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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툰] 외계생명체를 찾아 떠나는 21세기 우주 쾌속 범선, 유로파 클리퍼

Buddhastudy 2024. 10. 31. 19:36

 

 

20241014

나사의 유로파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가 발사되었습니다.

유로파 클리퍼는 화성과 지구의 중력 도움을 얻어

5년 반 동안 우주를 여행한 뒤에

20304월에 목성에 도달합니다.

 

이후 20349월까지 4년 동안

목성의 위성 유로파를 집중적으로 탐사합니다.

 

유로파 클리퍼의 주요 임무는

유로파 표면 아래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곳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발사된 행성 사선들이

주로 태양계 천체들의 지질학적 특성을 이해하는데 만족했지만

유로파 클리퍼는 처음으로

특정 위성 하나에서

오직 생명체 탐사 활동만 하는 특별한 임무를 수행합니다.

 

이 때문에 유로파 클리퍼는

인류의 가장 도전적인 탐험의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주의 한 곳에서 탄생한 생명체가

우주의 또 다른 생명체를 찾아 떠나는

원대한 모험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그 모험의 주인공인 유로파와 유로파 클리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유로파의 존재는 이미 400여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습니다.

16101,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자신이 직접 만든 망원경으로 목성 주변을 도는 네 개의 위성을 발견했습니다.

놀랍게도 지구를 돌지 않고 목성을 도는 이 위성들은

당시 논란의 여지가 있던 지동설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가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4년 뒤 독일의 전문학자 시몬 마리우스는

이 특별한 위성들에게

제우스의 연인들 이름을 하나씩 붙여 주었습니다.

유로파도 이때 처음으로 이름을 얻었습니다.

 

이후 지동설이 자리 잡으면서

유로파의 존재감은 자츰 사라져 갔습니다.

그 뒤로 수백년 동안 유로파는 망원경을 통해 보이는 작은 점에 불과했습니다.

존재감 없던 유로파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때는

20세기 중반부터였습니다.

 

1950년대 천문학자들은 지구의 달만한 크기의 유로파가

의외로 밝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밝기의 정체는 유로파 표면에 존재하는 얼음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얼음 위성의 존재는 당시로서는 놀랍고 신비로운 것이었습니다.

 

1970년대 행성 탐사의 시대가 열리면서

이 신비로운 위성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습니다.

1979년에는 마침내 보이저 2호가

유로파 표면의 특징을 구분 수 있을만큼 선명한 사진을 찍어 보내왔습니다.

매끄러운 표면과 기괴한 붉은 자국 투성이의 얼음 위성

목성의 달 유로파는 지구의 달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거대한 목성과 이웃 위성들의 중력으로 인해

유로파의 지각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거나 줄어들면서

조석 가열 현상을 겪게 됩니다.

 

유로파의 조석 가열은

위성 내부에 열에너지를 생성하고

그 열에너지가 얼음 표면 아래에 액체 상태의 물을 흐르게 할 수 있습니다.

물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하나둘 나왔습니다.

 

1989년에 발사된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가

자력계 분석을 통해

유로파의 얼음 표면 아래에

거대한 소금물 바다가 존재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바다의 크기는 놀랍게도

지구의 바다를 합친 것보다 두 배 이상이었습니다.

 

2013년에는 허블우주망원경이

유로파 상공에서 수증기 부산물을 관찰했는데

이는 유로파 표면에서 물기둥이 분출될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였습니다.

물기둥의 대한 증거는 계속 나왔습니다.

 

2016년에 목성 탐사선 주노가

지질학적 분석을 통해

유로파의 얼음 표면 아래에서 물이 솟아 올랐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같은 해에 허블우주망원경은

유로파 표면에서 약 200km 높이까지 치솟는 수증기 기둥을 포착했습니다.

 

2019년에는 적외선 관측을 통해

물기둥이 방출하는 특정 주파수를 확인했습니다.

이때까지 나온 증거들을 보았을 때

유로파에 거대한 바다가 존재할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지구에는 물이 있는 모든 곳에 생명체가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지구보다 더 많은 물이 존재하는 유로파에도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생명체가 태어나고 번성하는 필요한 조건들을 알고 있습니다.

그 조건들은 [유기화물], [에너지], []입니다.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몸체를 형성할 유기화합물이 있어야 하고

생체활동을 이어갈 에너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생화학 작용이 일어나게 하는 용매, 즉 물이 있어야 합니다.

 

물분자는 음전하에 들러붙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분자들을 연결하면서 구조가 만들어지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물은 유기체가 먹을 영양소를 녹이고

세포 내에서 화학물질을 운반하고

신진대사를 지원하며

세포가 노폐물을 제거하는 걸 돕습니다.

 

유로파에 액체상태 물과 에너지와 화합물

이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거대한 바다가 있으며

해저의 열수분출공은 유기화물과 열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유로파의 생명체는

깊은 바닷속뿐만 아니라

얼음 표면의 바로 아래의 호수 또는 얼음 표면의 갈라진 틈 안에서도

극한 미생물 형태로 존재할지 모릅니다.

