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시어머니랑 같이 살면서 남편의 수입이 일정치 않았고
어머니는 아픈 몸으로 일을 하셔서 저는 집에 있는 게 죄스러웠습니다.
어머니에게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
남편에게 무슨 말로 격려를 해 줘야 힘이 날까 고민입니다.//
자기 살기도 힘든데
자기가 무슨 남편을 위해서 격려를 하겠어요?
자기 지금 남편으로부터 격려를 받고 싶잖아요.
“아이고 나 때문에 고생하지. 애 키운다고
미안해, 내가 돈도 제대로 못 벌고”
이런 소리 듣고 싶잖아. 자기 솔직하게 말해서.
...
그냥 원망하고 바가지만 긁으면 돼요.
그것만 해도 잘하는 거예요. ㅎㅎ
격려까지 안 해줘도 돼요.
미워만 안 하면 돼요.
근데 자기 만약에 남편이
병으로 죽든 뭐 헤어지든 어쨌든 없다. 시어머니도 없다.
애들 4살짜리 6살 둘이고 자기 혼자다.
그럼 자기 어떻게 할 것 같아요?
애들 어디 고아원에 맡기고 따로 갈 것 같아요?
뒤에 업고, 손잡고 어쨌든 뭘 하든지 해서 살아갈 것 같아요?
...
근데 우리 6.25 전쟁 때
옛날 얘기하면 또 꼰대 소리 들을지 모르겠지만
6.25 전쟁 때 남편 군대 가서 죽고,
피난 와서 애 하나 등에 업고, 애 하나 손 잡고
머리에는 보따리 이고 보따리 장사하면서 살았다는 얘기 들었죠?
옛날 영화도 보셨잖아, 그렇죠?
우리 다 그렇게 살았어요, 우리 어머니들이.
어렵게 어렵게 이렇게 살았다는
그 얘기를 하는 이유는
자기 처지가 그때 우리 어머니들하고 비교해 보면
나쁜 처지도 아니고
또 우리 사회가
그때는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거예요.
그래도 조금이라도 도와주려면 누가 도와준다?
일가친척, 아는 사람이라야 도와주기 때문에
애 둘 데리고 장사 못하면
그래도 똥오줌 가리는 큰 애는 친척집에 맡겨놓고
작은 애는 맡기고 싶지만 못 맡기니까 등에 업고
이렇게 이곳저곳 다니면서 장사하고 애들 키운단 말이에요.
그래도 살아가는데
오늘은 애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도 있고
또 여러 가지 그래도 부족하지만
도움도 받을 수 있는 이런 조건이기 때문에
남편 없이 시어머니 없이도 자기는 이 세상을 살아야 된다.
이 관점을 딱 가지면
첫째 남편이 돈을 못 벌더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아요? 없는 게 나아요?
근데 내가 원하는
나를 위해주고, 돈도 벌고, 아이들하고 놀아주는
이런 남자라는 입장을 가질 때는 부족해요.
그래서 걱정이 되는데
없다고 생각했을 때,
없는 거 하고, 있는 거 하고
저럴 바에 없는 게 낫다, 솔직히 죽어버리는 게 낫다, 딴 데 가버리는 게 낫다
그런데 자기가 없이 한번 살아보면
그래도 허수아비 같더라도 있는 게 낫다.
그런다면 고마워할 것까지는 없지만 원망할 필요는 없다.
원망이라는 거는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니까 원망하잖아.
그런데 없다
그러면 없으면 되지 않냐.
없다고 생각해 보니 나한테 필요한 거예요.
그러니까 돈을 벌면 다행이고
못 벌어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 첫째 이거고.
두 번째 시어머니도 뭐 인상 좀 쓰고 뭐 한다 하더라도
자기 지금 사는데 시어머니가 있는 게 나아요? 없는 게 나아요?
그래. 인상 좀 쓰는 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래도 자기 어디 직장 나가려면
시어머니가 애들이라도 좀 거둬주는 거고
또 시어머니가 식당에 가서 일해서 힘들지만
다만 생활비라도 얼마나 보태는 거고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그런 시어머니
상냥하게 웃고, 보살펴주고, 그럼 물론 좋지만은
그런 시어머니가 아니더라도
지금 같은 시어머니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
관점을 이렇게 가져야 돼요.
그러면 시어머니도 고마운 분이에요.
시어머니한테 효도를 해야 된다, 어머니한테 잘해야 된다
이런 게 아니라
사실, 사실, 실제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으니까
있는 게 나으면 고맙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만큼 안 되기 때문에
고마운 마음이 없는데
원하는 거 그거는 놔놓고
없는 것보다 낫냐? 있는 게 낫냐? 따졌을 때
있는 게 낫다 그러면
이건 고마운 존재다.
