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법문/정목스님_유나방송

정목스님_나무아래 앉아서 1회

Buddhastudy 2014. 6. 15. 19:45

 

출처: 불교TV 

유투브: http://youtu.be/UV-ebVcyuvk

 

 

오늘 많이 배우지 못했다 해도

적어도 한 가지는 배웠을 것이다.

 

조금도 배우지 못했다 해도

적어도 병이 나지는 않았다.

 

병이 낫다 해도 죽진 않았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고마워해야 한다.

 

태국의 한 스님의 말씀입니다. 병이 낫다 해도 죽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고마워해야 한다. 고마워하면 그 마음은 다시 고마워할 상황을 끌어오게 되죠. 매사에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노래하듯이 염불하듯이 자주하다보면 우리에게 정말 고마워할 일들이 주변에 많이 생길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나무아래 앉아서라는 제목으로 BTN시청자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된 정목입니다.

 

빠르고 높고 더 많이 가지는 것을 행복의 조건이라고 여기고 있는 요즘. 세상에 한번쯤은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나무아래 앉아서 쉬어가는 그런 마음으로 여러분을 만나 뵐까합니다. 올 여름 정말 유난히 더웠었죠. 여러분과 제가 처음 만나는 오늘, 갈대밭으로 함께 나가볼까 싶습니다.

 

...

 

갈대의 노래, 팀 맥라언의 노래로 보내드렸는데요, 멜로디라인이 굉장히 동양적이죠. 구슬픈듯하면서도 좀 서정적이고, 이 팀 맥라이언은 곡을 쓰기 전에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그리고 사진을 보듯이 그렇게 먼저 상상을 한 뒤에 그다음에 곡을 쓰고 연주를 한다 그래요. 음악을 듣는 것만이 아니라 음악을 볼 수 있다는 거, 마치 그림 한 점을 보듯이, 또 사진 한 장면을 보듯이 그런 마음으로 BTN에서 보내드리는 나무 아래 앉아서 시간을 그렇게 눈으로 보고, 귀로도 듣고, 오감으로 다 듣는 그런 감상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추석이 가까워오고 있죠. 농사가 잘 되었건 잘못되었건 관계없이 물가는 여전히 비싼 거 같습니다. 먹고 사는 일, 힘들다는 말, 많이 하는데, 여러분도 먹고 사는 일 정말 힘들다는 말 나오시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바세계에서 먹고 사는 일 하나만 해결할 수 있어도 인생의 절반의 화두는 해결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먹는 일이 우리 인간에게만 힘든 일은 아닌듯해요. 바닥에 기어 다니는 작은 개미새끼 한 마리, 창공을 나르는 새 한 마리까지도 매일매일 먹거리를 찾아서 하루하루의 삶이 고단합니다.

 

제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얼마 전에 들은 적이 있어요. 몇 년 전, 인터넷에 동영상으로도 올랐다 그러는데요, 까마귀가 열매 같은 걸 보통 따먹잖아요. 그런데 이제 호두, 이 딱딱한 호두를 그 속에 먹이가 있다는 걸 알고, 알맹이를 먹어야 겠다. 생각을 한 겁니다. 여러분 생각에 까마귀는 그 딱딱한 호두 껍질 속에 있는 알맹이를 어떤 방법으로 먹을 거 같으세요? 망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돌로 깰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이 까마귀가 호두알을 물고 공중으로 높이 날아 올라가서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 그 자동차 도로위에 호두알을 떨어뜨리는 거예요.

 

그러면 그 차바퀴에 이 호두알이 깨지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이 호두알을 먹으려고 하는데 달려오는 자동차의 속도 때문에 도저히 먹을 수가 없는 거예요. 내려앉으려하면 차가 달려오고, 그 자동차의 스피드 때문에 도저히 먹이를 먹을 수가 없는 거죠. 눈앞에 뻔히 두고도 말이에요. 어떻게 했을 거 같으세요? 우리 옛날에 머리 안 좋으면 새머리 같다 그러잖아요. 그런데 이 새머리가 어떻게 하는지 한번 보실래요?

 

호두를 역시 물고 공중으로 날아올라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횡단보도 신호등 앞에 떨어뜨리기로 계획을 짠 거예요. 과학 실험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만, 그래서 신호등의 신호가 바뀔 때, 그러니까 일단 신호등의 횡단보도에 떨어뜨리죠. 떨어뜨리면 신호등이 바뀔 때, 그때 사람들이 지나가는 틈을 타서 까마귀가 내려와서 그 알맹이를 쪼아 먹는 거예요. 그 동영상을 본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데요. “~ 새가 저렇게 머리가 좋았나? 우리가 보통 새머리라고 얘기했는데, 정말 까마귀가 저렇게 지혜가 있었나? 아이큐가 정말 높은가?” 이렇게 생각했데요.

