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주말마다 찾아오는 엄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2024.03.22.)

Buddhastudy 2024. 4. 1. 20:16

 

 

제가 어렸을 때 엄마는

저희 형제들을 아동학대 수준으로 대해서

저는 매우 힘들어하면서 자랐습니다.

엄마는 성질을 200퍼센트 마음껏 부렸고

아버지가 농약을 먹고 자살 시도까지 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커서 결혼을 하게 되면

엄마하고 연을 끊고 살겠다고 다짐까지 했지만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저는 결혼한 뒤에도 엄마하고 또 같이 다니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일을 그만둔 뒤부터 저희 형제들한테 엄청 집착하십니다.

큰언니는 멀리 대구에 살고 있고

둘째 언니랑 저랑 한 동네에서 살고 있고,

엄마도 저희 집에서 도보로 40분 거리에 살고 계십니다.

그런데 언니네는 고양이가 있어서 엄마가 가기 싫어해서

주말만 되면 저희 집에 와서 주무십니다.

연휴 때 제가 때로는 특근한다고 거짓말을 하면

엄마는 하룻밤만 주무시고 갈 때도 있는데

저는 특근한다고 나가서는 동네 산을 한 바퀴를 돌다가

엄마가 가시면 집에 들어와서 홀가분하게 쉽니다.

주말에 엄마가 또 와서 주무시고 가시겠지하면서

주중에도 걱정과 스트레스 속에 삽니다.

어떻게 걱정을 덜고 살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엄마 몰래 이사를 가세요.

 

질문자가 보기에 어머니가 자기한테서 떨어질 것 같아요, 안 떨어질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피부에 딱지가 붙었다고 합시다.

떨어질 것 같으면 떼면 되는데

안 떨어질 것 같은 것을 떼면 내 살이 같이 떨어지잖아요.

 

그건 질문자가 바보 같은 짓 하는 거예요.

무엇 때문에 그 얄미운 사람한테 식사 대접을 해요?

 

...

 

질문자의 엄마에 대한 애증이

엄마의 딸에 대한 애증과 똑같네요.

 

제가 아는 부모들을 보면

딸을 막 욕해요.

방청소를 안 한다고 욕을 하고 나서 딸이 나가면

또 방을 다 치워줍니다.

방을 다 치워주고 나서는 또

저런 게 어떻게 시집가서 사느냐하고 욕을 하고,

스님한테 찾아와서는

'스님, 어디 좋은 총각 없어요?' 하고 묻습니다.

엄마도 싫다고 욕하는 처녀를

스님이 누구에게 소개를 시켜주겠어요?

이게 애증이라는 겁니다. (웃음)

 

아이들한테는 야단도 치지 말고

방을 치워주지도 마세요.

야단을 치면 아이들한테 심리적인 억압이 생기고

방을 치워주면 아이들의 버릇이 나빠집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다 엄마가 하고 있는 거예요.

아이들을 위해서 그렇게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착각이에요.

아이들과는 아무 관계가 없어요.

자기 성질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겁니다.

그러니 야단을 치지 않음으로 해서 심리적인 억압도 하지 않아야 하고

방을 치워주지 않음으로 해서 아이들의 버릇도 고쳐야 됩니다.

 

 

마찬가지로 어머니에 대해서도

밥을 사드리고 차를 태워드리고 하면서

어머니가 주말마다 찾아오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어머니가 오시든지 가시든지 상관 말고

그냥 질문자는 자기 볼일을 보면 됩니다.

 

...

 

어머니가 집에 와 계시면

질문자가 밖에 나가 있으면 되잖아요.

질문자는 혼자 살아요, 가족이랑 같이 살아요?

 

...

 

주말에는 남편하고 같이 밖으로 나가버리면 되잖아요.

어머니 혼자 집에 와서 계시라고 하고요.

 

...

 

그건 질문자가 자기 마음대로만 하려는 거예요.

어머니를 여행시켜 드리고 밥은 사 드리겠는데

잠은 집에 가서 주무시라는 거잖아요?

 

...

 

그건 어머니가 집에 오시는 건 좋은데

대신 입 좀 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좋겠다는 거잖아요?

뭐든지 해드리겠는데

왜 집에 와서 잔소리를 하느냐는 얘기네요.

꿔다 놓은 보릿자루도 아니고

사람인데 어떻게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어요?

그게 독선입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만 하려는 거거든요.

