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마인드·드러내야산다

[뉴마인드] 기분 조절과 중독의 뇌과학 I 뇌가 자극에 적응하는 방식

Buddhastudy 2024. 3. 11. 19:27

 

 

뇌는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우리의 신체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혈압을 일정하게 하고

체온을 일정한 설정값에 맞춰 조절합니다.

그런데 뇌가 이렇게 중립을 유지하는 것은 신체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극심한 슬픔을 겪어도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안정적인 정신 상태로 돌아옵니다.

반대로 엄청난 기쁨을 경험해도

시간이 지나면

중립적인 차분한 상태로 돌아옵니다.

우리의 뇌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뇌가 항상 이렇게 중립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놀랍게도 그 자극의 효과와

정확히 반대되는 반응을 뇌가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뇌는 우리의 기분의 변화를 일으키는 자극이라면 무엇이든

약물이든, 좋은 소식이나 나쁜 소식이든, 스카이 다이빙이든

그 자극이 주는 기분과 반대 과정을 만들어내

적극적으로 효과를 상쇄합니다.

이것을 뇌 과학자들은 반대과정이론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감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사랑에 빠지면 압도적인 기쁨이 넘칩니다.

fMRI를 이용해 연애 초기의 뇌 활동 패턴을 살펴보면

사실상 코카인이 라는 마약 기운이 돌고 있을 때의 상태와

거의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복한 감정도 중립적 설정값으로 다시 떨어집니다.

뇌가 항상성을 위해 반대 과정을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해당 자극

즉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 한

모든 것이 그저 괜찮은 상태가 됩니다.

뇌에서는 새로운 기준점이 만들어지고

중립적인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지내는 것이

새로운 설정값이 되면

흔히 말하는 권태기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더 이상 연애 초기에 느꼈던 휘몰아치는 감정들은

같은 수준의 자극으로 느껴지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자극이 사라지면, 즉 이별이 찾아오면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겪게 됩니다.

관계가 얼마나 깊이 오래 지속되었는지 따라

다시 중립 상태로 되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일상적인 자극도 마찬가지입니다.

즐거운 휴가를 보내게 되면

자극 반응으로 기분이 좋아지는데

뇌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대 과정을 시작하고

휴가라는 자극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아쉬움을 느끼게 됩니다.

 

사고가 날 뻔했는데

무사히 넘긴 경험을 해보셨을 겁니다.

사고가 날 것 같은 순간의 자극 반응으로

뇌는 공포감을 느끼게 되지만

무사히 지나가 자극이 사라지면

반대 과정이 만들어 내는 안도감을 느끼게 됩니다.

 

뇌에서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방식으로 [반대 과정을 처리]하고

결국 그런 느낌이나 감정들도

계속 남아 있지 않고 사라져

우리는 [다시 중립 상태]로 돌아갑니다.

 

심리학자 리처드 솔로몬은

스카이다이빙과 같은 활동에도

이런 패턴이 적용된다고 봤습니다.

수천 미터 상공에서 뛰어내리면

자유낙하 하는 내내

극도의 각성과 공포심에 더해

죽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고

내려와 두 발이 지면에 닿으면

공포 포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그 반대되는 극단적인 차분함과 안정감이 흘러넘치는 듯한 기분에

휩싸이게 됩니다.

 

이런 극심한 스트레스 경험 뒤에 찾아오는 안도감은

모든 일을 충분히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어 줄 수도 있습니다.

 

힘든 운동을 애써 하는 사람들

어려운 목표를 위해 굳이 자신을 몰아붙이는 사람들은

아마도 이런 감정적 효과를 느낄 것입니다.

 

뇌는 이렇게 자극 과정에 대한 반대 과정을 통해

항상성을 유지합니다.

꼭 알아야 할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강력한 적응력을 갖춘 신경계에 일어나는 이 반대 과정은

자극이 주는 과정과는 다르다는 점입니다.

자극이 주는 과정은

자극을 직접적으로 반영하기에

자극이 같은 한 언제나 결과가 동일합니다.

