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색 LED 발명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나카무라 슈지는
‘세상의 상식을 거부한 연구자’라고 불립니다.
보통 노벨물리학상은 획기적인 ‘이론’을 고안하거나
자연에 대한 이해를 드높인 기초과학자의 업적에 주로 부여되는데
슈지는 이론이 아닌 실제 ‘발명품’으로 노벨상을 받은 것부터가 매우 독특합니다.
인류 생활에 실질적으로 공헌한 바가 그만큼 컸다는 뜻입니다.
현실에 밀착되어 있으면서도 왜 그는 상식을 거부한 연구자라고 불릴까요?
그가 중요시 여기는 6가지 철학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 하나, 엘리트보다 중요한 건, 낙오자.
실험은 이론보다 ‘감’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이론은 뜬구름일 경우가 많고 융통성이 없지요.
저는 연구원들에게 기존 이론을 활용하기보다 ‘감’으로 가능한 한 많은 실험을 진행해 보라고 합니다.
노벨상은 세상에 없는 것을 증명해야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당연히 어떤 책에도, 논문에도 쓰여 있지 않은 일이 일어나려면 ‘감을 중심으로 한 실험’만큼 중요한 게 없습니다.
한 번은 동경대 나온 신입이 연구소에 들어왔습니다.
그 친구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
“논문에 쓰인 그대로 했는데, 잘 안되네요.” 였습니다.
새로운 것을 하려는데 당연히 안 되죠.
그래서 저는 피드백을 이렇게 주었습니다.
“융통성 없는 논문으로는 백날 실험해봤자 소용없다.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판에 박힌 기존의 사고방식은 필요 없다.
새로운 발상과 예리한 감으로 끈질기게 실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행착오를 당연하게 받아들임으로써, 독창적인 방법을 찾아가라.”
교과서에 갇힌 헛똑똑이들보다
무수한 실험으로 꾸준하게 견디어낸 지방대학생들이
잘만 지도만 받는다면 훨씬 큰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 둘, 첫째도 실력, 둘째도 실력, 셋째도 실력주의!
일본에서 20대에 대학교수가 된다는 건 도무지 생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인맥보다 실력만으로 교수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인데 현실의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죠.
실력중심주의로 가기 위해, 현재 대학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저는 단호히 말합니다.
일본 대학의 입시제도부터 ‘완전히’ 없애야 합니다. 100%요.
자유롭게 진학을 하고
졸업을 어려운 체제로 만들어
정말 의욕 있는 학생들만 졸업시켜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암기 중심의 공부법으로는
노벨상? 택도 없습니다.
현 체제가 만들어낸 실력있는 학생들은 기존 대기업에 들어가 안정적으로 출세하기만을 꿈꾸고 최고 잘된다 해도 월급사장이 되는 것에 불과합니다.
상류인 교육체제가 오염되었는데, 어떻게 노벨상인 하류가 나올 수 있을까요?
일본에서는 노벨상 뿐 아니라 세계적인 벤처기업 육성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 셋, 노벨상은 반드시 ‘작은 기업’에서 나온다.
노벨상은 미친 짓을 해야만 받을 수 있습니다.
역으로 말하면 수많은 상사들이 있는 대기업에서는 결코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없습니다.
대기업의 폐쇄적인 관료구조에서는
기발한 ‘미친’아이디어가
절대 받아들여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현재 대학 시스템을 없애야 합니다.
지금처럼 핵상머리 공부만 하느라
아는 것은 많지만 행동이 따르지 않는
학생들의 숫자가 늘어나서는 안 됩니다.
“국어가 몇 점이네, 수학이 몇 점이네, 그래서 시립중학교 들어가는 건 문제없겠네...”
이런 따위로 의기양양한 것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창조적이고 독특한 일은 눈꼽만큼도 할 수 없기에 현실에서 응용을 할 줄 모르는 매뉴얼 인간 밖에 되지 못합니다.
특별한 출세는 절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어리숙해 보일지라도
무언가 집중하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아이가 크게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 넷, 노벨상을 수상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 꾸준함
서둘더라도 꾸준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 가지 일을 우직하고 깊이 있게 추구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납니다.