 

그런데 또 어떤 사람들은 인간이 편리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도시 속에서 새들도 참, 먹이를 구하기 위해 얼마나 고통을 겪는가, 이런 말을 했다고도 합니다. 맞아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인간이 편리하기위해서 만들어 놓은 도시 속에서 우리는 편리하지만 다른 생명들의 삶을 너무 우리가 도외시 한 것은 아닌지. 먹고 살기가 힘들 때,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기어 다니는 미물까지 날아다니는 새들까지도 먹고 사는 일이 참으로 힘들다는 걸 생각해서 한번쯤은 우리의 삶을 좀 더 겸허하게 한걸음 내려가서 바라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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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말을 보니까 제 숨결 하나하나는 세존께 드리는 노래입니다. 욕망도 시기심도 유혹도 다 물리치셨으니 세존께서는 제 몸에 깃드실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런 아주 멋진 공양의 노래이군요. 나무아래 앉아서라는 제목으로 BTN 시청자분들을 오늘 처음 뵙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나무아래 앉으면 뭘 하고 싶으신가요? 누군가는 눈을 감고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겠고, 누군가는 조용히 명상에 젖을 수도 있겠죠? 또 누군가는 편히 쉴 때 옆에서 책을 한권 읽어 준다면 어떻겠습니까? 이번 코너는 바랑 속에 들어있는 책 한권을 꺼내서 시청자 여러분과 공유를 해볼까 싶어서 바랑속의 책 한권이라는 그런 멋진 코너를 하나 만들어 봤습니다.

 

오늘 첫 순서로 뭐를 읽어드릴까, 정말 스텝들과 고민 많이 했습니다. 서산대사의 해탈시. 서산대사께서 열반에 드시기 전에 많은 사람들에게 남겨주신 해탈시를 오늘 함께 듣고 또 읽어 볼까 합니다.

 

 

해탈시(解脫詩) - 서산대사 -

 

근심걱정 없는 사람 누구인가

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구인가

시기질투 없는 사람 누구이며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나.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라.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말라.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가진 것 많다 유세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치지 말며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말라.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잠시 잠깐 다니러온 세상

있고 없음으로 편 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하지 말며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가 갑시다.

다 바람 같은 것이라오.

뭘 그리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요.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깊어도 비바람이라오.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며

 

폭풍이 세차다해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독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세상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 하리오.

줄 게 있으면 주어야지 가지고 있으면 무엇 하리오.

 

내 것도 아닌 것을 삶도 내 것이라 할 게 없습니다.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 둔다고 그냥 있겠소?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안 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 번 못 펴고

인생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 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오.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는 것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 게 있소.

 

살다 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지만은

잠시 대역연기 하는 것일 뿐

슬픈 표정 짓는다하여 뭐 달라지는 게 있소?

기쁜 표정 짓는 다고

모든 게 다 기쁜 것은 아니오.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게 다 사는 거라오.

 

삶이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남이요 (生也一片浮雲起)

죽음이란 한 조각구름이 없어짐입니다. (死也一片浮雲滅)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浮雲自體本無實)

죽고 살고 오고감이 모두 그와 같습니다.(生死去來亦如然)

 

오늘 서산대사의 허탈시를 함께 들어보셨습니다. 이미 뭐 수도 없이 읽어보신 분들도 계실 거예요. 스님께서 입적하기 전에 남겨주신 이 한마디한마디의 말씀들, 다 아는 것 같지만, 어느 날 문득 가슴에 사무쳐오지 않나요? 정말 그래요. 삶이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그리고 죽음이란 한 조각구름이 없어지는 것이다 생각하면 우리 삶에 놓고 가지 못할 것이 뭐가 있을까요? 다 바람 같은 것인 걸요.

 

...

