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못산다고 그러세요. 아까도 얘기했잖아. 잘 사는 사람은 내가 잘 살고 있는지 이런 의심이 안 들어요. 못살기 때문에 잘 살고 있느냐? 이런 게 의심이 들고, 우리 부부가 전생에 뭐냐? 이런 의심이 드는 거는 부부가 관계가 안 좋을 때 마음에서 그런 의심이 드는 거니까. 그건 스님이 보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이미 벌써 그런 의문을 갖는다는 거는 자기에게 뭔가 조금 부족한 게 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거요. 뭐 어디 나쁜 짓을 했다. 이런 얘기가 아니라. 그런데 제일 중요한 거는 이런 즉문즉설에는 남의 얘기를 와서 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거요.
좋은 말씀이 없어요. 자기가 잘 살고 있는지 자기가 알지 누가 알겠어요? 옆에 사람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거지를 해도 딴 사람이 볼 때는 바보 같지만 본인은 어때요? 행복한 게 있고. 고관대작을 하는데 옆에 사람이 보긴 다 좋아 보이는데 자기는 어때요? 괴로운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건 누구도 남이 대신할 수가 없어요. 부처님이 젊은 시절 때 왕자 때 인물도 잘생기고, 앞으로 왕 될 사람이고, 그러니까 부처님은 지금 인생의 생로병사 때문에 너무너무 고민이 많아가지고 왕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떠나려고 하는데.
어떤 여자가 부처님이 턱 말을 타고 지나가니까 왕자로 있을 때 출가하기 전에 말을 타고 가니까 어떤 여자가 창문 밖으로 노래했다고 그래요. “저 사람을 아들로 둔 여인은 좋겠다.” 저런 사람 아들로 둔 여인은 얼마나 행복하겠냐 이거야, 또 “야~ 저런 사람을 남편으로 둔 여자는 얼마나 좋겠느냐?” “야~ 저런 사람을 아버지로 둔 여인은 얼마나 좋겠느냐?” 여인으로서 옛날에는 남자에 의지해 살잖아. 그러니까 아버지가 왕인 여자는 행복해요? 안 해요? 행복하죠. 남편이 왕인 여자는 행복하다고 보죠.
또 자기 아들인 왕인 여자도 행복해요? 안 해요? 행복하다고 이런 사람이 세상에서 부러워하는 사람이잖아. 그렇게 부처님을 여인은 보고 부러워했는데 부처님 본인은 정작 어때요? 하루도 더 이상 왕궁에 있기가 힘들고. 그래서 모든 걸 버리고 왕위도 가족도 다 버리고 길을 떠나려고 하는데 여인이 그렇게 창 밖으로 노래를 불렀어. 이게 인생이라는 거요. 아시겠어요? 그러니까 자기가 행복한지 안 한지는 자기가 알지 그걸 남에게 물어보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지 인생 지가 사는 거니까. 내가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질 수도 없고 남이 원하는 걸 내가 다 들어줄 수도 없어요. 내가 원하는 건, 되는 건 되고 안 되는 건 안 되고. 그렇게 인생을 사는 거고, 남이 원하는 것도 해줄 수 있는 건 해주고 못해주는 건 “죄송합니다.”하고 넘어가는 거요. 스님도 강의 해달라는 거 다 해줄 수 있을까? 없을까? 못해줘요. 들어오는 거 열 개중에 한 개도 못해요. 그럼 뭐 신경질내면 되겠어요? 으음.
그냥 “죄송합니다. 아이고 강의가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이러고 그냥 넘어가면 되는 거요. 어떤 여자가 스님보고 “데이트 좀 합시다.” 하면 해 줄 수 있어요? 없어요? 그러면 그 사람이 그럴 거 아니오? “일체중생 구제하기는 놔두고 나라고 하나 구제해라.” 이렇게 덤비면 어떻게 해요? 말은 맞아요? 안 맞아요? 맞지. 우리 아버님이 손자 하나 보고 싶다고 애걸복걸 하면 어떻게 해요? 아들이니까 효자 하려면 낳아야 되요? 안 낳아야 되요? 낳아야 되요. 이런 거 다 들어줄 수 있어요? 못 들어줘요.