 

예를 들어,

어머니가 용돈을 달라고 하면

'제가 10만 원만 줄 테니까 더 달라고는 하지 마세요'

이런 얘기를 하는 것과 똑같아요.

어머니는 20만 원이 필요한데 10만 원만 줘서 되겠어요?

 

어머니는 질문자랑

밥도 먹고, 여행도 하고, 집에 가서 잠도 자고 싶은 겁니다.

만약 질문자가 어머니와 같이 밥 먹고 여행하는 걸 안 하면

죄책감이 생겨서

어머니가 집에서 잠을 자도 스트레스를 덜 받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내가 이미 이만큼 해주었는데 집에서 잠까지 잔다이렇게 생각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겁니다.

 

질문자는 스무 살이 넘었기 때문에

과거에 어머니가 어떻게 했든 관계없이,

질문자가 지금 어머니한테 더 해주지 않아도

아무런 도덕적인 책임이 없습니다.

 

만약 질문자가 어머니에게

그런 도움을 안 주면 죄스럽고

도움을 주면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면

어머니를 도와주는 게 낫습니다.

어머니를 도와줄수록 더 스트레스받는다면

안 도와주는 게 나아요.

이것은 질문자의 문제이지 어머니의 문제가 아니에요.

 

남편도 없고 혼자 사니까

주말이 되면 딸한테 가서 밥도 얻어먹고, 구경도 하고, 잠도 자고 싶은 것이

어머니가 가진 기본적인 요구입니다.

어머니의 요구를 듣고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는 나의 선택이고 자유예요.

 

그중에 절반만 들어드려도 되고

또 다 들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전부 거절하셔도 됩니다.

그건 질문자의 자유예요.

어머니를 문제 삼을 필요는 없습니다.

 

누군가 제게 와서 천만 원만 빌려달라고 한다면

그건 그 사람의 요구일뿐

그가 내게 와서 못살게 군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다른 사람의 요구에 내가 어떻게 대응할 거냐?’ 하는 것은

나의 권리입니다.

 

돈이 없으면 만원도 빌려주지 못할 수도 있고

백만 원이 있다면 백만 원만 빌려줄 수도 있습니다.

돈이 많으면 천만 원을 다 빌려줄 수도 있겠죠.

 

어떤 선택을 하든 그건 질문자의 자유입니다.

왜 하필 내게 와서 돈을 빌려달라고 하느냐?’ 하고 비난하는 것은

내가 그에게 끌려가는 것입니다.

그건 그 사람의 요구일뿐입니다.

 

오늘 날씨가 갑자기 영하 10도로 떨어졌다면

그건 날씨 문제입니다.

그때 나는 외출을 포기해도 되고

옷을 껴입고 나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니면 얇게 입고 나가서

추위에 떠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죠.

어떤 선택을 하든 내 자유입니다.

 

날씨를 비난할 필요는 없어요.

그것처럼 질문자도

질문자의 어머니에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자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시겠어요?

질문자가 어머니께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은

모두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어머니는 이제 노인이 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머니의 요구 중에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선택해서 해드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어머니가 백 가지를 요구하시는데

질문자가 그중 절반만 들어 드리면

어머니가 질문자에게 욕을 할까요? 안 할까요?”

 

...

 

그러면 욕을 좀 들어드리면 됩니다.

어릴 때도 욕을 감수하며 잘 살았는데

지금 와서 또 욕을 하신다고 해서 그게 무슨 큰일이 되겠어요?

처음 욕을 듣는 사람이라면 힘들겠지만

어릴 때부터 욕을 들어왔고

지금은 나이 오십이 넘은 성인이 되었는데

그런 욕을 듣는 정도는 별일 아니지 않아요? ‘어머니는 원래 그런 분이다이렇게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

 

그것을 트라우마라고 해요.

트라우마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어릴 때 입은 마음의 상처가 자꾸 덧나는 겁니다.

그것은 어머니의 문제가 아니라

질문자가 갖고 있는 정신질환입니다.

 

...

 

어머니를 안 보면 좋은데,

지금 질문자는 어머니를 안 볼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어머니를 가능한 만나지 않는 것을 권해드리는 겁니다.

멀리 이사를 하거나 주말에 자리를 피하면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그걸 또 죄라고 생각하잖아요?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어릴 때 엄마가 욕을 해서 생긴 상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 엄마에 대해 싫은 마음이 있는 겁니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엄마는 욕을 하면서도 나를 키워주었잖아요.