그러면 “내 혼자서도 애 둘 키우고 살아야 되는데
그래도 허수아비 같은 남편이라도 있고
그래도 애를 돌봐주는 시어머니라도 있다.
이건 나한테 좋은 조건이다.”
관점을 이렇게 딱 가지면
일단은 이거는 아무 고민거리는 안 돼요.
다만 이제 남편은
벌면 다행이고 안 벌어도 있는 게 낫다 하니까
그거 신경 꺼버리면 돼요.
내가 바가지 긁어봐야 그 인간이 뭐 더 잘 되는 것도 아니고
놔놓는다고 그렇다고 뭐 다 팔아먹는 것도 아니에요.
그리고 시어머니는
워낙 아들은 저렇고
한편 며느리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 힘든 직장 가서 일하고 힘들었는데
며느리가 집에 있으니까, 젊은 사람이 집에 있으니까 약간 얄밉기도 하고
또 자기 아들 생각해 보면
아들 안 버리고 살아준 것만 해도 고맙기도 하고
어머니도 마음을 돌아보면
약간의 원망도 있고 고마움도 같이 들어 있습니다.
미워하는 것만 있는 게 아니고.
근데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애들 둘 키우고 있으니까 그것만 해도 고맙고
근데 감정적으로 보면
식당 가서 힘들게 일하고 오는데
지는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 있으니까 어때요?
감정이 좀 안 좋고
이런 것이 왔다 갔다 하잖아요.
우리도 이 인생을 살아보면
부모님에 대해서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고맙고
감정적으로 생각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안 해주니까
부모를 원망하고
우리 인생이 다 그렇다는 거예요.
이걸 양쪽
원망과 고마움이 늘 이렇게 겹쳐 있거든요.
원망만 있으면 헤어지면 되고
좋음만 있으면 그냥 같이 살면 되는데
이 좋음과 나쁨이 두 개가 섞여 있기 때문에
하루 자고 일어나면 ‘같이 살아야 되겠다’ 싶고
하루 자고 일어나면 ‘못 살겠다’ 싶고
떠나면 다시 아쉽고
있으면 힘들고 이렇게 된단 말이에요.
이럴 때는 딱 그래
헤어졌다고 딱 정리를 해버리는 거예요.
그럼 애들 어떡할 거냐? 남한테 맡길 거냐?
아니다. 내가 키운다.
그럼 나 혼자 있어도
시어머니 없고, 남편 없어도
나는 애들 고아원에 맡기든, 남편한테 알아서 해라 그러고
난 집 나가겠냐?
아니다.
힘들어도 내 아이는 내가 키워야지.
만약 이렇게 된다면
그럼 나 혼자 있어도 내가 키워야 되는데
남편이 있는 게 더 낫지, 없는 것보다
시어머니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나아.
시어머니가 식당 가서 일 안 하고 집에 있어도
‘애기 좀 봐주세요’
이렇게 하고 자기가 나가서 일할 수 있을 때
시어머니 같은 분이 있어서 애를 봐준다는 거는
집을 지켜준다는 건
엄청난 도움이 되는 일이란 말이에요.
아기가 어리니까 어머니가 가서 일을 하는데
조금 더 애들이 크면
“어머니 그만 일하시고 애들 돌봐주세요.
제가 나가서 일하겠습니다.”
이렇게 위치를 좀 바꿔도 된다는 거예요.
안 그러면 애들이 어린이집 갈 동안에
자기가 아르바이트를 조금 하고 또
어머니가 거꾸로 아르바이트를 조금 하고
자기가 나가서 직장을 구하든지
이렇게 하면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어요.
중요한 거는
앞으로 인생을 얼마나 더 풍부하게 살 거냐?
이건 내가 관여할 일도 아니고, 내가 해줄 수 있는 일도 아니에요.
그러나 지금 상태로도
사실은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
관점만 잘 잡으면.
이 바탕 위에서 자기가 더 나아가는 거는
선택하면 된다는 거예요.
근데 지금 상태를 너무 힘들어하면
남편을 원망하고
자꾸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헤어져야 된다’ 자꾸 이런 생각으로 흘러가고
어머니하고는 어머니가
‘내가 돈 갖다 주면 좋아하시고, 돈 안 주면 싫어하시는구나’
자꾸 이러면 어머니가 미워지고
그리고 또 아들한테 말 안 하는 어머니가 또 섭섭하고
내가 말 못하지만, 엄마라도 좀 말해줘야 되지 않냐? 이러는데
어머니는 그 아들을 키워보면서
잔소리를 결혼하기 전부터 많이 했을까 안 했을까?
