 

고맙습니다.

오늘도 평온하시고 고요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