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는 손에 통증을 자주 느꼈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오래된 직업병’이었지요.
옛 대통령의 영애를 만났다는 반가움에 손을 덥석 잡아 위아래로 흔들었던 사람들.
견디다 못한 어느 날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뒤로 숨길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그는 악수를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오른손에 붕대를 감거나 때론 왼손을 썼고, 대신 악수를 해주겠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꼭 붙잡고 싶으면 왼손을 잡아주시오’
-권영세,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2012년)
‘손을 살짝만 잡아주시오. 살살 정만 수시오’
-박대출, 경남 진주갑 새누리당 후모(2012년)
그런가 하면 그에게 있어서 고민은 통증이 아닌 청결이었습니다.
‘미국 사회의 저주 가운데 하나가 악수’
-도널드 트럼프 <컴백의 예술>
세균 공포증이 있어서 낯선 사람과 악수를 하면 반드시 손을 씻었고
심지어 악수를 너무 혐오해서 정치는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는데
그가 정치를 하며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따로 설명 드리지 않아도 다들 아시겠어요?
기 싸움 때문에 손을 꽉 잡아서 탈이었으니까요.
서로의 손과 손을 맞잡는 악수란 상대방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행위의 시작이기에
아마 지금의 정치권 역시 악수 하나로 설왕설래를 벌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부러 지나갔는지, 일정이 바빠서였는지
둘 중의 하나였을 수도 있고, 둘 다 아닐 수도 있고, 뭐 둘 다 였을 수도 있고...
따지고 보면 그 악수 논란은 그저 다툼의 불을 더 당겼을 뿐.
‘오지 마라’ ‘가겠다’ 이렇게 신경전이 이어질 때부터 우리는 이미 정치인의 행위가 내포하는 의미를 학습을 통해 잘 알고 있는 마당에
그날의 행사는 애초부터 갈등을 예고하고 있었으니...
만약 그들이 제대로 악수를 했다 한들 상황이 달라졌을까..
“왼손으로 악수합시다. 그쪽이 내 심장과 더 가까우니까...”
-지미 핸드릭스, 기타리스트
지미 핸드릭스, 왼손잡이 기타리스트인 그는 당시 서구에선 금기시되어 있던 왼손 악수를 청하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서로 간의 신뢰가 존재한다면 왼손으로 악수를 하든, 오른손으로 악수를 하든
혹은 악수를 하지 않고 지나친다 한들 누가 마음에 담을까..
또한 마음이 담겨 있지 않다면
악수를 한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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