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때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와 살았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제가 잘못한 게 있으면 사람들 앞에서 야단을 많이 치셨어요.
그래서인지 지금도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으면 저는 말을 못 하고 가만히 있습니다.
창피함을 느끼고 아무 말도 못 합니다.
‘어차피 창피를 당했는데,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 하며 인간관계를 끊어버립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과 얘기할 때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말을 흘려듣는 편이며 뒷북을 많이 칩니다.
비난을 들으면 얼굴에 표정이 나타나기 때문에 사람들과 가까이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운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릴 때 야단을 맞은 것이 상처가 되어
그것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어서 그렇습니다.
트라우마가 있으면 누군가 조금만 야단을 치거나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움츠러듭니다.
이것은 피해 의식에 의한 일종의 정신적인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으면 많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육체적으로 아플 때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듯이,
정신적으로 아픈 것에 대해서도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꾸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첫째, 치료를 받으면 완치는 아니더라도 상당 부분 치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정신과 치료를 받아볼 것을 권합니다.
둘째, 수행도 하나의 치료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병이 심할 때는 우선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는 것이
응급 치료로는 더 효과적입니다.
수행적인 방법은 자기가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는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미 지난 일인데도 그 당시의 생각을 계속하면 병이 됩니다.
이것을 수행적인 방법으로 치료하려면
엄마도 없는 상황에서 아버지가 나를 키워준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입니다.
만약 아버지마저 나를 버렸다면 어땠을까요?
야단은 맞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대신 고아원에서 자랐을 수도 있습니다.
아버지한테 야단을 맞으면서도
아버지가 밥도 주고, 학교에도 보내주며 키워준 것이 더 낫지 않았어요?
이것을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내가 어릴 때는 아버지에게 야단맞은 것만 생각하며
아버지를 나쁘게만 생각했는데,
지금 어른이 되어 생각해 보니 그것은 부차적이었고
아버지는 나를 키워준 정말 고마운 분이었습니다.
엄마도 자식을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아버지는 그래도 나를 끝까지 책임지고 키워주셨습니다.’
이렇게 질문자가 자신의 생각을 확 바꿔버릴 수 있다면,
아버지한테 받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 보는 앞에서 창피하게 야단쳤다는 옛날의 상처를 계속 움켜쥐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도 장애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어릴 때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른이 되었으니, 다시 돌아보면
‘정말 아버지는 고마운 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를 키워준 것을 100으로 본다면,
야단친 것은 10도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야단도 치지 않고 잘 키워주셨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버지도 완벽한 사람이 아닙니다.
야단을 좀 치거나 매를 좀 때린 것이 마이너스 10점이라면,
아버지가 나를 키워준 것은 플러스 100점임을 알아야 합니다.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아버지는 정말 고마운 분'임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백 일 동안 매일 절을 하면서 이렇게 기도해 보세요.
‘아버지, 야단을 좀 쳤다 하더라도
저를 키워주신 공덕에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계속 절을 해보면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
병원에 간다고 100퍼센트 낫는다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병원에 가서 얘기를 해보면, 약을 좀 먹어 보라든지
상담을 받으라든지, 그 정도는 괜찮다고 할 것입니다.
전문의가 권유하는 대로 하면 좋겠습니다.
현재 얘기된 증상으로 볼 때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 겪은 상처로 인해 피해 의식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약물 치료나 상담 치료를 하면 조금은 개선될 것 같습니다.
‘어른이 되어서 생각해 보니 아버지는 고마운 분이다’ 하는 것을
마음 깊이 받아들이며
기도를 꾸준히 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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