부모소원도 못 들어주고 그런 거요. 인생이라는 건. “죄송합니다.” 이러고 넘어가는 거요. 자기가 어떻게 남편을 행복하게 해요? 자기 인생 자기가 사는 거지. 그러니까 그런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자기 인생이나 똑바로 살면 되요. 자기가 남편한테 제일 잘해줄 수 있는 건 뭐요? 자기가 행복하게 사는 거요. 그것이 남편한테 제일 좋고 자식한테도 제일 좋은 거요. 여러분이 행복하게 사는 게 이 세상을 위해서 가장 잘 하는 거요. 으음.
내가 나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알아야 남도 소중하게 여길 줄 알고, 남으로부터 소중하게 여김을 받을 줄도 알아요. 받을 수도 있어요. 내가 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데 어느 놈이 나를 소중하게 여겨주겠으며, 내가 나를 소중하게 여길 줄도 모르는데 어떻게 남을 소중하게 여기겠어요?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나를 사랑해주겠으며, 내가 나도 사랑할 줄 모르는데 어떻게 남을 사랑하겠어요?
그러니까 자기를 사랑하는 길이 남으로부터 사랑 받는 길이고, 남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길이고. 자기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남으로부터 소중하게 여김을 받을 수 있는 길이고 남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길이다. 그러니 딴 얘기할 필요 없이 누가 행복해야 된다? 내가 행복해야 돼. 남편 자식 얘기할 필요 없어요. 남편이 죽어도 나는 행복해야 되고, 바람을 피워도 행복해야 되고, 그 인간 괴로워도 나는 행복해야 되고. 이래야 되요. 왜?
이거는 누구하고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이건 누가 대신해 줄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는 거요. 그런데 여러분은 지금 “아이고 그 인간이 술을 먹어가지고 내가 못살겠다.” 그러면 한 남자 술 먹는데 거기 목매달고 자기 인생 버리겠다는 거 아니오.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이에요. 남편 죽었다고 내 울고 사는 사람 있어요. 얼마나 바보 같은 인생이요? 죽은 뒤에 뭐라고 그래야 된다? “아이고 잘 죽었어요. 안녕히 가세요.” 이러고 나는 재혼하고 싶으면 재혼하고, 혼자 살고 싶으면 혼자 살고. 이렇게 살면 되는 거요.
내가 이렇게 얘기하니까 스님 너무 인간이 좀 매정하지 않습니까? 그러는데 인간이 본래 그렇습니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남편이 너무 아내에게 잘해줬어. 그러다 남편이 갑자기 돌아가셨어. 그러면 아내가 살기 힘들겠어요? 안 힘들겠어요? 힘들지. 그래서 초상집에 가면 저 붙들고 이렇게 얘기해요. “아이고, 스님 남편 죽고 이제 나는 어떻게 혼자 살아요?” 이래요. 남편 걱정해요? 지 걱정해요? 남편 죽었는데 죽은 남자 걱정 안하고 지 살 걱정해요. 사실은 솔직하게 말해서 살은 지가 무슨 걱정이에요? 죽은 사람도 있는데. 그런데 이게 인간이라는 거에요.
죽은 사람은 걱정이 하나도 안 되고 누구 걱정하고 있다? 내 살 걱정 하는 거요. 거기다 또 이런다. “아이고, 애가 둘이나 되는데 내가 저걸 어떻게 키워요?” 애 걱정해요? 지 걱정해요? 지 걱정해요. 이게 인간이다. 이 말이오. 인간을 너무 고상하게 생각하면 안 돼요. 이게 인간이에요. 남 걱정한다는 거 다 거짓말이에요. 그런 말 믿으면 안 돼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인간은 자기밖에 걱정할 줄 몰라.
이게 인간이기 때문에 자기밖에 걱정할 줄 모르는 인간이 나다. 그러고 다른 사람도 그렇다. 이거 인정하면 이기주의라는 거 보고 욕할 필요가 있어요? 없어요? 없어요. 그 인간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인간이 다 그래요. 이걸 기본적으로 이해하면 사람 사이에 남편이 이기적이다. 이거 갖고 시비할 필요 없어요. 여러분 결혼할 때 이기적으로 했어요? 안 했어요? 지는 인물 못 생긴 게 꼴에 꼬라지는 꼭 잘생긴 거 찾지, 돈 있는 거 찾지, 공부 많이 한 거 찾지. 아이고. 결혼할 때 선볼 때 따지는 거보면 이기주의의 극치란 말이오. 그걸 인정하고 살면 싸울 일이 없어요.
