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로 결혼 15년 차인데 아직 부부싸움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거든요.
둘이 사이가 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
제가 불만이 있어서 막 뭐라고 해도 남편이 말대꾸를 안 해서 그렇습니다.
남편이 도무지 말을 안 해요.
어느 정도로 말을 안 하느냐면, 차를 종합검사하기 위해 정비소에 갔더니
벌써 차량 검사가 다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당신이 했나?’ 하고 물으니까
‘했다’ 이럽니다.
차량 검사를 했으면 말을 좀 해줘야지 그 말도 안 합니다.
또 제가 밥을 차려놓고 ‘밥 먹을 거야? 안 먹을 거야?’하고 물어보면
‘먹을게’ 또는 ‘안 먹을게’ 이렇게 대답을 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남편은 대답을 안 합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물어보면 ‘먹어라’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러면 저는 그 말이
먹는다는 뜻인지, 안 먹는다는 뜻인지 알 수가 없어서
속이 터집니다.
‘응’, ‘아니’ 둘 중에 하나만 말하면 되는데, 말을 안 하니까
제가 몇 번을 물어봐야 합니다.
저한테만 그렇게 하면 ‘내 과보구나’ 하고 말 텐데
애들한테도 아빠가 먼저 살갑게 말을 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하고 앞으로 계속 살아야 되는지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혼도 생각할 정도입니다.
아직 애들이 어리니까 ‘내가 참자’ 이렇게 마음을 먹고 위기를 넘겨왔는데
이제는 한계가 왔습니다.
아이들도 제가 보고, 집안일도 제가 다 합니다.
제가 남편에게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말만 조금 해주면 되는데, 그걸 안 하니까 너무 답답합니다.
남편의 말문을 틔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질문자가 말을 안 하면 됩니다.
...
꼭 해야 할 말이란 게 없어요.
‘꼭 해야 할 말이 있다’ 하는 그 생각이 잘못된 거예요.
질문자는 집에서 개를 키우나요?
개를 한번 키워 보세요.
개가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할까요?
개는 말을 안 하기 때문에 키우기가 쉬운 겁니다.
개한테 ‘밥 먹을래? 안 먹을래? 말을 해라!’ 이렇게 합니까?
그냥 밥을 줍니까?
질문자가 잘못 생각하는 거예요. ‘
여보, 밥 차려놨어’ 이러거나 ‘밥 먹자’ 이러면 되지,
왜 ‘먹을래? 안 먹을래?’ 이렇게 물어요?
그냥 ‘밥 먹자’ 이러면,
본인이 안 먹고 싶을 때는 본인이 안 먹겠다고 답할 거예요.
밥을 먹고 싶을 때는 아무 말하지 않고 와서 먹을 겁니다.
질문자가 자꾸 ‘먹을래? 안 먹을래?’ 이렇게 묻는 게 문제입니다.
앞으로는 그냥 강아지를 키운다고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남편은 본인이 알아서 똥오줌을 가리잖아요.
그리고 자기가 알아서 자동차 검사도 해준다면서요.
자동차 검사를 하려고 했는데
‘이미 해놨다’ 하면 ‘아이고, 잘 됐네’ 이러면 되잖아요.
질문자가 직접 차를 몰고 가서 검사하는 게 쉬워요?
검사가 다 되었다는 소식을 듣는 게 쉬워요?
질문자가 자동차 정비소에 가서 검사를 한 다음
자동차를 가져오는 게 쉬워요?
물어보니까 ‘이미 검사가 다 됐습니다’ 해서 바로 가져오는 게 쉬워요?
남편이 질문자한테 아무 손해도 끼치는 게 없잖아요.
그런데도 질문자가 자꾸 남편을 문제 삼으면
아이들도 아버지가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생각하게 됩니다.
질문자가 문제를 안 삼아 버리면
남편은 아무 문제가 없어요. 아이들이
‘아빠는 왜 말을 안 해?’ 하고 물으면
오히려 ‘너희 아버지는 말을 안 해도 다 알아서 하시는 분이야’
이렇게 얘기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아무 문제가 없이 저절로 잘 알아서 커요.
다만 질문자가 말할 대상이 없는 게 좀 힘들 수가 있는데
화장실에 가서 혼자서 막 얘기하세요.
질문자가 답답한 건 이해가 돼요.
말을 서로 주고받는 게 안 되니까 답답할 수는 있는데
그렇다고 그만한 일로 이혼을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없으면 모르겠는데,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손해는 없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남편이 내가 원하는 만큼 안 해주는 건 맞습니다.
그러나 남편이 나한테 특별히 무슨 손해를 끼치는 건 없습니다.
강아지 한 마리 키우는 것과 비교하면
강아지보다는 남편이 말을 많이 하잖아요.
사실은 말이 없는 게 좋은 점도 많습니다.
며칠 전에 제가 호주에서 즉문즉설을 했는데
어떤 남자가 저한테 이런 질문을 했어요.
‘며칠 전에 우리 집에 강아지 한 마리가 들어왔는데
그 강아지가 저보다 집안 서열이 높아졌습니다.
제가 볼 때 강아지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전생에 무슨 복을 지어서 오자마자 서열이 저보다 높아진 겁니까?’
질문자가 볼 때는 강아지가 왜 집안 서열이 높아진 것 같아요?
...
강아지는 잔소리를 안 하기 때문입니다.
왜 사람들이 사람을 안 키우고 강아지를 키울까요?
강아지는 말대꾸를 안 하니까
사람을 키우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겁니다.
집에 강아지가 있으면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여행도 못 갑니다.
사람은 남한테 맡겨도 되고, 자기가 알아서 밥도 먹을 수 있어서
훨씬 키우기가 쉬운데,
사람은 잔소리를 하거나 말대꾸를 자꾸 해서 키우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질문자의 남편은 키우기 제일 쉬운 사람이에요.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남편이 말을 해도 문제가 되고, 말을 안 해도 문제가 되는 겁니다.
그래서 중도가 중요한 거예요.
중도란
상대가 말하기 싫다고 하면 말을 안 하고
말하고 싶다고 하면 말을 해주고
이렇게 하는 겁니다.
그런데 남편은 그런 수준이 안 돼요.
‘그래도 우리 남편은 손해는 안 끼친다’
항상 이렇게 생각해야 내가 괴롭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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