갓난아기일 때는 젖을 먹여 주었고

커서는 밥도 해주고, 옷도 입혀주고, 학교도 보내주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엄마에 대해 좋은 마음이 있는 거예요.

이것을 불교에서는 ()’라고 합니다.

 

이렇게 질문자는 어머니에 대해 애증(愛憎)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예전에 상처 입은 기억이 떠오르면 만나기가 싫고

그래서 만나지 않으면 예전에 혜택받은 게 있으니 죄의식이 들고

이렇게 우리는 애증의 사슬에서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이제 질문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만 생각하는 겁니다.

질문자의 어머니가 욕은 좀 하셨지만 그래도 질문자를 낳아주셨습니다.

질문자가 갓난아기일 때 젖을 먹여 준 사람은

제가 아니라 질문자의 어머니입니다.

밥도 해주셨습니다.

법륜 스님은 질문자에게 욕도 하지 않았지만

질문자의 어머니처럼 질문자에게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질문자의 어머니는

욕은 좀 했지만

밥도 주고, 옷도 입혀주고, 학교에도 보내주었습니다.

필요한 것을 대부분 해주셨어요.

법륜 스님처럼 질문자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은 사람이 고마워요?

욕은 좀 하시지만 많이 베풀어주신 어머니가 고마워요?

 

욕을 좀 하더라도 질문자에게 천만 원을 주고 가는 사람이 낫겠어요?

욕은 하지 않지만 아무것도 안 주고 가는 사람이 낫겠어요?

 

...

 

저라면 욕 좀 듣더라도

저에게 천만 원을 주고 가는 사람이 낫겠습니다.

질문자의 뺨을 한 대 때리고 천만 원을 주고 가는 사람이 낫겠어요?

아니면 때리지도 않고 아무것도 베풀지도 않는 사람이 낫겠어요?

 

...

 

저라면 한 대 맞고 천만 원을 받는 게 낫겠어요.

어머니가 욕을 해서 질문자가 싫다고 느낀 것은

어머니가 주신 것의 10퍼센트밖에 안 됩니다.

욕하신 것 외에 베풀어 주신 것이 훨씬 더 많다고 봐야

오히려 사실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사실을 사실대로 볼 수 있어야

어머니의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가 있습니다.

물론 어머니가 욕을 안 했더라면 더 좋았겠죠.

자식에게 욕도 하지 않고, 때리지도 않으며

무엇이든지 베풀기만 하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겁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나를 좀 욕하고 때리셨지만

다른 걸 많이 베풀어주셨다하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면 질문자의 고민은 바로 해결됩니다.

 

...

 

어머니는 당연히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할 겁니다.

어머니는 그냥 성질대로 사셨을 뿐이에요.

본인은 내가 가끔 성질을 내긴 했지만

너 키우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하는 생각만 하시는 거예요.

 

...

 

당연한 겁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보수세력은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를 억압하고 피해를 주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철도 놓아주고, 학교 지어 주고, 공장 만들어 주어서

너희들이 지금 이만큼 잘 사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렇습니다.

만약 질문자가 어머니를 비난하거나

과거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다면

어머니는 오히려 욕을 하실 겁니다.

힘들게 낳아서 키웠는데

지금 와서 큰소리를 친다고 못마땅해하실 거예요.

 

...

 

어머니는 전혀 기억하지 못해요.

기억한다 하더라도

다 자식 잘 되라고 한 기억밖에 없으실 겁니다.

그래도 질문자의 어머니는 밥도 해주고 학교에도 보내줘서

질문자가 지금 이렇게 살도록 도움을 주신 분입니다.

 

첫째, 어머니가 원하시는 것을 다 해드리는 것을 선택하셔도 됩니다.

둘째, 욕한 것에 대해 싫은 마음이 있으면

어머니께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드려도 됩니다.

어머니가 주말에 오시겠다면 오시도록 하고

질문자는 다른 볼일이 있다고 하면서 외출을 해도 됩니다.

나가서 좀 놀다 오면 되잖아요.

그건 질문자의 자유입니다.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고

어떤 책임감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어머니를 욕할 필요도 없어요.

질문자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서 살면 됩니다.

 

...

 

트라우마는 병원에 가서 검사받고 치료를 받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훨씬 좋아집니다.

감기에 걸리면 보통 열흘이면 저절로 회복하지만

폐렴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잖아요?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거나 주사라도 한 대 맞고 오면

훨씬 빨리 낫습니다.

그것처럼 정신과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훨씬 좋아질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