그런데 늘 이걸 인정을 안 하고 나는 헌신적인데 너는 이기적이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게 문제란 말이오. 그래서 만약에 남자가 여자한테 계속 돈도 안 벌고 술 먹고 애를 먹였어요. 남자가 여자가 술 먹지 말라는데도 매일매일 술 먹다 갑자기 죽었어요. 그러면 남자가 죽으면 여자가 “아이고 저 인간이 죽으면 나는 어떻게 살까?” 내 걱정할까? 그 인간 불쌍히 여길까? 그 인간 불쌍히 여깁니다. “아이고 그렇게 죽을 줄 알았으면 술이라도 실컷 먹 게 해줄 걸.”
그러니까 남자들 애먹이다 죽어야 죽은 뒤에 동정 받습니다. 아시겠어요? 잘해주고 죽으면 하나도 동정 못 받고 지 살 걱정해. 이게 인간 심리라는 거요. 인간 심리가 이렇게 움직인다. 그러기 때문에 여러분이 자식한테 잘해주면 자식이 고마워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아시겠어요? 잘해주면 잘해준 것이 습관이 돼 버리기 때문에 계속 잘해달라고 그러기 때문에 조금 못해주면 어떻게 된다? 원수 되는 거요.
그래서 남은 원수 안 되는데 가까이 있는 사람 부부지간에 자식 간에 원수 되는 거요. 그러니까 여러분은 애기를 낳아서 키워서 아주 거꾸로 애기 때문에 고생한다 하더라도 어미는 애기를 키워야 돼? 안 키워야 돼? 키워야 돼. 그런데 여러분은 자꾸 덕 보려고 하잖아. 덕 보려고 하기 때문에 여러분 인생이 피곤한 거요. 그래서 항상 결혼할 때 덕 보려고 했기 때문에 결혼생활 해보니까 이게 덕이 별로 없어. 살아보니까 에이~ 혼자 사는 거 보다 못하다 싶은 거요.
조금 더 있으면 이럴 바에야 혼자 사는 게 낫겠다 싶은 거요. 그래서 지금 늘 아침에는 헤어지려고 그러고 저녁엔 또 그냥 넘어가고, 아침엔 또 헤어지려고 그러고. 이러다 어영부영하다 살잖아요. 지금. 좋아서 사는 사람 몇 명이나 있어요? 으음. 이게 인생이라는 거요. 그러니까 이게 덕 보려고 하는 데서 항상 계산적으로 우리가 산다는 거요. 계산, 항상 계산해. 친구라고 하면서도 계산하잖아. 친구라고 하면서 돈 빌려서 줘서 뗐으면 그만이지. “이 놈의 새끼가 친구를 속여먹었다.” 그럼 친구 아니지.
그 친구가 내 돈 떼먹었다고 그 나쁜 놈이라고 하지만, 나도 돈 좀 잃었다고 친구를 욕하면 그거 친구 아니잖아. “아 친구가 어려워서 그런가 보다.” 이게 친구지. 우리는 친구도 아니고 부부도 아니고 사랑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오직 이기적이에요. 그러니까 내가 이기적일 때 남도 이기적인 걸 인정을 하자. 내가 내 생각 고집할 때 남도 자기 생각 고집하는 거 인정하자. 내가 내 중심일 때 남도 자기중심인 걸 인정을 하자. 이렇게 인정만 해도 싸울 일일 별로 없어요.
으음. 저 사람이 저럴 수도 있겠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그런데 우리가 이게 전도몽상이라 그래. 잘못 알고 있다. 이 말이오. 사람을. 그러면 인간이 꼭 나쁜 놈이다. 이기적이라는 걸 나쁘다고 해석하시면 안 됩니다. 아시겠어요? 그게 인간성이다. 이게 무슨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사람이 자기를 중심에 놓고 세상을 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이걸 만약에 내려놓을 수 있다면 이게 중생심인 데 이걸 내려놓을 수 있다면 뭐가 없어진다? 괴로움이 없어진다. 이걸 내려놓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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