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아내와 더러움의 기준이 많이 달라서 힘듭니다. (2024.09.16.)

Buddhastudy 2024. 9. 23. 19:39

 

 

아내와 저는 인생에 대한 다른 관점과 의견을 가지고 있고

삶의 우선순위도 많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아내는 어떤 걸 바로 치우기를 원하지만

저는 설거지 같은 다른 일을 우선 해야 하기 때문에 바로 치우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 질문은 제가 맞춰야 하는지입니다.

이미 결혼하여 오랜 시간을 보낸 많은 사람들에게 물었는데

그들은 제가 맞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상대가 맞추려는 마음이 없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것이 제 질문입니다.

실제로 저는 아내가 이 점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서 기분이 상합니다.

저는 섬세하고 배려심이 깊은 편이지만

그녀는 마치 장군 같아서 그런 데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잘 다룰 수 있을까요?//

 

만약 질문자가 청소를 잘 하지 않는 사람하고 결혼했다면

질문자의 마음은 편할지 몰라도

집안은 좀 지저분하지 않았을까요?

아이들 교육상 크게 좋을 것도 없고요.

아내가 청소를 깨끗이 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내가 제대로 못 하는 청소를 아내가 잘 해주고 있으니 고맙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내가 잔소리하는 내용은

대체로 다 좋은 일이니까 따르는 게 현명합니다.

질문자의 친구가

그냥 마누라 말을 따르라하고 한 조언대로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계속 아내 말을 듣는 것에

질문자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정말로 아내가 청소를 해주는 것이 고맙다는 마음을 갖고 있으면

고마워, 여보!’ 하면서 아내의 덕을 보면 됩니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자기 고집이 있어요.

왜 꼭 그렇게 해야 하나하는 마음이 밑바닥에 깔려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겁니다.

 

깨끗하게 사는 것과 스트레스를 받는 것 중에서 비교하자면

스트레스를 받는 게 더 안 좋은 일입니다.

그러니 내가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서는

아내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됩니다.

대신에 아내의 잔소리를 많이 들어야 합니다.

 

왜 잔소리를 하느냐하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아내가 잔소리를 할 만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미안해라고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아내의 의견을 따라주는 게 좋지만

나도 가끔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는 것입니다.

질문자는 아내의 노예는 아니니까

모든 일을 다 아내의 뜻대로 할 수는 없어요.

다만 그럴 때는 미안하다.’ 하는 말을 꼭 한 다음에

자기 마음대로 하세요.

 

...

 

아내와 같이 살려면 그런 일은 따라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런 게 너무 힘들다면 이혼하면 되고요.

이혼이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이혼해 봤자 본전이에요.

왜냐하면 원래 혼자였잖아요.

서로 맞춰 가는 것이 결혼입니다.

결혼을 하면 서로 다른 사람이 함께 한 집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결혼이란 맞는 사람이 만나서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만나서 맞춰 가는 것입니다.

관점을 이렇게 가져야 결혼 생활이 편안합니다.

 

인간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한번 살펴봅시다.

우리는 모르는 사람에 대해서는

이미 나와 다를 거야하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같이 얘기를 해보니 한국 사람인 거예요.

그러면 그 사람과 약간 가까워집니다.

더 얘기하다 보니 종교도 같은 기독교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조금 더 친근감이 커집니다.

고향을 물어보니 동향 사람이에요.

여기에 취미까지 겹치면 친밀함이 더욱 강해지겠죠.

이렇게 서로 같은 점이 많아질수록 점점 더 친해집니다.

그러다 보면 연인이 되기도 하고, 결혼으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뇌가 작용하는 게 참 재미있습니다.

상대에게 발견되는 나와 같은 점이 하나에서 둘이 되고,

계속 늘어날수록 뇌가 앞질러 가버립니다.

, 우리는 모든 것이 같다.’ 하고 단정을 해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그런데 같이 살아보면

그때부터는 서로 다른 점이 하나씩 발견됩니다.

질문자가 말한 것처럼 청소에 대한 개념이 다르고

음식이 짜고 싱거운 것도 서로 다릅니다.

계속 다른 점을 발견하다 보면 우리의 의식은 또 어떻게 결론을 내릴까요?

성격이 너무 안 맞다.’, ‘취향이 완전히 다르다.’ 하면서

못 살겠다고 헤어집니다.

 

이렇게 해서 만남과 헤어짐이 이루어집니다.

같은 것이 발견되어 만났다가

다른 것이 훨씬 더 많이 발견되어 헤어집니다.

결혼까지 이를 때는

서로 같은 점이 많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결혼을 한 거예요.

그래서 헤어진 후 다른 사람을 만나보면

그전 사람이 더 나은 것 같다.’ 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처음 만난 사람하고 결혼하든

오래 연애한 사람하고 결혼하든

사실 결혼 생활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물론 처음 만난 사람끼리는 공통점이 적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뇌는 두 사람이 같다고 단정을 내리기 전이기 때문에

살면서 자꾸 같은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즉 기대가 낮아서 실망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을 두고 검토해 본 사람과

결혼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만큼 기대가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 살아보면

어떤 사람이든 기대보다는 못합니다.

그래서 자꾸 실망이 커집니다.

 

길을 가다 만난 사람이든, 십 년을 사귄 사람이든

살아보면 별 차이가 없습니다.

옛날에는 혼례식에서 처음 본 사람하고도 살았는데

이혼율이 별로 높지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온갖 조건을 다 맞춰보고 동거까지 해보고 결혼하는 데도

이혼율이 높습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맞춰가야 합니다.

맞춰가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제일 쉬울까요?

상대에게 내가 따라주는 게 제일 쉽습니다.

그것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럼 어떤 것이 제일 어려울까요?

상대를 나한테 맞추게 하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대부분은 제일 쉬운 길을 버리고, 제일 어려운 길을 선택합니다.

수행은 쉬운 길을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항상 어려운 길을 선택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당연한 결과입니다.

스트레스 받고 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