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 결혼을 잘하기 위해 동거를 해보는게 필요할까요? (2023.08.28.)

Buddhastudy 2023. 11. 22. 20:03

 

 

대학원 졸업 후 직장을 다니고 있는 20대입니다.

이제야 부모님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여 자기 자신을 책임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의 목표는 생활습관이 비슷하고 인성이 좋은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루는 것입니다.

생활습관이 서로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동거가 필요할까요?

개방적인 문화를 가진 미국에 살고 있지만

동거를 섣불리 했다가 일어날 문제점이 걱정됩니다.

헤어지게 되면 집 문제, 돈 문제, 사람들의 시선 등이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결혼을 꼭 해야 된다고 생각하면

결혼을 못했을 때 괴로움이 생깁니다.

반대로 결혼을 안 하겠다고 결정을 해놓으면

좋은 사람이 나타났을 때 번민이 생겨요.

 

요즘 같은 세상에 혼자 살아도 괜찮아.

그런데 혹시 마음이 맞는 사람이 생기면 같이 살아보지 뭐.’

이렇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옛날에는 한 번 결정하면 바꾸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시대는 동거를 하다가 결혼을 해도 되고

동거를 하다가 헤어져도 되고

결혼하고 나서 이혼을 할 수도 있어요.

여러 가지 경우를 선택할 수가 있기 때문에

너무 단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자는 하면 한다’, ‘안 하면 안 한다자꾸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동거를 꼭 해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고민이 되는 겁니다.

 

아직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는데

동거를 할 건지 안 할 건지를 왜 지금 결정을 해요?

먼저 친구를 사귀고, 친구들 가운데 서로 애정이 생기면 연애를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결혼과 연애는 다릅니다.

연애는 인종이 달라도 되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도 되고,

국적이 달라도 되고, 서로에 대해 좋은 감정만 있으면 됩니다.

 

하지만 결혼은 그로 인해 자녀가 생기고,

남편의 부모가 내 부모가 되고, 내 부모도 남편의 부모가 되고,

거기에 따른 형제들도 생기는 등

가족관계가 복잡해집니다.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모든 것을 뛰어넘을 정도가 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특히 나이 차이가 많이 날 경우

가족관계가 더욱 복잡해져요.

자녀가 있는 사람과 결혼을 했을 때도

가족구성원이 복잡해집니다.

또 인종이 다르면 부모님의 반대를 감수해야 합니다.

이렇게 결혼은 연애와 많이 다릅니다.

 

먼저 연애를 해봐야 결혼을 할지 말지 판단할 수가 있습니다.

연애를 하면서 상대의 생활 태도가 대충 파악되면

그냥 결혼하면 되지 꼭 동거할 이유가 없잖아요.

 

같이 살고는 싶은데 가족이 반대한다든지 해서

결혼할 조건이 못 된다면

그럴 때는 잠시 동거 기간을 거칠 수가 있겠죠.

그러나 상대의 생활 태도를 알아본 후

결혼할지 안 할지 결정하기 위해

동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결혼할 생각이 아예 없는데 서로가 좋으면

연애를 넘어서 동거를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결혼할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결혼을 하면 되지

뭣 때문에 동거해보고 나서 결혼을 하려고 합니까?

그런 측면에서 동거가 필수적이냐 아니냐

이런 관점 자체를 좀 내려놓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어떤 분이 저한테

아기 기저귀는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묻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결혼을 했냐고 물으니 안 했대요.

남자는 있냐고 물으니 없대요.

남자도 없고, 결혼도 안 했고, 애도 안 낳았는데

벌써 아기 기저귀를 챙기는 사람이나 질문자나 비슷합니다.

 

미리 점검하는 건 좋지만 너무 앞서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친구 중에 좋은 감정을 주고받는 사람이 생겼는데

상대편이 같이 살자고 하고 결

혼은 아직 결정을 못 내리겠다면,

그때 동거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질문하세요.

 

요즘 서양에서는 결혼을 안 하고

그냥 동거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결혼이란

결혼식을 했는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에요.

법적인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유럽의 경우에는 법적 결혼을 안 하고 가정을 이루는 사람들이

50퍼센트를 넘는다고 해요.

그들이 생각하는 동거는 우리가 생각하는 동거와 성격이 좀 다릅니다.

 

결혼을 하면 재산상의 문제 등

여러 가지 법적인 구속이 따르기 때문에

요즘 유럽에서는 동거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왜 두 사람의 개인적인 관계에

국가의 법이 관여하는가?

 

같이 살든지 헤어지든지 우리가 결정하겠다.

국가기관에 신고하고 재판받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이런 생각으로 동거를 하는 것이지

질문자처럼 같이 살아보고 결혼할 만 한지 아닌지

알아보려고 동거를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같이 살지 말지는 두 사람이 합의하면 되지

왜 국가기관이 관여하느냐는 거죠.

 

물론 가정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법이지만

지금은 법이 사람을 속박하는 정도까지 갔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저항으로 법적인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이 사람과 살다가 저 사람과 살다가 하는 것이 동거가 아닙니다.

 

평생 같이 살지만

결혼이라는 법적인 형식을 취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적인 결혼을 하게 되면

세금을 포함해 많은 부분에서 혜택이 있는데 법적인

결혼을 안 하면 그런 혜택은 못 받습니다.

 

그러니 너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하고 정해놓고 하지 마세요.

현실에 맞게끔 조정하며 사는 것이 좋습니다.

남을 따라 하지 말고

내가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살펴서 선택하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