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년 지기 친구에게 사기를 당했습니다.
19살 때부터 모아 온 재산을 모두 날리고 3년간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정토불교대학을 알게 되어 깨달음의 장까지 다녀왔고
그때부터 수행을 시작해 매일 108배 절을 하면서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그 일이 단순히 친구의 잘못 때문만이 아니라
제 과오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결과라는 것도 느낍니다.
하지만 수행할 때마다 억울한 마음이 밀려오고,
‘내가 다시 잘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커질 때가 많아요.
그 친구를 어떻게 용서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생각들이 저의 욕심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두려운 마음만 점점 커지는 것 같습니다.
기도할 때는 ‘오늘도 새날을 주신 것에 감사합니다’라고 말하지만
감사한 마음의 끝에는 여전히 미심쩍은 생각들이 남아있습니다.
과연 내가 진정으로 감사해서 기도하는 것인지 스스로 의심하게 되고
어떻게 수행하며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상황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제가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 때
어떻게 이 생각을 떨쳐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그 친구가 재산이 있어서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있어요?
...
돈을 빌려줬다는 증거는 있어요?
...
제가 물어보는 것은,
질문자가 돈을 잃은 건 사실인데
그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겁니다.
...
받지 못하는데도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남을 미워하면
결국 누구 손해예요?
자신에게 손해가 나는 일을 남이 아니라 본인이 계속한다면
그 사람을 뭐라고 불러요?
바보라고 합니다.
질문자는 지금 자기가 자신에게 손해를 끼치는
바보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거예요.
질문자가 괴로워한다고 해서
돈이 생기거나 돌려받을 수 있다면, 괴로워할 만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계속 에너지를 쓰고 있잖아요.
사기당한 일을 계속 떠올리며 에너지를 소모하거나
그 친구를 미워하는 데 에너지를 쓰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더 큰 손실을 주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그것을 놓지 못한다면
그것은 병이라고 볼 수 있어요.
만약 스스로를 해치는 줄 모르고 계속 그런다면
그것은 무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당장 법문을 듣고
‘아, 이렇게 해 봤자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친구 관계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구나!’ 하고 깨달아야 합니다.
사기를 당한 순간에는 그 친구가 나에게 손해를 끼쳤지만
지금은 내가 나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리석은 행동이죠.
이제 바보 같은 짓을 계속할지 멈출지는
스스로 결정하면 됩니다.
...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돈을 받을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친구라고 해서 봐주거나 돈을 포기하라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현실적으로 다른 길이 없다면, 선택지는 세 가지뿐입니다.
첫째, 오랜 친구에게 사기를 당한 괴로움 속에서 죽든지
둘째, 산다면 괴롭게 살든지
셋째, 괴롭지 않게 살든지요.
지나간 일을 두고 자꾸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 하고 후회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 돼요.
지금 상태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지에는 더 좋은 길과 더 나쁜 길이 있는데,
질문자는 지금 스스로에게
더 나쁜 길을 선택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전세금 피해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만약 질문자가
‘나도 피해를 봤으니까 그 전세금은 못 갚는다’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내가 재산이 있다면 전세금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보상해야 합니다.
하지만 내 재산이 전혀 없다면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내가 금전적인 피해를 주긴 했지만,
‘속옷만 남기고 다 가져가라’ 하고 말할 정도로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면
그것은 죄가 되지 않습니다.
감정적으로는 빚을 지고 갚지 못하면
나쁜 사람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갚을 방법이 없는데 어떡하겠어요?
반대로 돈이 있으면서 안 갚으면 그것은 나쁜 일이죠.
마찬가지로 나 역시 친구가 돈이 없다면
돌려받을 생각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전세금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것을 다 털어주고도 청산을 못 했다면
그때는 죄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윤리와 도덕적인 관점에서는 죄의식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자연 생태계적 관점에서는 죄가 되지 않습니다.
줄 것이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
지금 입고 있는 옷까지 다 벗어주면 됩니다.
상대방이 돈을 받으러 오면
‘아이고, 제가 돈을 다 못 갚아서 죄송합니다.
이 옷이라도 가져가세요’라고 말하면 됩니다.
만약 상대방이 그 옷을 받지 않고 던져버리면
다시 주워서 입으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빚 받으러 온 사람도
더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돈이 있으면서 갚지 않는다면 괘씸한 일이지만
정말 돈이 없는 상황이라면 어떡하겠어요?
만약 질문자가 집이 있다면
전세금 피해를 본 사람에게
‘이 집에 들어와서 사세요’라고 말하면 돼요.
그리고 ‘전세금은 나중에 돈이 생기면 드리겠습니다’라고 하면 됩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개인회생제도와 같은 것이 존재하는 이유는
돈을 갚을 수 없는 사람에게
무작정 돈을 내놓으라고 하며 괴롭히는 것은
안 된다는 원칙 때문입니다.
누구나 살다 보면
돈을 벌 수도 있고, 잃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내가 은행에 빚을 졌는데 갚지 못하면,
직장을 다닐 경우 월급에서 일부를 압류해 갑니다.
하지만 은행도 월급 전부를 가져갈 수 없습니다.
과거에는 전부 압류하는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리 빚을 졌더라도
최소한의 생계비는 보장해 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월급이 300만 원이라면 150만 원만 가져가고
나머지 150만 원은 생활할 수 있도록 남겨 줍니다.
