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알리대장경(담마빠다)

담마빠다(법구경) 74회 173. 앙굴리말라, 악행을 선행으로 덮은 이...

Buddhastudy 2020. 5. 21. 20:44

 

 

담마빠다 제13<세상>

 

173.

저지른 악행을

선행으로 덮는 이

그는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이 세상을 비춘다.

 

이 게송이 설해진 배경에는

이와 같은 이야기가 있다.

 

부처님께서 제따와나 정사에 계시던 때였다.

앙굴리말라는 꼬살라국 빠세나디왕의 왕실 제사장의 아들이었다.

 

앙굴리말라의 본래 이름은 생명을 해치지 않음이라는 뜻의 아힘사까였다.

아힘사까는 자라서 유명한 교육도시였던 탁실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공부에 뛰어났고 스승의 말을 잘 따랐기에

그 스승과 스승의 아내에게서 총애를 받았다.

 

그것을 시기하던 동료학생들이 스승에게 찾아가

아함사까가 스승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거짓으로 꾸며 말하였다.

 

처음에는 스승이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거짓을 말하는 제자들의 말에 넘어가

아힘사까를 파멸시키리라 다짐하였다.

 

그러나 스승은 자신이 직접 아힘사까를 죽이게 되면 처벌을 받게 될 것을 알고는

아힘사까를 죽이는 것보다 더 나쁜 계획을 생각해냈다.

 

스승은 아힘사까를 불러

아힘사까여, 내가 너에게 아주 특별하고 희귀한 가르침을 주겠노라.

이 가르침을 받기 위해선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느니라.

그것은 남자든 여자든 천 명의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이것을 해내는 자에게 나는 아주 특별한 가르침을 줄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아힘사까는 생명을 해쳐야 한다는 말에 두려움을 느껴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그 가르침을 얻고 싶은 마음에 결국 스승의 말을 따르겠다고 맹세했다.

 

그때부터 아힘사까는 사람을 죽이기 시작했다.

죽인 사람의 숫자를 기억하기 위해

그가 죽인 모든 사람들의 손가락을 하나씩 잘라 줄에 꿰어

그의 목에 목걸이처럼 걸고 다녔다.

 

그래서 그는 손가락 목걸이 라는 뜻의 앙굴리 말라라고 불리게 되었고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앙굴리말라의 만행을 듣게 된 빠세나디왕은

병사를 동원하여 그를 체포하러 떠날 준비를 하였다.

 

이런 왕의 소식을 들은 앙굴리말라의 어머니는

아들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왕보다 먼저 아들이 있는 숲으로 달려갔다.

그때 앙굴리말라의 목에는 1,000에서 하나가 모자란 999개의 손가락이 걸려있었다.

 

한편, 그날 아침 일찍 부처님께서는 세상을 두루 살피시다가

천 명의 사람을 채우기 위해 마지막 한 사람을 찾고 있던 앙굴리말라를 보셨다.

 

부처님께서 직접 앙굴리말라를 막지 않으면

앙굴리말라는 자신의 어머니까지 살해하여

지옥에서 끝없는 세월동안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을 아셨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자비심을 내시어 앙굴리말라가 있는 숲으로 향하셨다.

밤낮으로 잠을 못 잔 앙굴리말라는 너무 지쳐 쓰러지기 직전이었지만

천 명을 채우기 위해 살해할 마지막 한 사람을 찾아다녔다.

 

그는 누구를 만나든 그 사람을 바로 죽이리라 생각하고 주변을 살폈는데

그때 부처님이 보였다.

 

그래서 그는 칼을 높이 들고 부처님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달려갔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아무리 쫓아가도 부처님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처님을 향해

수행자여, 멈추어라! 멈추어라!”라며 소리쳤다.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나는 멈추었다. 멈추지 않은 건 그대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앙굴리말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여

수행자여, 어찌하여 그대는 멈추었고 나는 멈추지 않았는가?”라고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답하셨다.

앙굴리말라여, 나는 생명을 해치는 것을 멈추었고, 생명에 대한 폭력도 멈추었다.

그래서 나는 멈추었다라고 말하였느니라.

나는 어떠한 생명도 해치지 않고

생명에 대한 자비와 인욕, 그리고 참된 지혜를 갖추었다.

그러나 그대는 생명을 해치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생명에 대한 자비와 인욕도 갖추지 않았기에

멈추지 않은 건 그대이다라고 말하였느니라

 

부처님의 말씀을 들은 앙굴리말라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야말로 현자의 말씀이다.

이 수행자는 참으로 지혜롭고 두려움을 모르는 위대한 분이다.

그는 부처님이심이 틀립없다.

부처님은 내게 지혜와 자비의 빛을 보여주시려고 몸소 이곳에 오셨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앙굴리말라는 칼과 손가락 목걸이를 다 버리고

부처님께 용서를 빌며 제자로 받아달라고 요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앙굴리말라를 출가시키셨고

앙굴리말라는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열심히 수행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아라한의 경지를 성취하였다.

 

세월이 흘러 죽음을 맞이한 앙굴리말라에 대해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그가 완전한 열반에 들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이 게송을 설하셨다.

 

/저지른 악행을

선행으로 덮는 이

그는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이 세상을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