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글자는 나의 실핏줄이다.
나는 내 연필이 구석기 사내의 주먹도끼, 대장장이의 망치, 뱃사공의 노를 닮기를 바란다.”
-김훈 <연필로 쓰기>
작가는 연필을 원고지에 꾹꾹 눌러가며 글을 썼습니다.
그는 손으로 쓰기를 고집했습니다.
생각이 혈관을 타고 흐르듯이 몸에서 흘러나온 글은 썼다 지웠다를 수없이 반복하며 단단해졌겠지요.
덕분에 편집자들은 흘려 쓴 그의 글씨를 거의 해석을 해야 하는 수준이라 고생이라고 하지만..
육필
즉, 손에서 흘러나온 글씨는 누군가의 성품과 사고와 또 그때그때의 마음가짐을 고스란히 보여 주곤 합니다.
그 역시 손으로 마음을 기록해서 기억하고자 했던 모양입니다.
“아침에 관저에 올라가서 일일 점검회의를 하면 하룻밤 사이에 적어 놓은 메모지 대여섯 장이 옷의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왔다.”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어떤 것은 단 한 줄의 단어로 깔끔하게
어떤 것은 옆으로 또 어떤 메모는 하단에 거꾸로
지웠다가 다시 쓰고, 다시 지우기도 하고
때로는 쏟아지는 분노를 종이에 화풀이하거나
차마 말할 수 없는 속마음을 종이에 고백했을 것입니다.
“언론과의 숙명적인 대척”
“끝없이 위세를 과시한다.”
“식민지 독재하에서 썩어빠진 언론과
그 뒤를 졸졸 따라가고 있는 철없는 언론”
그 오래된 종이를 마주하면서 품게 되는 복잡한 마음은 무엇인가...
물론 안타까이 세상을 떠난 고인에 대한 일종의 미화일 수도 있겠으나
한줄, 한 줄에 담긴 나름의 고민들이 오늘 다시 그 생명력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세상을 풍미하고 있는 이른바 막말들에 지쳐서일까...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지금 손으로 꾹꾹 눌러쓴 그의 실핏줄을 들여다보고 있는 중입니다.
“글자는 나의 실핏줄이다..
나는 내 연필이 구석기 시대의 주먹도끼, 대장장이의 망치, 뱃사공의 노를 닮기를 바란다.”
-김훈 <연필로 쓰기>
그것이 구석기 사내의 주먹도끼를 닮았든, 대장장이의 망치를 닮았든, 또는 뱃사공의 노를 닮았든 말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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