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는 간지럼 태울 수가 없습니다.
스스로 간지럼을 태울 때 약간의 자극은 느끼지만
다른 사람이 간지럼을 태울 때만큼 강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과학자들은 자신의 손이 아니라면
간지럼을 탈 수 있는지 실험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손이 아닌 로봇 손가락을 이용해서 간지럼을 태워도
자기 몸을 스스로 간지럼 태우지 못했습니다.
연구자들은 피험자들이 느끼는 감각은
뇌가 예상한 감각과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에
스스로 간지럼을 태우지 못한다고 봤습니다.
즉 뇌는 자신이 만든 감각이라고 판단하면
간지럼을 느끼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생각보다 단순한 능력이 아닙니다.
뇌는 심지어 보지 않고도
자신이 만들어 낸 감각이라고 판단해
간지럼 효과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데
뇌는 어떻게 이것을 가능하게 할까요?
뇌는 스스로를 간지럼을 태우려는 행동을 할 때
두 가지 같은 신호를 동시에 만들어냅니다.
첫 번째 신호는 간지럼을 태우라는 신호입니다.
두 번째 신호는 는 지금 간지럼을 태우는 신호가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신호입니다.
과학자들은 이것을 ‘동반 방출’ 혹은 ‘수반 방출’이라고 부르는데
첫 번째 신호와 똑같지만 대칭인 신호를 감각계 보내어
첫 번째 신호를 상쇄시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실험을 변형해 보았습니다.
피험자들이 로봇 손가락으로 자신을 간지럼 태울 때
피험자들이 조종하는 조이스틱 작동과
로봇 손가락이 가하는 자극 사이에
시차를 두거나
동작 패턴의 차이를 크게 만들었습니다.
쉽게 말해
자신이 간지럼을 태우더라도 예상하지 못하도록 했던 것입니다.
그 결과 피험자들은
시차와 패턴의 변화가 커질수록
스스로가 간지럼타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스스로를 간지럼 태울 수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뇌가 나 자신이 그 행동의 주체이며
그 자극을 느끼는 것이 나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자아 인식이 잘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만약 이런 주체감과 자아 인식에 문제가 생기면 어떨까요?
자아 인식에 문제가 생긴 조현병 환자들은
‘자아’와 ‘비자아’를 구분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들이 자기 손으로 직접 간지럼을 태웠을 때의 느낌과
다른 사람이 그들을 간지럼 태웠을 때의 느낌을 비교한 연구에서
그들은 똑같은 수준의 간지럼을 느꼈습니다.
즉 조현병 환자들 대부분은
스스로 간지럼을 태울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감각을 자신이 느끼고 있다는 주체감은
근본적 느낌이고 자연스럽습니다.
이 주체는 신체 감각에서뿐 아니라
우리가 생각할 때도 자연스러운데
간혹 그렇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 보통 언어가 사용됩니다.
그리고 생각을 소리내어 말하기로 결정한 순간
사고 과정에 관련이 깊은 전두엽은
언어가 만들어지는 영역인 측두엽과
근육 행동을 통제하는 영역인 운동피질에 명령을 보냅니다.
이 명령은 전기 신호로 전해지는데
이 전기신호는 신경세포에서 신경세포로 계속해서 경로를 이동하다
목소리가 만들어지는 후두에 이릅니다.
그리고 입술과 혀 근육은
말하도록 지시받은 단어를 발음하기 위해
함께 어우러지며 움직입니다.
그 결과 우리는 생각을 말하게 됩니다.
그런데 가끔 생각을 말할 의도가 없는데도
어쩌다 자신도 모르게 생각을 입밖으로 소리내어 말한 적이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이 영상을 보다가도
‘어, 신기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전두엽이 활성화됩니다.
그러나 간혹 일단 활성화되기 시작한 전두엽 신경세포에서의 신호는
전두엽에서 멈추지 않고 신호를 내보내기 시작하고
운동피질로 갔다가
후드근을 비롯해 입술과 혀 근육까지 활성화시킵니다.
그 결과 의도치 않게 생각이 입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다행히 이런 일은 계속해서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만약 계속해서 일어난다면
속마음을 나도 모르게 계속 말하게 되고
문제가 심각해지겠죠.
그러나 다행인 건 이것만이 아닙니다.
이렇게 어떤 때에는 튀어나오는 머릿속의 생각이
우리는 자기 자신의 목소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말을 하면
자신의 목소리가 귀에 닿는 순간
수반 방출계는 귀에 들리는 목소리를 예상했던 목소리와 비교합니다.
간지럼 때와 마찬가지로
말을 하라는 방출 신호와
이것이 내가 말을 하는 것이라는 두 가지 신호를 보내는 것이죠.
그런데 이 시스템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
수반 방출이 목소리가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을 상쇄해 주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바로 조현병 환자들에게 환청이 들리는 이유입니다.
그들은 머릿속 목소리를
자기 목소리라고 잘 인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자기 목소리를 다른 사람의 목소리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예일대학교의 랠프 호프먼은
조현병 환자 186명을 fMRI 스캐너 안에서
6분 동안 쉬게 하면서
뇌 신경망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건강한 사람 176명의 데이터와 비교했습니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에는
쉬면서 멍하니 있을 때
모두 여섯 군데의 뇌 영역이 활성화되었습니다.
환청을 듣는 환자들의 경우
이 여섯 영역 모두가 과다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연구진들은이 과다 연결 때문에
건강한 사람들이 멍하니 있을 때 일어나는 쓸데없는 생각들이
조현병 환자들에게는 병리적인 환청이 되는 것으로 봤습니다.
연구진들은 조현병 환자들의 환청이
유독 부정적인 이유도 추정했습니다.
공포 반응과 관련이 깊은 편도체와 해마방회의 과다 연결로
공포, 불확실성, 의심의 수준을 높여서
부정적 목소리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습니다.
이러한 특징들은 청각장애인인 조현병 환자들에게서 나타났습니다.
청력을 잃어도 환청이 들렸다는 것이죠.
조현병 환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인식하는 기능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인지하는 기능도 잃은 것입니다.
감각, 생각, 상상 등을 내가 한다는 주체감을 상실하고
수반 방출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망상과 환청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입니다.
망상과 환청의 내용은
개인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데
엘리에저 스턴버그 박사는
우리의 뇌는 무의식적으로
정보나 패턴들을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조현병 환자들이
각자의 인격에 맞는 해석을 만들어 낸다고 봤습니다.
예를 들어
종교적 믿음이 강한 사람은
머릿속 목소리가 신성한 존재의 목소리라고 주장 하고
스릴러 소설 애독자는
자신이 어떤 조직에 감시 당한다고 걱정을 한다고 합니다.
뇌의 무의식 프로세스는
그동안 누적된 별개의 감각 정보 조각을 모은 뒤
개인적 믿음, 두려움, 편견을 반영해
최대한 논리적으로 그 정보를 연결해
상황을 설명하는 이야기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가
의식적 경험이 되는 것이죠.
지금, 이 순간 존재한다고 느끼고
나 자신이 주체가 된다는 감각을 가지며
행동하는 존재로 느낀다는 사실은
당연한 듯하면서도 감사한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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