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5)

[법륜스님의 하루] 남편과 갈등이 심해서 괴롭습니다. (2025.01.28.)

Buddhastudy 2025. 1. 31. 19:15

 

 

저는 분수도 모르고 결혼을 해서

아이도 둘이나 낳고 살고 있습니다.

결혼 이후 줄곧 남편과 평행선을 달리며 심하게 갈등하고 있어서

늘 괴롭습니다.

저는 학창 시절부터 모범적인 삶을 살아왔습니다.

저는 기준과 규정을 지키며

사람으로서 마땅히 따라야 할 삶을 사는 것이 편안한데

그에 비해 남편은 자유분방한 스타일입니다.

남편이 무언가 교양 없고 품위 없어 보이거나

인성이 의심되는 망나니 같은 행동을 할 때 많이 불편합니다.

또 그런 행동들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 때

남편에게 말을 안 할 수가 없는데

아무리 좋게 이야기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많고

남편이 화를 냅니다.

남편이 불같이 화를 낼 때 말하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자기가 아무리 이상하고 잘못된 행동을 해도

너는 내 편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화가 난다는 것이고,

둘째는 자기는 문제가 없고 제가 이상하다는 겁니다.

자기가 문제가 있다는 건지 없다는 건지

스스로도 혼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남편이 무조건적으로 존중받고 싶어 하는 마음도 이해되지만

마냥 그럴 수 없는 게 제 마음입니다.

이 두 가지 마음의 괴리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그런 가치관의 관점 차이 말고

지금 결혼 생활을 하는 데 어떤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까?

 

...

 

제가 말하는 어려운 문제라는 것은

첫째, 경제적 측면에서 전혀 자기 역할을 못 한다거나,

내가 벌어온 돈까지도 낭비를 하는 게 있느냐는 겁니다.

 

둘째, 밖에 가서 다른 여자를 만난다든지

기본적인 결혼 생활의 약속을 안 지키는 것이 있느냐는 겁니다.

 

셋째, 내 잔소리를 듣고 화가 나서 고함을 치는 건 그럴 수가 있는데,

그게 아니라 성격 자체가 폭력적이라거나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성추행을 하거나 사기를 치는 것처럼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행동을 하느냐는 겁니다.

 

...

 

그러면 남편에게 어떤 좋은 점이 있어서 결혼을 했습니까?

옛날도 아니고 요즘은 만나서 이야기도 좀 해보고 결혼을 하지

사진만 보고 결혼하지는 않잖아요.

 

어떤 점이 좋았어요?

경제적인 생활 능력은 있습니까?

 

자신의 가치관을 상대에게 자꾸 요구하는 것은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만약 한 명은 종교가 불교이고, 한 명은 기독교라고 하면

그저 서로 종교가 다른 것일 뿐입니다.

믿음, 가치관, 관습의 차이는 서로 다를 뿐입니다.

 

그것처럼 나는 모범생으로 살아온 것이고

남편은 자유분방하게 살아온 겁니다.

모범적으로 산 사람이 장점도 있지만 고지식한 단점도 있습니다.

또 자유분방하게 산 사람도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도덕적으로 세상에 물의를 일으키거나 범죄에 관여되거나 그런 정도가 아니라면

원래 저 사람은 자유분방한 사람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정리 정돈을 잘 못한다든지

약속 시간에 늦게 온다든지

이런 정도라면, 큰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그러면 이건 아니다.’ 싶은

남편의 행동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약자를 비하하는 말을 한다든지,

아이 앞에서 아이의 친구 사진을 보면서 외모 비하를 한다든지,

항상 좀 삐딱하게 보는 게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편이

내가 인격적으로 존경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부도덕하다거나 범죄자 수준은 아니거든요.

 

요즘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행동을 한번 보세요.

상식적으로는 조금 이해하기 어렵지 않아요?

그런 사람을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 사는 사람들의 절반이 지지하는 것이 이

세상이잖아요.

 

미국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이민을 가겠다고 했거든요.

어떻게 저런 사람을 한 나라의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느냐며

거부감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저는 충분히 그런 감정이 일어날 수 있다고 인정을 합니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행동이

전부 나쁜 것만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성차별이나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다든지

난민을 조롱한다든지

이웃 나라인 캐나다와 덴마크에 대해서도 안하무인격의 발언을 한다든지,

이런 모습을 보면 상식 이하입니다.

