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역사/전우용 사담

전우용의 픽 5화 - 3.1운동과 대한민국

Buddhastudy 2019. 5. 9. 20:02


사담 속 코너 전우용의 픽 입니다.

올해 3.1운동 100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서 정부에서도 민간에서도 여러 가지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낸 3.1운동 100주년의 일들이 미래에는 또 하나의 역사로 기억되겠죠.

그래서 오늘 전우용의 픽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나아가서 지금의 대한민국에 관한 이야기로 준비해 봤습니다.

 

제가 어렸을 대 국민교육헌장은 매를 맞아가면서 외웠어요.

그런데 헌법 전문을 외워본 적은 없습니다.

요즘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물어봐도 헌법 전문을 여러 차례 읽으라고 그렇게 가르치진 않는다고 그래요.

그래서 많은 시청자분들이 낯설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헌법 전문을 읽고 시작하겠습니다.

 

대한민국헌법

대한민국 제헌 헌법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7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라는 것이 우리 헌법전문입니다.

앞에 우리가 무엇을 계승했는지, 우리의 과제는 무엇인지 이것을 써놓고 나서

우리가 함께 공유하고 단결해야 할 가치로서 정의, 인도, 동포애 3개의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1987년에 개정된 현행헌법의 정의·인도·동포애가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가치로 규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실은 이것이 제헌헌법 때부터 들어있었던 것입니다.

 

우리국가공동체의 핵심가치는 헌법이 제헌헌법에서 현행헌법에 이르기까지 헌법이 제시하는 핵심가치는 정의·인도·동포애입니다.

어디에서 나온 이야기일까요?

어떤 의미일까요?

 

정의// 저마다 자기가 정의의 편이라고 주장합니다.

몇 해 전에 초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어봐도,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답을 제시해주지 않습니다.

이것 자체가 역사적 개념인 것이죠.

어떤 역사적 시대에 형성되어서 그 시대 사람들에게 공유되었던 개념입니다.

 

인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도주의의 준말이죠.

사람의 도리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자기는 사람의 도리를 다하는데, 남이 사람의 도리를 하지 않는다.’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역시 개념이 명백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헌법에 정의인도라는 명료하지 않은 개념을 쓴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 개념을 처음 썼을 때는 명료했습니다.

우리 역사상, 이 개념이 처음 공식적으로 등장한 문서가 기미독립선언서입니다.

기미독립선언서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인류통성(人類通性)과 시대양심(時代良心)이 정의(正義)의 군()과 인도(人道)의 간과(干戈)로써 호원(護援)하는 금일(今日) /

정의(正義)의 군()과 인도(人道)의 간과(干戈)로써

정의의 군대와 인도주의의 창과 방패라는 뜻입니다.

무엇이? ‘인류통성시대양심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시대의 인류통성과 시대양심은 어떻게 정의되었을까요?

 

1859년 찰스 로버트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간합니다.

아주 뜨거운 논란거리가 되었죠.

 

핵심은 인간은 신의 피조물이라기보다는

인간 아닌 다른 존재에서 진화해온

진화의 산물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무엇이 인간을 진화시켰느냐.

그것에 대해서 생물학자가 아니라 오히려 사회학자들이 답을 내놨습니다.

 

약육강식, 우승열패, 적자생존이라고 하는

경쟁만능의 가치관을 답을 내놓았던 것이죠.

 

힘 있는 자가 약한 자를

집어삼키고 괴롭히고 짓밟는 것은

일종의 자연법칙이다.

 

살기 위해서는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는

힘 만능주의의 세계관을 만들어냈고 유포시켰습니다.

그것이 그 당시를 풍미했던 제국주의 사상과는 아주 잘 어울렸죠.

 

그런데 힘 만능주의, 경쟁 지상주의 세계관으로 사람들이 빠져들어서

그렇게 살아온 결과가 무엇이었느냐 하면

경쟁의 경쟁, 제약 없는 경쟁, 바로 전쟁이었습니다.

그 전쟁이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던 것이죠.

 

어떤 자연재해도 그때까지 인류가 겪었던 어떤 자연재해도 어떤 신의 심판도 인간들끼리의 전쟁보다 참혹하지 않았습니다.

그 상황이 되자 인류의 지성이

그동안 경쟁 만능주의, 힘 만능주의에 빠져들었던 자기들의 삶을 자기들의 역사를 반성하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다른 동물들처럼 경쟁만으로 살아가지 않는 존재라는 자각을 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인도주의입니다.

 

인간은

동물과 다르다.

 

그들은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강자가 약자를 배려하는 존재이다.

 

강자가 약자의 권리를 짓밟는 존재가 아니라

강자가 약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존재라고

 

인간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을 정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인도주의입니다.

 

반성이 미흡해서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지만 인도주의의 정신은 1948년 세계인권선언으로 인류의 약속으로 자리 잡았던 것입니다.

3.1운동의 주요배경 중의 하나인 민족자결주의도 인도주의의 일부입니다.

 

약한 민족도

같은 인간으로서

생존할 권리가 있다.

 

이른바 다윈류의 사회진화론에 따르면 인류는 평등하지 않았습니다.

강한 민족이 있고 약한 민족이 있고, 약소민족이 짓밟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 기미독립선언서에서는

그때까지 세계를 지배했던 사고의 틀을 깨고

인류평등의 대의를 극명하게 된 것이죠.

이것이 3.1운동이 갖는 세계사적 의미입니다.

 

인도를 지키는 것, 인간의 도리를 지키는 것이야 말로, 올바른 대의다.

인류 평등의 대의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정의입니다.

인류 평등의 대의를 지키는 것이 정의였던 것이죠.

 

이 정신 때문에 기미독립선언서 공약 3장 첫 번째 문장이

금일 우리의 이번 거사는 정의, 인도, 생존과 번영을 위한이라는 단어로 시작했던 겁니다.

이 정신을 제헌헌법 제정할 때 그대로 승계해서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정의·인도·동포애로써 민족적 단결을 공고히 한다고 하는 구절을 넣었던 것입니다.

 

3.1운동 100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입니다.

우리가 함께 공유해야 할 100주년 역사의 기억, 그 기억에서 인식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저는 이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정의와 인도의 정신

무엇이 정의와 인도인가, 현시점에서

 

역시 전 인류가 공유하자고 약속했던 세계인권선언의 첫 번째

모든 사람은

어떤 인종이든지, 어떤 국가에 속하든지, 성별이 어떤지, 종교는 어떤지, 장애가 있는지 없는지, 이런 것과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평등하다.

 

그리고 약한 사람 소수자에게도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가 있다.

 

힘이 있다고, 돈이 있다고, 국력이 세다고

약한 자들을 짓밟고 무시하고,

우리가 그런 피해를 보면서 살았습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정의와 인도의 가치를 되새기고

그것이 단지 3.1운동 당시 제시되었던 가치일 뿐만 아니라

제헌헌법 이래 지금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정신으로

자리 잡아 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고

그 가치를 되새기는 3.1운동 100주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상 전우용의 픽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