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치매이신 시어머님을 수행 삼아 모시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어머니를 돌본 지 3년째가 되어가니 공감 능력이 없는 시어머님과 표현력이 없는 남편에게 자꾸 생색을 내게 되고 대가를 바라는 마음이 생깁니다. 남편은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 없어요. 저는 분별심이 점점 늘어납니다. 이런 제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 할까요?//
요즘 같은 세상에 치매가 있는 시어머니를 모시는 분은
열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한데
아주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십니다.
칭찬받을 만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든 어쩌다가 한 번 하면 칭찬을 받는데
일상적으로 하면 당연한 일이 됩니다.
일상적으로 하는 일을 계속 칭찬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옛말에 부모를 항상 모시고 사는 큰며느리는 칭찬을 못 듣고,
명절이나 기념일에 선물 사들고 와서 잠깐 잘하는 며느리는
칭찬 듣는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질문자의 시어머니나 남편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래요.
매일 옆에서 잘해주는 사람에게는 칭찬이 잘 안 나옵니다.
그냥 밥 먹는 것 같은 일상이니까요,
그런데 어쩌다가 한 번씩 있는 일에 대해서는
특별하기 때문에 감사 인사를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부부동반으로 단체 여행을 갔다고 합시다.
남편이 평상시에 나와 둘이 다닐 때는 짐 들어주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단체 여행을 갔더니
남편이 다른 여자들 짐은 잘 들어주는 겁니다.
이런 남편의 행동을 보면 속으로 아주 괘씸하잖아요.
‘아니, 내 짐은 안 들어주더니,
남의 여자 짐은 잘 들어주네!’
이렇게 생각하면서 기분 나빠하는데
그것은 오해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남의 짐을 들어주는 건 딱 하루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이든 일상이 되면
고마움을 느껴도 표현을 잘 안 합니다.
또 만성이 돼서 고마움 자체를 잘 못 느껴요.
치매 시어머니를 모시는 일도 집안에서는 일상이 됐습니다.
그런데 일상이 된 일을 가지고
자꾸 남편에게 칭찬받으려고 하면 서로 피곤해져요.
칭찬이 듣고 싶으면
질문자가 집을 떠나서 좀 사라졌다가 오면 됩니다.
가족이 모르는 곳에 가서 서너 달 있다가 오면
질문자에게 고마움을 느끼죠.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을 두고 고맙다는 생각을 안 하잖아요.
직접 농사를 지어보면
내가 먹는 밥 한 그릇에 엄청난 노고가 들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들어요.
자식들도 대부분 부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잘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받기만 하다 보니
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식은 부모에게 부족한 것만 계속 얘기를 해요.
불평만 하죠.
부모는 진짜 있는 힘, 없는 힘 다 짜내서 자식을 키웠는데
아이들은 고맙게 느끼기보다는 불평이 많습니다.
그게 자식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니에요.
인간의 심리 자체가 그렇게 작용하는 거예요.
그러니 내가 할 도리를 하면 되지
칭찬을 들으려고 하면 결국 번뇌만 생깁니다.
‘언제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고 괴로워져요.
칭찬이 꼭 듣고 싶다면 멀리 좀 다녀오세요.
...
질문자가 없어지면 가족들은 두 가지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첫째, 엄청나게 불평을 합니다.
잠시 나갔다오면 대부분 불평을 합니다.
질문자가 없으면 본인이 불편해지니까요.
따라서 질문자가 6박 7일 동안 명상수련을 다녀온다면
가족들이 불평할 확률이 높습니다.
둘째, 반가워합니다.
오랫동안 나갔다 오면 반갑게 맞이할 확률이 높아요.
처음 며칠은 남은 가족들이 불편하니까 화를 냅니다.
그 고비를 넘으면
‘우리 마누라가, 우리 며느리가 평소에 정말 고생이 많았구나!’하고 느껴요.
그러니 칭찬을 들으려면 6박 7일로는 안 되고
한 3, 4개월은 나갔다 와야겠죠.
...
그러니까 칭찬 들을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겁니다.
일상적인 일은 누구나 칭찬을 잘 안 합니다.
일상이니까 무감각해지는 거죠.
우리도 살아있으니까 살아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잖아요?
그런데 교통사고가 나서 나 혼자만 살아남았다면
살아 있는 걸 엄청난 행운으로 느끼겠죠.
아침마다 일어나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일상에 감사하면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주어진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부족한 것만 계속 이야기하죠.
그래서 아무리 잘해줘도 불평이 생기는 겁니다.
잘해주는 게 일상이 되면 더 큰 걸 원하게 되고
그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평을 하는 거예요.
남의 칭찬에 구애받으면 나만 괴롭습니다.
치매에 걸리면 칭찬이나 긍정적인 표현은 하기 어렵습니다.
예전에 받은 마음의 상처만 계속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욕하고 불평하기 쉽죠.
제가 아는 분도 치매에 걸린 가족을 모시고 있는데
집에 다른 사람만 오면
‘쟤가 밥도 안 주고 반찬도 안 준다’라고 불평해서 속이 뒤집힌다고 합니다.
그분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치매에 걸려서 그러시는 거죠.
고마운 걸 다 알면 치매에 걸렸다고 말할 수 없겠죠.
시어머니는 환자니까 말할 것도 없고
남편은 자기가 선택한 남자이니 남 탓할 수도 없습니다.
질문자가 지은 인연의 과보이니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
남편이 칭찬해 주지 않아서 기분이 나빴다가
겨우 내 칭찬 한 번 듣고 위로를 받았다는 거예요?
자, 좋은 일 하고도 칭찬을 받지 못한 질문자에게
우리 모두 박수를 한번 쳐 줍시다!
잘했다고 칭찬 좀 해주죠.
애도 아니고 수행자가 칭찬을 먹고 살려고 해요?
그래도 칭찬받을 만한 사람에게는 칭찬해 줘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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