 

이를 확인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유로파에 직접 가보는 것입니다.

 

 

--유로파 클리퍼

 

2030년 목성에 도달한 유로파 클리퍼는

유로파 표면에서 25km 떨어진 상공까지 접근해서 관측활동을 합니다.

유로파 25km 상공은

이때까지 어떤 우주선도 가보지 못한 가까운 거리입니다.

 

유로파 클리퍼에는 생명체 탐사 활동과 관련 있는

9개의 최신 관측 장비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미지 장비들과 레이더 장비는

유로파 표면에 사진을 찍고 물기둥을 찾아내고

얼음 표면을 측정합니다.

-자력계 장비는

얼음 표면의 두께와 그 아래 바다의 깊이와 염도를 정밀하게 측정합니다.

 

-질량 분석기는

유로파의 옅은 대기를 분석해

대기 중 기체 분자들을 조사합니다.

-그리고 표면 먼지 분석기는

작은 운석 충돌로 인해

얼음 표면에서 대기권으로 날아간 먼지들까지 분석합니다.

운이 따른다면 이 먼지 속에서 유기 분자를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유로파 클리퍼가 생명체 존재 가능성과 가능 지역을 확인한다면

다음 단계는 그곳에 착륙선을 보내는 것입니다.

착륙선은 얼음 껍질에서 샘플을 입수해

생물학적 증거를 찾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목성의 탐사 환경은 만만치 않습니다.

유로파 클리퍼가 목성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문제는 [동력]입니다.

유로파 클리퍼는 비용 문제로 인해

비싼 원자력 에너지 대신

값싼 태양력 에너지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목성에서는

햇빛이 지구에서 받는 햇빛의 겨우 3~4% 불과합니다.

부족한 햇빛을 보충하려면 태양광 패널 수를 늘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유로파 클리퍼에는 완전히 펼쳤을 때

30m 달하는 거대한 태양광 패널이 부착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이 우주선은

나사의 역대 행성탐사선 중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합니다.

사상 최대의 태양광 패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주선이 목성에서 생산하는 전기는 겨우 700W 수준입니다.

700W라면 가정용 전자레인지 한 대를 돌리는 전력과 비슷합니다.

전자레인지 한대를 돌리기 위해

농구장 길이만한 태양광 패널을 달고 다니는 셈입니다.

그만큼 목성에서 햇빛이 귀합니다.

 

유로파 클리퍼가 맞닥뜨리는 또 다른 문제는 [방사선]입니다.

목성은 지구보다 2만 배나 강한 자기장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목성의 강력한 자기장은

대전된 입자를 포획하고 가속하면서 거대한 방사선을 생성합니다.

 

이러한 방사선 폭풍은 유로파 클리퍼의 관측 장비들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는 위험 요소입니다.

방사선 위협을 줄이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티타늄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두꺼운 차폐막으로

우주선 탑재물 전자 장치를 둘러싸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아예 방사선에서 멀찌감치 벗어나는 것입니다.

 

궤도선이라는 명칭과 달리 유로파 클리퍼는

유로파의 궤도를 돌지 않습니다.

대신 긴 타원형 궤도로 비행하면서

목성의 방사선 영역에서 머무르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입니다.

 

유로파에 근접했을 때

관측 임무를 수행하고

재빨리 목성의 방사선 영역에서 벗어나 지구로 관측 데이터를 전송합니다.

이러한 재빠른 행동 때문에

우주선의 이름도 ‘19세기의 쾌속범선이라는 뜻의 클리퍼가 되었습니다.

 

21세기의 우주 쾌속 범선은

4년 동안 49회의 유로파 근접 비행을 수행합니다.

마지막 근접 비행이 끝나면

이웃 위성인 가니메데와 충돌하면서 오랜 임무를 완료합니다.

 

 

[보이저호]는 하늘의 작은 점 하나에 불과했던 유로파를

지질학적으로 특별한 세계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갈릴레오호]는 이를 다시 바다가 존재하는 세계로 바꾸어놓았습니다.

그다음은 [유로파 클리퍼]가 유로파를 생명체가 살고 있는 세계로 바꿔 놓을 차례입니다.

 

아마 가장 발견 가능성이 높은 생명체는

미생물 형태이지만

어떤 형태이든 살아 있는 생명체만 발견된다면

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으로 남을 겁니다.

 

생명의 출현은 그동안 지구에서만 일어난 특별한 사건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발견 이후부터는 생명의 출현이

우주에서 얼마든지 일어나는 보편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질 겁니다.

 

태양계 안에서만 두 개의 생명이 독립적으로 출연했다면

우주 전체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고

다양한 생명이 살고 있을까요.

그때부터는 우주를 대하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질 거라 생각합니다.

 

큰 기대와 달리 유로파 클리퍼가

외계생명체의 존재 여부에 대한 명확한 답을 가져오지는 못할 겁니다.

아주 운이 좋은 경우가 아니라면

탐사선 한 대로

외계생명체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그 탐사선 한 대로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는지는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것만 해도 좋은 출발입니다.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두 우주 생명체의 만남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북툰이었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