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마인드·드러내야산다

[뉴마인드] 뇌 스캔 영상의 진실 I 뇌과학자들의 최대논쟁

Buddhastudy 2024. 3. 26. 19:49

 

 

역사적으로 살아 있는 사람을 상대로

뇌를 해부하거나 실험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뇌의 기능에 대해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주로 동물의 뇌를 연구하거나 죽은 사람의 뇌를 연구해야만 하는 한계와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인류가 뇌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알게 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두개골의 모양으로

인간의 성격과 심리, 운명까지도 추정하기도 하는

골상학 퍼지기도 했었을 만큼

인류의 뇌에 대한 이해 수준은 꽤 낮았습니다.

그러다 19세기에 현미경 기술이 발달하고 해부학이 발전하면서

모든 생물이 세포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19세기의 가장 위대한 과학적 업적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이에 더불어 인간의 뇌를 더욱더 정확히 관찰할 수 있게 되었고

이때야 비로서 뇌도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뇌는 역사적으로 당대의 최고의 기술에 비유되어 왔는데

뇌가 외관상 여러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을 두고

뇌의 각 영역들은

마치 기계처럼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고 추정되었습니다.

지금도 일부 사람들이 뇌를

기계나 컴퓨터에 비유하는 것처럼 말이죠,

 

뇌의 어느 특정 영역이 어떤 특정 기능을 하는 것을

[국재화]라는 합니다.

19세기 중반부터는 언어나 운동 통제와 같은 일부 기능들이

어느 특정 영역들에 의해 기능한다는

즉 국재화가 이루어져 있다는 증거들이 발견되었지만

정신 활동들이 국제화되어 있음을 가리키는 증거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다 20세기 말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뇌영상 기법

기능적 자기공명 영상, fMRI가 등장하면서

뇌를 대하는 우리의 시각을 완전히 바꾼 연구들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fMRI는 서로 다른 영역들 간 혈중 산소헤모글로빈과

탈산소헤모글로빈이 보이는

자기 반응의 차이를 탐지하여

이를 뇌 그림에 밝은 색으로 표시해 줍니다.

 

fMRI의 미친 영향력은 대단했습니다.

30년도 채 되지 않아 10만 건이 넘는 논문이 출간되었고

현재도 매년 8천건 이상의 논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fMRI 덕분에 많은 연구들이 쏟아져 나왔고

많은 연구들이 뇌의 특정 영역들이

국제화되어 있을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1990년대부터 언론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엄청나게 받았는데

연구 결과에 수반되는 뇌 영상이 이목을 끌기 좋고

뇌의 작용 기재에 대한 설명이

상대적으로 단순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도박 중독자의 뇌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fMRI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뇌 영상은 침술 요법이 고통을 완화시켜 준다는 시각적 증거를 제공한다등등의

뇌영상 사진을 보여주며 주장하는 연구들이 있는데

지금도 뉴스나 인터넷, 유튜브에 널리 퍼져 있는

이런 뇌 스캔사진을 통한 결론에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fMRI는 뇌가 기본적인 생리

즉 신체 기관의 일부로서 수행하는 기능에 대한

단순 측정치를 보고하는 것으로

fMRI에서 얻어진 영상들의 결과는

결코 뇌신경세포

즉 뉴런들의 실제 활동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MRI

특정한 정신 활동을 수행하는 동안

활성화되는 뇌 영역을 정확히 규명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져

계속해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아왔습니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뇌과학계를 놀라게 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죽은 연어에게 여러 사진들을 보여주고

뇌를 fMRI로 스캔한 결과

죽은 연어의 뇌 영역에서 몇 군데 유의한 반응이 관찰된 것입니다.

 

fMRI의 전통적인 해석 방식을 따르면

죽은 물고기는 뇌의 매우 특정한 영역에서

주어진 사진들을 처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풍자적인 연구에서 잘 짚어낸 핵심은

결국 지금보다 훨씬 엄밀하고 복잡한 방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하물며 죽은 물고기의 뇌에서도

어느 영역이 어떤 기능을 한다고 유의미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데

살아 있는 피험자에게 충분히 이와 동일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 테니까요.

 

이 연구의 완전판은

2012년 이그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혹시 뇌스캔 사진을 보여주면서

어떤 행동을 했더니 뇌가 변했다거나

범죄자의 뇌는 다르다라고 주장하는 것 본 적 있나요?

 

이렇게 뇌스캔 사진을 보여주면

그 주장에 강력한 증거인 것으로 믿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주의가 필요합니다.

잘못된 뇌과학 지식이 전달되거나

오용, 악용될 소지가 있습니다.

 

뇌 스캔 사진으로 뇌의 활동 영역을 보여주며

뇌의 어느 특정 영역이 어떤 기능을 한다는 해석을 하는 연구들이 많고

그를 바탕으로 어떤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다른 예로 fMRI 영상 기법을 바탕으로

남성과 여성의 뇌의 해부학적 기능적 차이를 밝혀주며

이를 통해 행동상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어 왔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남녀 뇌 사이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의 뇌는

해부학적, 기능적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뇌 영상 스캔이나 해부를 통해

식별할 수 있는 전형적인 남성뇌 혹은 여성뇌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실 모든 사람의 뇌는 다르고

같은 유전자의 쌍둥이의 뇌도 다릅니다.