반면 어떤 면에서는 그런 성격의 사람이기 때문에

북미 간에 대화를 성사시키기도 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끝내기도 하고

그런 장점이 있는 겁니다.

이렇게 파격적인 면도 있어서

오히려 평화를 가져오는 데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남편이 타인의 외모를 비하하고 말을 함부로 하는 것 때문에

이런 인간하고는 도저히 한 집에서 몸을 섞고 사는 게 체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이혼의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치관이 서로 다른 것을 가지고

너는 틀렸고, 내가 옳다하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본다면

이것은 질문자의 잘못입니다.

 

아빠의 행동 때문에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닙니다.

엄마가 아빠에게 문제가 있다.’ 하고 아이에게 말하기 때문에

아이는 우리 아빠에게 문제가 있구나하고 인식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서 아이는 동시에 아빠의 모습을 닮게 되는 거예요.

 

엄마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남편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지면

아이는 나중에 스스로 선택을 합니다.

나는 엄마 같은 사람이 좋다.’, ‘나는 아빠 같은 사람이 좋다.’

이렇게 선택할 뿐이지

아빠가 문제이다.’ 이렇게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나중에 커서

아빠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아이에게는 이렇게 말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세상 사람은 다 똑같지 않다.

엄마는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이고

아빠는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래서 엄마는 좀 고지식한 면이 있고

아빠는 창의적일 수가 있다.

그러나 아빠는 다른 사람에게 좀 예의가 없어 보일 수가 있지.

엄마는 남을 고려하고 예의는 있는데 약간 답답한 구석이 있단다.

이렇게 세상 사람은 서로 다른 거야.’

 

그러면 아이는

큰 문제없이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습니다.

 

(말씀해 주신 부분에 대해 동의가 되는데요.

저도 모르게 자꾸 내가 옳다하는 고집이 올라오는데,

어떻게 하면 고집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꼭 고집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결혼 생활 파탄의 원인이

남편의 자유분방함에 있는 게 아니고,

그것을 문제 삼는 나에게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남편이 문제라서 결혼 생활이 어려운 게 아니라

내가 내 가치관을 고집하기 때문에 결혼 생활이 어려운 겁니다.

자신의 가치관을 고수하기 위해 이혼을 해도 됩니다.

 

그럴 때는 나는 누구하고 살아도 어렵겠구나하는 걸 알고

혼자 살면 괜찮습니다.

그런데 혼자 살지 않고 또 누군가와 결혼해서 살게 되면

품위 면에서는 나하고 맞지만,

성격이나 믿음 등 다른 문제 때문에 안 맞아서 못 살겠다.’

이렇게 될 확률이 매우 높아요.

 

나의 가치 기준을 고집하려면

헤어지는 수밖에 없고

같이 살려면

나의 가치 기준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거예요.

 

저는 목사님, 신부님들과 함께 환경 운동, 평화 운동, 구호 활동을 같이하는데

제가 음식을 준비했는데도

하나님 아버지,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음식은 내가 준비했는데 왜 엉뚱한 곳에 감사하느냐?’

이렇게 생각하면 같이 일을 못 합니다.

저도 같이 아멘!’ 하고 기도를 해야

그분들과 같이 일을 할 것 아닙니까.

 

이렇게 무언가 같이 할 때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예요?

 

(일단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남편이 성추행을 하거나

성폭행을 하거나

사기를 치거나

욕설을 하거나

폭행을 하거나

도둑질을 하는 게 아니면

법률적으로 문제없는 사람이에요.

 

약속에 늦게 오는 사람도 있고 일찍 오는 사람도 있듯이

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저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듯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는 겁니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동물을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겁니다.

동물을 좋아한다고 해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이

서로 다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이 세상에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데

고양이를 왜 좋아하나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같이 살기 어렵죠.

그럼 같이 안 살면 돼요.

 

예를 들어,

저는 동물 털에 알레르기가 있어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과는 공간을 같이 안 씁니다.

누군가 개를 태운 차에 저보고 타라고 하면

저는 알레르기 때문에 안 탄다고 말합니다.

내 건강을 내가 돌봐야 하니까요.

 

그것처럼 남편의 자유분방함과 거친 말투를 인정하면 돼요.

범죄를 저지르거나 부도덕한 행위가 아니라면

사람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겁니다.

그렇게 관점을 바꾸어서 한번 살아보면 좋겠어요.

도저히 못 살겠다 싶으면

그때 다시 이혼을 검토해 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