인간의 생존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즉, 정말 돈이 없는 경우에는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돈을 빌려놓고 일부러 갚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법에 그렇게 정해져 있다는 거예요.
정말 돈이 없어서 갚지 못하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돈이 있으면서도 갚지 않는 것은 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이 어떤 이유로 탕진했든
현재 돈이 없다면 어쩔 수 없는 거예요.
나 역시 돈이 없을 때
‘못 갚겠다, 배 째라!’ 하는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과하게 죄의식을 느낄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질문자는 조금이라도 더 이득이 되리라 생각하고
투자했다가 실패한 상황이 아닌가요?
내가 투자에 실패한 것이기 때문에
‘친구가 하자고 해서 한 것이다.’ 하면서
자꾸 친구 탓만 해서는 안 됩니다.
이유가 어떻든 투자는 내가 결정한 것이고
그 결과가 실패로 돌아갔다면
내 책임이므로 털어버리고 다음으로 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는 4%의 이율을 주는데
친구가 그보다 더 높은 5%의 이율을 주겠다고 해서 투자한 것이라면
그것도 일종의 투자라고 할 수 있어요.
이율이 조금이라도 높으면
그만한 위험이 따르는 법입니다.
사기꾼이 사람을 속이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누구나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걸 미끼로 던지면 됩니다.
예를 들어,
은행 이율이 연 4%라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친구가 ‘월 1% 이자를 보장한다’라며
투자를 권유한다고 하면 어떨까요?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면서 망설이다가
‘일단 500만 원 정도만 넣어볼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그렇게 시작해서 한 달에 5만 원씩 이자가 딱딱 들어오는 걸 보고 신뢰가 쌓입니다.
한 달, 두 달, 석 달, 다섯 달이 지나도 계속 돈이 들어오면
점점 더 확신이 생기죠.
그러다 ‘5천만 원을 투자하면
한 달에 50만 원이 들어오겠네!’ 하는 생각이 들면서
결국 있는 돈 없는 돈 다 맡기게 됩니다.
더 나아가서 ‘너도 해봐!’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권합니다.
사기꾼 입장에서는 투자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끌어올 만큼 끌어왔다 싶으면
어느 순간 이자를 지급하는 것을 딱 중단해 버립니다.
그러면 투자자에게 더 이상 이자가 안 들어옵니다.
그동안 받은 이자는
애초에 투자한 금액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기꾼이 어디 특별한 곳에 투자해서 돈을 번 것이 아닙니다.
그냥 투자자들에게서 받은 돈을 이용해 다른 투자자에게 이자를 주고
또 새로운 투자자의 돈을 받아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를 주는 방식의 반복일 뿐입니다.
이런 사기는 보통 3년에서 5년 정도 지나면
결국 들통이 나게 됩니다.
더 이상 새로운 투자자의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깨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월가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20년을 유지해 온 사례도 있다고 하잖아요.
계속 새로운 투자를 받으면 지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수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 누군가 여러분에게 권하면
거의 다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사람을 속이는 데는 여러 가지 수법이 있어요.
결국 순간적인 이기심이 문제입니다.
물고기를 낚을 때
물고기가 좋아하는 낚싯밥을 걸어서 던지는 것과 똑같습니다.
옛날부터 돈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뇌물을 주고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미인계를 쓰며
명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관직을 주는 방식으로
사람을 유혹해 왔습니다.
그래서 질문자도 그 친구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가 없어요.
만약 내가 사업을 하다가 어려워져서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래도 사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더 이상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때는 딱 포기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사업을 한다면
그런 상황에서 절대 미련을 가지면 안 돼요.
내 개인 자본과 금융권 대출 이외에는
절대로 손을 대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남에게 피해를 주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손을 벌릴 수 있는 대상이
가족, 형제, 친한 친구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가족, 형제, 친한 친구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돌려받지 못하게 됩니다.
그 사람이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미 회복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을 때
돈을 빌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돈을 빌려준다면 돌려받을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사실 처음부터 나쁜 의도를 가지고
사기를 치려는 전문 사기꾼이
우리 주변에 그리 많은 것은 아닙니다.
돈을 빌리려는 사람 대부분은
‘지금 당장 급한데, 곧 갚을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오래 걸릴 것 같다’라고 하면
돈을 빌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곧 갚겠다.’, ‘이틀만 빌려 달라’, ‘하루만 빌려 달라’,
‘아침에 빌린 돈을 저녁에 갚겠다.’
이런 말은 100퍼센트 거짓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빌리는 기간이 짧고 이자가 높을수록
못 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돈을 빌리면서
‘곧 들어올 돈이 안 들어와서 그렇다’라고 말하는 것도
대부분 사기예요.
일부러 사기를 치려는 게 아니라
정말 다급해서 그런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핑계를 대며
전문적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같은 사기는
‘억울하게 감옥에 갇혔다.’
‘외국에서 들어올 돈이 있는데 세관 문제로 막혀 있다.’
‘세관 문제만 해결하면 몇십억이 들어오는데, 도와주면 수수료를 많이 주겠다.’
이런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런 말들은 대부분 거짓말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무의식 속에는
이익을 보고자 하는 욕심이 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눈이 멀어서 이성적인 판단을 놓치게 됩니다.
질문자도 친구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을 그냥 내려놓으세요.
'법륜스님 > 즉문즉설(2025)'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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