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5)

[법륜스님의 하루] 저 몰래 대출하고 코인 투자에 실패한 예비 신랑, 결혼을 해야 하나요? (2024.12.27.)

Buddhastudy 2025. 1. 1. 20:26

 

 

저는 키도 크고, 직업도 좋고, 공부도 잘했고

얼굴도 제 스타일인 예비 신랑과 내년 2월에 결혼하려다가

그가 한 달 전에 저 몰래 몇 억을 대출받아

코인에 투자해서 절반이 넘게 잃은 걸 알게 됐어요.

사실 돈도 돈이지만

예식장을 잡아놓고 몰래 대출받은 사실을 알고 나서 신뢰가 깨졌고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고 결심하여

현재 마음을 잘 추스르고 있습니다.

너무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원망과 분노, 아쉬움, 막막함, 그리움이 저를 밤마다 괴롭혀요.

그래도 괜찮은 척하면서 살려고 하는데

집에 와서 혼자가 되면 너무너무 힘이 듭니다.

제가 30대 중반이라 나이도 나이인지라

아기도 낳고 싶고, 가정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빨리 다른 사람을 소개받고 싶은데

막상 나가 보니까 눈에 안 차는 거예요.

다 좋은데 키가 조금 마음에 안 들고

다 좋은데 학력이 조금 낮고,

다 좋은데 얼굴이 제 스타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저의 헛된 욕심들을 내려놓고 싶습니다.

저는 다시 쥐약을 먹고 싶지 않아요. 스님, 도와주세요.//

 

 

결혼하고 싶어요?

 

...

 

그러면 그 남자하고 결혼하세요.

왜냐하면 인물도 괜찮고, 질문자가 좋아하는 남자잖아요.

그 남자와 결혼해서 아이 하나 낳고 나서 헤어지면 됩니다.

그러면 결혼도 해봤겠다, 아이도 있겠다, 손해 날 게 하나도 없잖아요.

그때 가서 좀 부족한 다른 남자하고 결혼해도 괜찮아요.

 

질문자는 자신의 나이와 조건을 생각하지 않고

늘 마음에 드는 남자를 찾았는데

한번 결혼해서 흠이 생기게 되면

상대한테 그렇게 많은 요구 조건을 안 내세우게 됩니다.

키가 작든 말든 돈만 있으면 된다든지

키가 작든 말든 도박만 안 하면 된다든지

이렇게 조건이 확 낮아져 버려서 새로운 남자를 찾기도 쉬워져요.

제가 볼 때는 질문자의 경우

그 사람을 놓치면 다시 결혼하기가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외모나 조건이 마음에 안 드는데

다른 사람과 할 수 없이 결혼을 하게 되면

나중에 이것을 핑계 삼아 다시 이혼을 하게 됩니다.

사실은 결혼 생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성격입니다.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사람의 성격을 안 보고 얼굴과 키 이런 것만 보고 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결혼할 때

첫 번째로 얼굴과 키, 외모를 봅니다.

두 번째로 보는 것이 학벌, 재산, 능력입니다.

세 번째로 성격을 보기 때문에

대다수는 외모와 능력만 보고 끝납니다.

그러나 함께 살아보면 대부분의 갈등이

성격이나 생활 습관에서 생깁니다.

얼굴은 결혼할 때뿐이지

죽을 때까지 아무 시빗거리가 안 돼요.

 

이렇게 마음이 거꾸로 작동되기 때문에

아무리 먼저 결혼해서 살아본 사람들이

조언을 해주어도

결혼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인지가 잘 안 됩니다.

 

이런 이치는 시행착오를 겪고 과보를 받아야 깨달을 수 있어서

젊은 사람한테는 이런 얘기를 해봤자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지금 와서 다른 사람을 새로 찾으려면 시간이 걸리니까,

가장 쉬운 방법은

결혼하기로 한 사람에게 다시 연락해서

이미 잡아놓은 날짜에 그냥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거예요.

처음부터 그 사람과 오래 살 생각을 안 하고 결혼을 했기 때문에

어떤 사고를 저질러도 별로 신경을 안 쓰게 됩니다.

 

아이 하나 낳고 살다가 그만두겠다

이렇게 마음먹고 결혼하면

상대에 대한 기대가 낮아서 간섭을 안 하게 되니까,

오히려 결혼 생활이 오래갈 확률이 높아요.

 

그래서 제가 결혼하고 싶은지 물어본 거예요.

한눈팔지 말고 얼른 잡아놓은 날짜에 그냥 결혼을 하세요.

옛날 같으면 한 번 결혼하면 끝이고

두 번은 결혼을 못 하니까 문제인데

여러 번 결혼해도 되는 요즘 같은 시대에 뭘 고민해요?

 

질문자는 지금

자신의 나이와 형편은 고려하지 않고 남만 쳐다보는데

그 남자 빼고는 원하는 남자를 찾기가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