 

이렇게 많은 뇌 영역의 기능을 밝히는데 사용된 fMRI의 큰 문제 중 하나는

정밀도가 너무 낮다는 점입니다.

뇌는 너무나도 밀집되어 있어서

뇌 영상의 각 복셀(픽셀) 안에 무려 550만 개의 뉴런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fMRI가 포착하는 뇌 활동의 단위가 지나치게 성기기 때문에

실제 활동이 발생하는 규모

즉 신경망 내의 개별 세포 및 시냅스의 활동은

뇌 영상에서 절망적일 정도로 뭉개져 표현되고 맙니다.

 

또 다른 문제는 시간입니다.

fMRI는 초단위의 활동 변화를 측정하는데 비해

뉴런이 정보를 전송하는 속도는 밀리초 단위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사진을 보는 순간

뇌는 사진 속 형상의 기본 구조를 재구성하고

이어서 그 재구성의 결과를 이미 가지고 있는 기억들과 비교를 하고

더 나아가 우리는 기억하는 이미지들 중 하나가

사진 속에 있는지 판단도 해냅니다.

 

이 모든 과정이 0.03초 이내에 이루어지고

게다가 무엇을 보고 반응하기 위해

손가락을 까딱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0.45초 정도입니다.

 

뉴런의 활동들이 너무나도 빠르기 때문에

초단위로 측정하는 fMRI로는

측정할 수조차 없는 부분이 상당한 것입니다.

 

더욱더 충격적인 사실은

fMRI가 뇌의 작용 기재에서

가장 핵심적인 양상 중 하나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바로 활동과 억제 간의 차이입니다.

 

뇌는 행동을 하기 위해 활성화되기도 하지만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기능하기도 하는데

fMRI에서 그 차이를 확실히 보여주지 못합니다.

fMRI는 해상도도 너무 낮아서

단일 세포들 혹은 세포들의 연결망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밝혀줄 수가 없습니다.

 

그저 아주 대략적인 수준에서

어딘가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거나

적은 활동이 일어나는 장소인지만 알려줄 뿐입니다.

그것도 아마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MRI 바탕으로

뇌의 특정 영역이 특정 기능을 한다는 연구들은 쏟아져 나왔습니다.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사실 뇌의 기능이 국제화되었는가는

지금까지도 모든 뇌과학자들이 합의하지 못한

뇌과학계 최대 논쟁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소뇌는 운동 통제와 관련 있는 영역으로 알려져 왔지만

이제는 광범위한 심리 기능에도 관여하며

피질과 감각 영역에서 신호를 입력받아

뇌의 보상 영역들로 보내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시각적 주의와 사회적인 행동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뇌의 어떤 영역이

어떤 특정 기능을 한다는 것이 불분명한 부분이 있고

사실 전반적으로 아직도 인류는

뇌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실존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fMRI 연구자들은

자신의 실험을 자랑스러워하며

일부는 자신의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국제화에 대해 확고한 모습을 보입니다.

 

2017fMRI를 이용하여

얼굴 처리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이는 방추 얼굴 영역을 규명한 캔위셔는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기능적으로 특별한 뇌 영역들은

실제로 구획화되어

고유의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뇌 과학자들은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이따금씩 드러나는 아니한 fMRI 데이터 해석 방식에 대한 짜증과 더불어

방법론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으로 인해

fMRI 기법을 사용하는 측과

그렇지 않은 뇌과학자들 사이에는

합의되지 않는 깊은 골이 생겼습니다.

 

fMRI에 대해 회의적인 뇌과학자들은

보통 개별세포나 특정 유전자의 가해지는

매우 정밀한 효과를 탐구하는데 익숙하지만

fMRI는 실제 뉴런의 신호처럼

뇌에서 정말 중요한 활동들을 측정하지 못했으므로

fMRI를 그리 대단하게 여기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fMRI가 전혀 쓸모 없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가끔 몇몇 fMRI 연구에서

지나치게 부풀려진 주장을 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fMRI는 영역별 활동 변화를 규명하고

이 변화들을 행동이나 심리적 변화와 관련지어 분석하는

강력한 비침습적 기법의 대명사입니다.

살아 있는 뇌의 활동을 안전하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인 것이죠.

 

뇌 영상 연구는 뇌의 역동적인 역할을 강조하며

정신적인 처리 과정이 이루어지는 동안

각 영역들 간의 연결성이 중요함을 조명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미래에는 초고강도 MRI 쓰이게 되면

더 세밀한 영상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뇌의 영역들이 고유의 기능을 가진다는

fMRI 바탕으로 한 기존의 연구 결과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되는 걸까요?

뇌의 기능은 국제화되어 있기도 하지만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기도 합니다.

즉 뇌 기능은 분리와 통합을 모두 수반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하나의 기능이 어느 하나의 영역으로 정확하게 국재화 될 수 없고

어떤 기능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해당 영역이 기능적 총체 내로 통합되어야만 합니다.

 

쉽게 말해 각 영역이 주로 맡은 기능은 있지만

반드시 그 영역만이 그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고

각 영역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려면

뇌 전체의 뉴런 네트워크와 연결되어야 합니다.

 

fMRI 뇌 스캔 사진을 보여주면서 하는 어떤 주장들에 대해

무조건적인 신뢰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 데이터 해석 방식이 너무 아니한 것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으니 유의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