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기 말기에 충돌한 운석은
지구 환경을 변화시켜 공룡이 멸종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후 지구는 온화한 신생대 제 3기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채 3기 후반부 마이오세까지 기온이 점차 떨어지면서
지구 한랭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이오세 말기인 약 700만 년 전에 이르자
아프리카 대륙은 눈에 띄게 건조해졌습니다.
열대우림이 사바나 식생으로 바뀌면서
이 줄어들고 초원이 늘어났습니다.
숲과 초원의 경계에 살던 영장류들은 차츰 초원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들이 초원으로 내려온 이유는
아마 먹을거리를 두고 벌이던 경쟁에서 밀렸거나
아니면 모험심이 강한 개체였을 수 있습니다.
어쨌든 줄어드는 숲에서는 먹이 경쟁이 너무 치열했습니다.
나무에서와 달리 초원에서는 두 발로 걷는 쪽인 유리했습니다.
두발 보행은 네발 보행보다 에너지소모가 덜 했기 때문에
먹을 것을 구하러 더 먼 곳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두 발로 걸으면 시야 확보가 잘 되어서
멀리 있는 먹이나 맹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초원을 돌아다니는 개체들 중
조금이라도 더 잘 걷는 쪽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았습니다.
이들의 후손이 700만 년 전에서 600만 년 전 사이에 살았던
사헬란 트로푸스 챠덴시스나 오로닌 투게넨시스일 겁니다.
둘 다 직립 보행의 흔적을 가지고 있으며
최초의 인류 후보로 꼽히는 종들입니다.
이처럼 인간과 유인원의 공통 조상이
나무에서 내려와 인류의 조상으로 분기하는 데에는
기후 변화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건조한 기후
건조한 기후는 수백만 년 동안 지속하였습니다.
그에 따라 사바나 환경에 적응하는 종들이 꾸준히 탄생했습니다.
약 390만 년 전에 출현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는
조상들보다 더 잘 걸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초원에서 먹이를 구하며 풀, 뿌리, 씨앗을 주식으로 삼았습니다.
단백질은 맹수들이 먹고 남긴 동물의 시체로 보충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턱뼈는 아직 질긴 살코기를 물어뜯기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동물 뼈에 붙어있는 고기를 떼어내거나
작은 동물의 두개골을 부수기 위해 날카로운 돌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인류가 도구를 사용한 역사는 참으로 오래되었습니다.
--호모속 등장
그로부터 약 100만 년 뒤에 드디어 호모속의 첫 조상인
호모 하빌리스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다시 100만 년 쯤 뒤에는 호모 에르가스테르와 호모 에렉투스가 나타났습니다.
호모 에렉투스가 출현한 신생대 제 4기는
지구가 빙하기로 진입한 뒤 지속해서 기후가 악화하는 시기였습니다.
춥고 건조한 날씨 탓에 먹을 것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자
호모 에렉투스는 생존을 위해 두 가지 큰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하나는 사냥입니다.
사냥에는 희생이 따랐지만 대신 많은 식량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인류는 비로소 수동적인 음식 청소부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수렵 사냥꾼으로 탈바꿈 하기 시작했습니다.
-생존을 위한 두 번째 변화는 이동입니다.
호모 에렉투스는 사냥감을 쫓아 아프리카를 빠져나갔습니다.
그들의 몸은 장거리 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완전한 직립 구조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당시 기온 하강으로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홍해를 걸어서 통과할 수 있었다는 점도 이동의 요인이 되었습니다.
아프리카를 빠져나온 호모 에렉투스는
유라시아와 멀리 동남아시아까지 진출했습니다.
--두발 보행(직립 보행)
두발 보행은 인류에게 뜻밖의 혜택을가져다 주었습니다.
바로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양손 활용법의 이점은 너무나 컸습니다.
손으로 채집 도구나 무기를 사용하면 식량 확보가 쉬웠습니다.
도구를 이용해 음식을 가공해서 먹으니까 영양분 흡수율이 높아졌습니다.
손짓으로 의사소통을 하게 되면서 동료끼리 협업 수준이 올라갔습니다.
긴밀한 협동이 가능해지자 큰 동물 사냥도 가능했습니다.
인류는 점점 자연계의 포식자 위치로 올랐습니다.
손을 쓰고 도구를 사용하고 협동을 하고
이러한 생활의 변화는 뇌 기능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뇌가 발달하면서 몸동작뿐만 아니라 표정이 다양해지고
마침내 언어를 구사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결국, 빙하기에 혹독한 환경이
인간의 직립보행을 유도하고
생존력을 키우고
뇌기능을 폭발적으로 향상시킨 원인이 되었습니다.
기후 변화는 언제나 예측불허의 결과를 낳습니다.
--호모 사피엔스
현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또한 아프리카에서 처음 나타난 이후
수 차례에 걸쳐 대륙을 건너갔습니다.
호모사피엔스의 이동도 기후 변화와 관련이 있지만
호모 에렉투스의 경우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약 12만 5천 년 전 지구 자전축의 세차 운동에 의해
북반구에 유입되는 일사량이 증가하고
열대수렴대의 위치가 복쪽으로 이동했습니다.