 

 

사람이 얼마나 먼 길을 걸어봐야 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비둘기가 얼마나 많은 하늘 위를 날아 보아야 백사장에 편하게 잠들 수 있을까? 사람이 자유를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하는 걸까? 친구여, 바람만이 그 대답을 알고 있다는 노래. 블로잉 인 더 윈드. 전설적인 팝가수 밥딜런의 노래이죠. 보통 밥딜런 그러면 저항의 아이콘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만, 실제 본인 자신을 인터뷰를 할 때, 이 노래는 저항을 위해서 쓴 곡이 아니다. 정치나 사회의 저항을 위해서 쓴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거기에 대한 질문을 각자 한사람이 다 해야 하고, 또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해야 할 것이다. 마치 선시와 같은 화두와 같은 그런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

 

 

대전교도소에서 보내주신 이 분의 글을 읽으며 제 마음이 얼마나 따뜻해졌는지 모릅니다. 정말 이 스튜디오에 치자꽃 향기가 퍼지는 것 같지 않으세요? 깊은 명상에 이르지 못한다고 걱정을 하셨는데 마음이 서둘러서 미래에 가있게 되면 현재에 머물지 못하고 조급해 지거든요. 빨리 고요함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이 현재 순간을 놓치게 됩니다. 앞으로는 말이죠, 막 조바심이 일어나고, “, 내가 명상을 잘 못하는 거 같아.” 이런 생각이 들 때 마음이 너무 멀리 달아났구나. 이렇게 알아차리시고 현재 호흡으로 돌아와 보세요.

 

몸은 비록 囹圄영어의 몸이지만, 그러나 그 곳에서 면벽하고 앉아 참선하고 있는 분의 그 모습이 아름답게 떠오릅니다. 마음의 감옥이 진정한 감옥일 거예요. 스스로의 감옥을 부술 수 있고, 스스로의 업으로부터 벗어나시기를 기원 담아 음악 공양 올리겠습니다. 당신이 이 곳에 머물 때.

 

...

 

 

포더굿타임이라는 팝송을 오늘은 노르웨이어 버전으로 당신이 이 곳에 머물 때라는 노래로 들려드렸어요. 그렇게 슬픈 표정 짓지 마세요. 우리 관계가 지금 다 끝났지만 인생은 계속 되고 있고 세상은 변함없이 흐르는 거랍니다. 뭐 이런 노랫말이 담겨있는 멋진 노래이죠.

 

~ 시청자 여러분, 달팽이 편지에 많은 분들 참여해주십시오. 어떤 사연이든지 좋아요. 스님하고 이야기하면 왠지 상담해야 될 거 같은, 상담도 좋은데요, 여러분도 살다보면 아주 조금이라도 작은 깨달음을 얻으신 거 있잖아요. 삶의 변화가 온 것도 있을 수 있고요. 그런 것들 많이 많이 소식 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무아래 앉아서 편안한 시간으로 꾸며드리려고 했는데 어떠셨는지요? 마지막 시간은 발원문을 올리면서 마무리 해볼까 싶어요. 아름다운 발원을 올릴까 하는데요, 혹시 손이 자유로우신 분들은 두 손을 가슴에 모아 합장하셔도 좋겠습니다.

 

이 세상에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있는 한

그들의 질병이 모두 치유될 때까지

제가 의사가 되고 간호사가 되고 약이 되게 하소서.

 

먹을 것과 마실 것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굶주림과 갈증이 사라지고

먹고 마실 것이 부족할 때에는

제가 먹을 것과 마실 것이 되게 하소서.

 

가난한 사람들의 위해 제가 무진장한 보물이 되고

그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되어

항상 그들 곁에 있게 하소서.

 

보호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제가 보호자가 되고

길 떠나는 이들을 위해 안내자가 되며

물을 건너려고 하는 이들을 위해

배가 되고 뗏목이 되고 다리가 되게 하소서.

 

육지를 찾는 이들을 위해 제가 섬이 되고

빛을 찾는 이들을 위해 제가 등불이 되며

쉼터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쉼터가 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제가 도우미가 되게 하소서.

 

제가 여의주가 되고

풍요의 보배창고가 되며

최고의 약초가 되고

강력한 진언이 되며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가 되며

소원을 들어주는 보석이 되게 하소서.

 

과거의 모든 성인들께서 깨달음의 마음을 일으키시고

수행의 모든 단계를 완수하셨듯이

저도 모든 생명들을 위해 그와 같이 깨달음의 마음을 일으키고

수행의 모든 단계를 완수하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올린 아름다운 소원, 저는 이 발원을 올릴 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정말 가슴이 뭉클해지죠. 내가 이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 그걸 생각만 해도 내 자신의 내면에 얼마나 위대하고 거룩한 불성이 함께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죠? 저 발원문 읽으니까 벌써 울먹거리죠? 항상 발원문 읽을 때마다 전 지금도 이렇게 울먹거려져요. 나무아래 앉아서 BTN 시청자 여러분 오늘 한 시간 동안 참 즐거웠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고요, 다음 시간에 만나 뵐 때까지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