많이 했어.
근데 이미 그 잔소리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걸 아시기 때문에
그냥 하여간 며느리가 살아주는 것만 해도
어머니는 아마 고맙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그래서 어머니 마음도 이해하셔서 놔두고
제가 이래 들으면
딴 사람은 들으면 ‘사연이 너무 힘들다’ 이렇게 느낄지 몰라도
저는 이렇게 들어보면
‘이건 별일 아니다. 관점만 잘 잡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이렇게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남편을 뭐 격려해 주고, 뭐 뒷바라지하고
이런 생각하지 말고
[미워하지만 않는다, 잔소리만 하지 않는다.]
이것만 해도 자기 잘하는 거다.
어머니한테 뭐 죄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어머니 계시는 것만 해도 고맙다.]
항상 어머니가 뭐라고 하든
‘아이고 어머니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만 하면 돼.
그다음에 인상 쓰고 안 쓰고는
어머니 인생이지 내 인생이 아니에요.
그걸 내가 뭐 어떻게 기쁘게 해줄 수가 없어.
‘어머니 기쁘게 해주려고 직장을 구한다’
이렇게 할 필요 없어.
내가 보고 필요하면 직장을 구하고
내가 보고 아직 살 만하면
아이들한테 더 집중을 하고
그러면 돼요.
...
이렇게 고마운 줄 알면
사람을 대하는 게 굉장히 말을 별로 안 해도
얼굴이 밝고, 진심이 우러나고 이렇게 되거든요.
그래서 스님이 늘 얘기하잖아요.
우리는 살아있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
전쟁터에 가서나 어떤 병으로 죽을 때 생각해 보면
팔이 하나 없든 다리가 하나 없든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내가 살았다는 게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으면 또 뭐가 어떻고
또 있으면 얼굴이 뭐가 왜 생겼고
코는 숨 쉬면 되지 콧대가 높든 낮든 그게 뭐가 중요하고
눈은 보이면 되지 그게 뭐 동그라든, 옆으로 찢었든, 뭐가 중요하냐는 거예요.
이빨을 씹으면 되지.
그런데 이게 갖춰지면
또 다음, 다음, 다음
이래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거든요.
그래서 가장 돌아가서
‘살아있는 것만 해도 감사합니다.’
아침에 눈 뜨면서
‘아이고 오늘도 살았네요.
살아있는 것만 해도 감사합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인생사 쉬워요.
토끼도 살고, 다람쥐도 사는데
왜 사람이 못 살겠어요?
개도 새끼를 5마리 6마리 낳아서 젖 먹이면서 사는 거 안 봤어요.
근데 개 어미가 죽겠다고 막 자살하는 거 봤어요?
그러니까 관점을 딱 제대로 잡으면
-첫째 어떤 상황에도 웃으며 살 수 있고
-두 번째 그런 삶이 되면 더 나은 삶으로의 개척이 가능해진다.
근데 우리는 자꾸 심리 상태가 이렇게 가라앉고, 원망하고, 미워하고 이러니까
자꾸 남편도 자기 나름대로 그렇게 놀고 싶겠어요? 남편이.
자기도 뭘 해보려고 하는데 잘 안 되는 거예요.
거기다 또 바가지 긁고 하니까 화가 나고
화가 나니까 큰소리 치고, 집 나가고
그래서 결국은 헤어지고
이렇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사람이 다 우리가 볼 때는
‘왜 저렇게 하나’ 하지만
그 사람 입장에서 보면 어때요?
또 자기 나름대로 그럴 이유가 있다, 이런 얘기예요.
그래서 남의 인생에 너무 간섭하지 말고
‘내가 처한 조건이 그나마 다행이다’
이렇게 해서 가볍게 우선 살아가고
또 그러면 또 앞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여기저기 조금씩 열리게 된다.
그래서 얼굴을 조금 더 펴고 사시기 바랍니다.
‘얼굴 펴야지’ 한다고 펴지는 게 아니고
그냥 “아이고, 감사하구나.
어머니 감사합니다.
아이고, 여보 그래도 계셔서 감사합니다.”
이러면 얼굴이 저절로 밝아지는 거예요.
스님이 내내 거울 보고
얼굴 밝게 하려고 연습해서 연기해서 이렇게 밝은 줄 아세요?
안 죽고 산 것만 해도 고맙게 생각하니까
밝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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