그러나 반대 과정은 자극에 대한 노출 시간이 늘어나고, 횟수가 거듭되면

학습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자극을 반복적으로 마주하게 되면

반대 과정은 항상성을 위협하는 상황이 닥쳐도

중립을 잘 유지할 수 있게

큰 강도로 빠르게 나타나 오랜 시간 지속됩니다.

예를 들어

술을 마시는 시간과 횟수가 늘어나면

학습된 반대 과정은

같은 알코올의 양이 주는 자극보다

더 큰 강도와 지속 시간을 갖게 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이렇게 학습된 반대 과정은

실제 자극이 없어도 자극 과정이 닥칠 것을 예고하는

환경 자극만으로 발동합니다.

 

음식이 눈앞에 없을 때도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말이죠.

 

그래서 예를 들어

술과 관련된 된 환경 자극으로 인해 반대 과정이 시작되면

술을 마시지 않아도 불안감이나 무력감 같은 기분이 만들어지고

다시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알코올을 갈망하게 되기도 합니다.

결국 알코올 자극이 있어야만

중립 설정값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죠.

 

뇌의 항상성을 위한 반대 과정이

중독으로 이끌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리는 쾌락의 가능성으로 해석되는 도파민에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약물에 의해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차분했던 기분을 들썩이게 만듭니다.

그러나 신경계를 초기 설정값으로 되돌려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만들어진 우리의 뇌는

도파민의 활동을 반대 과정으로 상쇄합니다.

 

결국 같은 약물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도파민의 변화폭이 점차 작아지기 때문에

도파민의 농도를 유지하기 위해

다시 약물을 하고자 하는 욕구를 느끼는 것입니다.

 

마침내 약물을 계속해도

사실상 도파민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반면 약물을 하지 않으면

도파민의 농도가 큰 폭으로 떨어져

반대 과정의 기분인 우울감, 불쾌감 등의 기분과

집착에 가까운 갈망을 경험하게 됩니다.

바로 금단 증상을 느끼는 의존 상태입니다.

 

담배, 알코올, 카페인, 각종 마약 등의 향정신성 물질을 즐기는 이들에게

정말 끔찍한 사실은

이런 약물들을 규칙적으로 사용할 경우

뇌가 그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반대 과정이 학습되고 적응한다는 점입니다.

 

카페인 중독자는

피곤해서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닙니다.

커피를 마셨기 때문에 피곤한 것입니다.

커피를 마셔야 보통의 설정값 상태가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상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은

온종일 긴장과 불안이 가득했던 것입니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술을 마시면 휴식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술을 마셔야 중립의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뇌과학자 주디스 그리셀은

중독의 가장 큰 특징인 내성과 금단증상, 집착적 갈망은

모두 반대 과정의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내성은 점점 더 강력해져 가는 반대 과정을 이겨내고

자극 과정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더 많은 양의 자극이 필요하기 때문에 생겨납니다.

 

그리고 갈망은

자극과 연합된 모든 환경적 신호가

그 자체로 반대 과정을 일으키는 탓에

자극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이를 진정시킬 수 없어

다시 그 자극을 찾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갈망이 해당 자극과 관련된 모든 환경적 신호로 인해

반대 과정을 일으킨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습관적으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담배를 피운 사람은

아침에 눈 뜨자마자 동시에 갈망을 느낄 수 있으며

식사 후에 피운 사람은 매번 식사가 끝날 때마다

커피를 마시면서 피운 사람은 커피를 마실 때마다

갈망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일상적 활동 속 특정한 상황적 맥락

주변 사물의 어떤 중독 행동과 연결된 단서가 존재할 때도

갈망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중독에서 회복되는데 끊임없는 장애물이 되고

실패의 좌절감을 주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극과 연결된 환경을 벗어나야만 갈망을 피할 수 있으며

반대 과정에 의한 불쾌감의 기분을 버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중독되기 전 본래의 설정값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뇌가 항상성을 유지하는 이런 방식은

우리를 생존하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의 방식과 행동 기분 등에 막대한 영향을 줍니다.

 

자기 스스로의 기분과 행동이

뇌의 항상을 위한 어떤 과정 때문인지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