한 번 자신감이 생기면 그 다음부터는 비록 처음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할지라도 언젠가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내면에서 솟아납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노벨상을 타고 연구자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근원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천재적인 재능보다 중요한 건, 끝까지 해내려고 하는 의지입니다.
벽을 기어올라서라도 끝까지 해내겠다.
시간이 걸려도 상관없다.
멀리 돌아가도 좋다.
서툴러도 괜찮다.
어찌 되었든 하나를 완성하겠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으십시오.
* 다섯, 단순 연구자보다 CEO의 자세가 필요하다.
제가 미국에 가서 깜짝 놀랐던 문화 충격은 미국 대학교 공학부 교수의 약 50%가 벤처기업의 사장을 겸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미국 교수들은 새로운 연구성과가 나오면, 벤처사업 투자가와 연락을 취하면서 100억원 정도를 펀딩하기도 했습니다.
그 돈으로 실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판매도 하고, 그렇게 기업을 상장하거나 더 큰 대기업에 매각을 했습니다.
연구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제품으로 출시하여 거액을 거머쥐는 동시에 일반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이와 비교할 때, 일본의 상황은 어떨까요?
(한국은 어떤가요?) 과연 이런 일이 빈번할까요? 가능하긴 한 걸까요?
아닙니다. 일본 국립대학교의 교수가 비즈니스 사업을 한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일본학계는 공허한 ‘학술’만으로 가득차 있으며 대학교수가 벤처기업을 만든다는 것을 오히려 금지하는 문화가 강합니다.
고상한 학문을 하는 대학교에서 돈벌이라니! 말이 안 된다는 것이지요.
이런 보수적인 사고방식이야 말로 적폐이고 반드시 없어져야만 합니다.
솔직히 말해 미국 출신의 내 동료들은, 제가 일본에 거주하고 있을 때, 저를 ‘노예 연구가’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럴만도 합니다. 더 솔직해 볼까요?
제가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청색 LED’발명을 통해서 번 돈이 얼마인 줄 아십니까?
20만원이었습니다.
특허는 회사의 소유가 되며,
발명자에게는 특허권이 전혀 인정되지 않았지요.
이것이 일본 샐러리맨 연구자의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이 지속된다면 어떨까요?
뛰어난 일본의 연구가들이 모두 다른 나라로 떠나고 말 것입니다.
사실 제가 받은 노벨상, 일본이 그토록 소원하는 노벨상조차도 미국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별 것이 아닙니다.
창업하여 성공한 교수들은 큰 액수의 돈을 대학에 기부합니다. 이것을 노벨상 받는 것보다 더 뿌듯하게 여깁니다.
돈을 끌어오지 못하는 교수들은 ‘번변찮고 실력 없는 학자’로 인식되며 강의에 학생들이 없습니다.
비즈니스적으로 성공한 학자에게는 그에 걸맞은 부와 명예가 주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술 연구가 아닌 무언가 현실적인 제품을 만드는 일을 최후의 목표로 삼는 건, 당연합니다.
이것이 미국과 일본의 결정적인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일본을 보면 정부의 자금을 받아 운영되는 안일함이 팽배합니다.
특허가 나온다 해도 현실 세계에서 아무런 실용적 가치가 없습니다.
정말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대목입니다.
* 여섯, 공부의 진짜 이유, 자립적 인간되기
마지막으로 공부를 하는 진정한 이유는 노벨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공부하는 목적은
인생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스스로 해결책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함이어야 합니다.
공부는 자신감을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풀리지 않을 것만 같은 문제라도 부딪혀 해결하고자 애쓰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자신감이 쌓이게 되고,
축적된 자신감은 결국 난관을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됩니다.
젊은 시절에 열심히 공부하십시오.
결과가 잘 나타나지 않더라도 ‘끝까지 해내는 끈기’를 부디 놓지 마십시오.
강한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자립적인 인간으로 성장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참고: <끝까지 해내는 힘> 나카무라 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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