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스케치·수학비타민

[수학비타민] 상상도 못한 정체, 숫자 탄생의 비밀

Buddhastudy 2019. 7. 4. 20:26


당연한 것 같지만 생각할수록 새삼 고마운 건, 세계 어디를 가도 아라비아 숫자를 공통으로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만약, 언어와 같이 숫자도 국가마다 다르다면, 외국에 갔을 때 기차는 몇 시에 떠나는지, 물건 값은 얼마인지 읽어내는 게 쉽지 않겠죠.

하지만 전 세계가 똑같은 아라비아 숫자를 쓰기 때문에 우리는 웬만한 수치적 정보를 큰 어려움 없이 알아낼 수 있습니다.

 

오늘 이런 수학 처음이지? 에서는 아라비아 숫자가 전 세계를 평정하고, 지구의 공통 숫자로 등극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올해는 2019년 기해년인데요, 아라비아숫자로 2019, 이렇게 간편하게 표현되지만, 그 이전에는 무척 불편한 방식이었답니다.

 

먼저 기원전 3000, 이집트로 가볼까요?

이집트의 숫자는 사물의 형상을 본 뜬 상형문자입니다.

1은 막대기,

10은 발뒤꿈치 뼈,

100은 감겨진 밧줄,

1000은 연꽃,

10000은 손가락,

100000은 올챙이 모양을 본 딴 건데요,

당시 올챙이나 연꽃이 아주 흔했기 때문에 큰수에 등장한 거죠.

 

1,000,000만에 해당하는 수인데요, 뭘 나타낸 것 같으세요?

1,000,000만이면 웬만한 사람은 놀랄 정도의 큰 수죠?

그래서 백만에 해당하는 숫자는 인간이 놀라 손을 번쩍 든 모습을 형상화 했습니다.

이러한 이집트 방식으로 2019를 나타내려면

1000을 두 번 적고, 10을 한번, 1을 아홉 번 적어야 합니다. 참 번거롭죠.

 

 

이번에는 고대 로마입니다.

로마 숫자는 지금도 책의 챕터를 표기할 때, 혹은 시계 자판에 사용되기 때문에 친숙하죠.

로마 숫자는 이집트 숫자와 마찬가지로 반복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이지만, 너무 여러 번 적어야 할 경우는 간편한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510에 가까운 수는 오른쪽에 더할 수를 적거나 왼쪽에 뺄 수를 적은 겁니다.

예를 들어 752를 더해서 또 910에서 1을 빼서 표기했습니다.

V + II = VII, I - X = IX

2019를 로마숫자로 나타내면 우선 천을 두 번 적고 MM, 십을 한번 X, 그리고 910에서 1을 빼서 IX 적었습니다.

 

 

중국의 경우 1부터 9까지의 기본 숫자가 있고, , , 을 나타내는 숫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2가지를 결합시켜서 수를 표기합니다.

2019라면 을 함께 적고, 을 적고, 를 적습니다.

만약 이집트나 로마의 방식을 따른다면 2천이 아니라 千千을 적었겠죠.

2000은 어찌 되어도 두 개의 숫자이지만, 만약 9000이라면 九千이냐, 아니면 9번 적느냐, 큰 차이죠?

 

 

, 이제 드디어 아라비아숫자입니다.

2019, 얼마나 간단해요.

2가 천의 자리에 있으니까 2천을 의미하는 거죠.

똑같은 2라도 백의 자리에 있으면 2백이구요,

이처럼 숫자가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자리값이 정해지는 방법을 위치적 기수법(위치가 자릿값을 결정)이라고 해요.

 

 

Q. 위치적 기수법은 자리값 때문이라도 0이 꼭 필요하겠네요?

맞습니다.

만약 0이 없다면 219가 있을 때, 이게 그냥 219인지, 2019인지, 2109인지 구별하기 어렵겠죠?

인도에서 숫자 0을 사용한 후에야 위치적 기수법이 확실하게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Q. 위치적 기수법을 완성한 것은 인도인데, 왜 아라비아 숫자라고 하죠?

실제 아라비아 숫자를 만들어낸 것은 인도이고, 그 숫자가 아라비아를 통해 유럽에 전파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인도-아라비아숫자라고 해야 하는데, 발명한 인도는 생략하고, 전달한 아라비아라고만 부르니까 인도로서는 좀 억울하겠죠?

 

 

Q. 아라비아 숫자는 이처럼 편리하니 금방 보급이 되었겠어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라비아 숫자가 유럽에 전해진 건 중세이지만, 수백 년 동안 로마 숫자와 아라비아 숫자 사아의 대립은 계속 됐어요.

 

당시 유럽에서 사용하던 로마숫자로는 계산이 복잡하기 때문에 수판을 이용해서 계산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마치 변호사가 법률자문을 하는 것 처럼요.

하지만 새로 들어온 아라비아 숫자로는 누구나 쉽게 계산 할 수 있기 때문에 계산가는 자리를 잃게 되었습니다.

조선시대에 한글이 창제되었을 때 일반인도 글을 쉽게 읽고 쓸 수 있게 되자 양반들이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과 비슷한 저항이었죠.

 

그것 말고도 아라비아 숫자를 반대한 이유가 있었는데요, 위조가 쉽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아라비아숫자 38로 만들거나, 혹은 0을 붙여서 수의 크기를 부풀리는 식의 조작이 가능하다는 거죠.

한때 이탈리아 피렌체에서는 아라비아숫자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미술 작품 소개해드릴게요.

16세기 초의 목판화인데요, 가운데에는 산술 여신이 있고, 좌우에 두 사람이 있습니다.

왼쪽에 상인은 아라비아숫자로 계산을 하고 있고, 오른쪽에 승려는 수판으로 계산합니다.

실용적인 상인들은 아라비아 숫자를 받아들여서 계산을 자유자재로 하는데, 승려들은 여전히 로마 숫자를 쓰면서 수판을 이용해 계산을 하는 거죠.

 

, 아라비아 숫자와 로마 숫자의 대결, 우리는 결론을 알고 있죠?

물론 이 그림에도 승패는 드러나 있어요.

산술여신은 상인을 바라보고 있고

여신의 드레스에는 아라비아숫자가 새겨 있기 때문이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아라비아 숫자, 그 편리함을 누리기까지 긴긴 세월이 필요했답니다.

이제부터 아라비아 숫자를 보면, 범상치 않게 느껴지실 거예요.

 

박경미의 이런 수학 처음이지?

다음에도 기대해주세요.

커밍~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