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생명에 대한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 맞서 싸운 의병들의 마음의 작용과 원리는
과연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그러한 의병들의 각오에도 불구하고
조직을 구성하여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단체 내 분열이 없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의병 단체의 선두에 있었던 지도자들의 전략과 전술은
어떠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여러 나라의 역사를 보면
다양한 곳에서 의병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까지 접한 역사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만큼 의병이
나라를 구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한 나라는 매우 드뭅니다.
이렇게 보면 의병은
우리 역사에서 독특하게 나타나는
하나의 국민운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환웅 시대와 단군 시대와 같이
우리 민족이 동북아 지역에서 역사의 중심에 있었던 시기에는
나라를 잃는다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우리 민족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을 때는
그만큼 나라를 잃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죠.
그런데 고조선이 멸망하면서
나라를 처음으로 잃게 됩니다.
우선 나라를 잃었다는 말은
국가 리더들의 지도력이 부족했음을 뜻합니다.
뭔가 나라 경영에 문제가 있었으니까
나라를 잃는 일이 발생했겠죠.
지도자들이 반성하고 단결해서
나라를 되찾는 데 충분히 활동을 하지도 못하고
역량도 부족할 때,
일반 백성들이 일어나서
최초로 나라 되찾기 운동을 한 것이
바로 다물군입니다.
최초의 의병인 다물군의 후예들이 모여서 세운 나라가
바로 고구려입니다.
이러한 역사로 인해 그 후로는 고구려가 멸망할 때
고구려 부흥군이 나왔고
고려가 위기에 처할 때 의병이 나왔고
조선 시대에도 의병이 일어났습니다.
이렇게 역사 속에서 의병 활동의 정신은
꾸준히 계승되어 오늘까지 내려왔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활동한 독립군도 의병 활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민간에서 봉기하는 군사적 성격의 운동에는
크게 반군과 의병, 이렇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나라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월급도 주고 지위도 주면서 키우는 군대를 관군이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군대는 모두 관군에 들어갑니다.
반군은 쿠데타를 일으키는 등 정권을 잡기 위해서
관군의 반대편에 서서 싸우는 군대입니다.
반군이 전쟁에서 이기면
바로 국가 권력을 장악해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거나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게 되지만
관군에게 지면 반군은 바로 역적이 됩니다.
이성계가 반정을 했을 때
싸움에서 졌다면 역적이 되었을 텐데
이겼기 때문에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를 세우게 된 것입니다.
의병은 반군이 아닙니다.
의병은 정부군(관군)이나 반군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의병은 정부가 아무리 잘못해도
우리 정부군과 싸우고자 일어난 군대가 아닙니다.
외세와 싸우기 위해 조직된 군대입니다.
오로지 외세와 싸우고자 일어나는 조직이기 때문에
외세의 침략군에 대해서만 봉기합니다.
따라서 의병과 반군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의병은 비용도 자기가 내고, 옷도 자기 옷을 입고
무기도 자기가 마련하고, 식량도 자기가 마련해서
오로지 이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뜻으로 일어나는 군대입니다.
이러한 의병은
다른 나라의 역사에서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흔한 조직은 아니죠.
왜냐하면 지위도 주고, 무기도 주고, 돈도 주고, 식량도 주는 관군도
전세가 기울면, 자기 목숨을 잃을까 싶어서
전쟁 중에 도망을 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전세가 불리할 때 아무것도 주는 것 없이
자기 스스로 전장에 나가서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사람들을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이러한 사람이 있을 수가 있는가’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데
이것은 인간 정신 현상의 특이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생명 작용과 정신 작용이 둘 다 있는데
육체와 관계된 생명 작용에서 보면
자기 목숨이 위험할 때 도망을 가는 게 생존 본능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정신 작용에는
그렇지 않은 작용이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예가 모성애입니다.
어미가 새끼를 낳으면
새끼가 위험에 처할 때
자기 목숨을 돌보지 않고 새끼를 살리려고 자기가 대신 죽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을 종족 보존의 본능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나라를 지키려고 하는 것도
사실 종족 보존의 본능과 비슷합니다.
내 개인의 이익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돌보는 것, 나라를 지키는 것도
모성애와 유사한 정신 작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인들의 모습을 봐도 전 인류를 사랑하기 때문에
인류를 위해서 자기를 희생하기도 하잖아요.
누군가 전 국민을 사랑하면
국민을 위해서 자기를 희생할 수 있고
가족을 진정으로 사랑하면
가족을 위해서 자기를 희생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가문을 위해서 자기를 희생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런 것도 일종의 모성애와 같은 정신 작용입니다.
자기 목숨을 지키려고 하는 것은
개별 생명을 지키기 위한 생존 본능이라면
모성애의 기본 바탕은 종족 보존의 본능입니다.
이러한 종족 보존의 본능이 있어야
생명의 종(種)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의병 활동을 할 수 있는 정신 작용도
아마 이러한 뿌리에서 유래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음을 넓게 가지면
이러한 정신 작용이 일어나게 됩니다.
마음을 좁게 가지면 자기만 살려는 마음이 일어나고
마음을 넓게 가지면 다른 사람을 살리려고 하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이러한 마음을 일으켜서 의병에 참가했다고 해도
그 마음이 항상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엄마도 아이를 보살피는 마음이 있지만
아이를 때리거나 갖다 버리는 마음이 올라오기도 하는 것처럼
마음이라는 게 항상 한 게 아닙니다.
마음은 늘 죽 끓듯이 변하기 때문에
이럴 때는 이렇게, 저럴 때는 저렇게 일어납니다.
의병들도 나라가 위기에 처했다고 하니까
모성 본능이 일어나서 의병군에 참여했지만
그 안에서 지위를 가지고 다투거나 이익을 두고 다툴 일이 있을 때는
아이와 엄마가 싸우듯이 또 싸우게 됩니다.
그 와중에 분열이 일어나서
망하기도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처음에 마음을 한 번 냈다고 해서
그 마음이 끝까지 유지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의기투합을 끝까지 잘해서 나라를 잘 지킨 경우도 있고
중간에 분열되어서 파멸된 경우도 있고
그 결과는 여러 갈래로 나타나지만
처음에 참여한 동기는 순수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첫 동기가 순수하다고 해도
자기가 권력을 갖겠다는 욕심을 내다보면
갈등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러한 것도 모두 인간의 정신 작용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의병은 순수한 동기로 참여했기 때문에 전투에 나가면
두려움이 없어서 아주 뛰어난 역량을 발휘합니다.
반면, 잘 훈련된 조직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는 데는 부족함이 많아서
때로는 성과에 비해 희생이 많기도 했습니다.
대체로 의병이 일어나서 싸울 때는
희생이 많은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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