덕분에 대략 2만 년에서 2만 5천 년 주기로
북부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강수량이 높아지고 사막이 축소되었습니다.
습한 기후로 인해 사하라 사막 일부가 사바나 식생이나 스텝으로 바뀌면서
이동 통로가 확보 되었습니다.
이는 호모 사피엔스의 탐험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들은 초원지대를 따라 북부 아프리카를 건너
아라비아 사막이나 레반트 지역으로 이동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의 이동 시기와 횟수에 대해서는
아직 학계의 합의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7만 년 전에서 5만 년 전 사이에 아프리카를 빠져나왔다는 학설이 있고
그 이전인 11만 년 전에서 9만 년 전 사이에 1차 이동이 먼저 있었다는 학설이 있습니다.
어쨌든 호모 사피엔스의 이동이
세차운동에 따른 기후 변화로 보는 시각에는 여러 학자가 동의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밖으로 첫발을 내디딘 호모 사피엔스는
당시 중동 지역으로 남하하던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와 처음 만났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첫 만남은 대체로 평화로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특별한 큰 전투 없이 1만년 이상 공존했습니다.
그러나 둘은 어떤 식으로든 경쟁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기후 변화는 네안데르탈인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약 7만 4천 년 전 인도네시아의 토바 화산이 폭발하면서
먼지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지구의 기온이 3도에서 5도 가량 급감했습니다.
이때 지구 생명체의 상당수가 죽었습니다.
4만 년 전에는 이탈리아 나폴리 근처에서 화산이 폭발했습니다.
두 번의 큰 화산 폭발로 기온이 하락하자
네안데르탈인처럼 주로 높은 위도에서 사는 생물들이 더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결국, 호모 사피엔스와 경쟁에서 밀리던 네안데르탈인은
3만 9천 년전쯤에 멸종에 이르게 됩니다.
기후 변화의 수혜자가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화산 폭발의 피해에서 살아남은 호모 사피엔스 중 일부는
계속 동쪽으로 움직였습니다.
그들은 이동 경로로 주로 바닷가를 선호했습니다.
아라비아 반도를 지나고 인도의 해안선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해
순다 랜드까지 들어갔습니다.
순다 랜드는 말레이반도와 인도네시아의 섬들
그리고 뭍으로 드러났던 부분을 포함하는 옛 대륙입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순다랜드에 도달한 시기는
대략 6만 년 전에서 4만 5천 년 전 사이입니다.
순다 랜드의 인류는 바다를 건너 현재 호주 대륙을 포함하는 사훌 랜드까지 진출했습니다.
순다 랜드와 사훌 랜드 사이는 수심이 깊어서 해수면이 낮았던 당시에도
뭍으로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순다 랜드의 인간들에게 바다는 별다른 장애물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수만 년 전의 인류가 대나무를 엮어서 만든 배로 바다를 건너는 장면을 상상하면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한반도
순다 랜드의 인류 중 일부는 북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때는 빙하기 치고는 비교적 따뜻했기 때문에 북진에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동시베리아 중국 북부, 만주 등에 정착했습니다.
그러나 지구는 곧 한랭화의 정점에 이르는 최종빙기 최성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때는 약 11만 년 동안 지속되던 마지막 빙하기 중에서 가장 추운 시기입니다.
2만 9천 년 전부터 지구의 기후가 점점 차가워지자
중국 북부와 만주에서 살아가던 수렵 채집민들은
따뜻한 해안을 향해 대거 남동쪽으로 이동했습니다.
그중 일부는 연해주 지역으로 들어가고 또 일부는 한반도로 들어왔습니다.
당시 한반도는 반도가 아니라 동쪽으로 바다를 끼고 있는 대륙의 끝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동해 들어오기도 수월했고
산과 바다에 먹을거리가 풍족해서 생활 여건도 괜찮았습니다.
약 3만 년 전에서 2만 5천 년 전에 한반도에 들어온 이들은
그곳에서 구석기 수렵 채집 사회를 형성했습니다.
이 수렵 채집민들이 훗날 한민족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오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왔습니다.
지구는 마지막 빙하기를 보내고 따뜻한 홀로세로 접어들었습니다.
온화한 기후가 지속되면서 전 세계는 농경 사회로 빠르게 변해 갔습니다.
한반도에도 약 5천 년 전에 조와 기장이 전파되고
다시 2000년 뒤에는 벼 농경이 전파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청동기 시대에 이르러
농경문화가 정착되면서 국가가 들어서고
한민족의 정체성이 확립되기 시작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인류 최초의 조상들이
나무에서 내려와 전 세계로 뻗어 나가기까지
700만 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이 과정을 이끈 것은 기후 변화였습니다.
기후 변화는 많은 생물을 죽음으로 내몰기도 하고
살아 남은 생물들을 변화시키기도 했습니다.
인류를 두 발로 걷게 하고 두뇌를 발달시키고
새로운 터전으로 이동하게 만든 원동력은
바로 기후의 힘이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700만 년 동안 끊임없이 모험을 선택한 무리들의 후손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위기의 순간마다 변화를 시도하고 이동을 선택했기에
한번도까지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우리의 유전자는 이러한 모험의 기록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위기에 강한 민족이란 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그 역사가 오래된 말입니다.
금까지 북툰이었습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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