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아침 10시에 열고 밤 10시에 닫는 걸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어.
그게 우리 가게였어.”
-박찬일 <노포의 장사법>
오래된 식당, 노포를 취재하던 박찬일 셰프는 심장이 두근거렸다고 했습니다.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 이 얼마나 놀라운 말인가”
-박찬일 <노포의 장사법>
이른바 ‘을지로 야장’의 역사적 거점
서울에서 급속도로 번진 노가리 호프의 원조격인 가게
채 열 평도 안 되는 작은 맥줏집이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룬 내막은 지극히 단순했습니다.
“같은 시간에 열고, 같은 시간에 닫고,
매일 가게 앞은 물론이도 골목 구석구석을 쓴다.
생맥주 온도는 여름 2도, 겨울 4도로 일정하게 유지한다.
사람들이 인정해 줄 때까지”
아무것도 아닐 것만 같은 그 흔한 맥주는 위로의 음료가 돼서 고달픈 사람들의 하루를 칭찬하고 격려했습니다.
“호프(Hof) 미팅이 호프(Hope·희망) 즉, 희망 미팅이 됐으면 합니다.
만남 그 자체가 단비가 될 수 있습니다.”
어제 3당의 원내대표들은 맥주잔을 부딪치면서 훈훈함을 나눴습니다.
그러나 그런 레토릭, 즉 수사들이 갖는 허망함을 이 땅에 살아온 우리들은 역시 학습을 통해서 이미 잘 알고 있는바
물론, 잔 한 번 부딪혔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리라 여긴 것은 아니었으나
“진짜 독재자 후예에게는 한마디도 못하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신독재의 길을 막아서기 위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대표
“우리를 보고 독재세력이라고 적반하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도둑이 제 발 저린 격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훈훈했는지 애매했는지 모를 자리가 파한 뒤에 여전히, 아니 전보다 더한 것만 같은 파열음은 잠시 기대했던 속을 다시 부대끼게 만듭니다.
“매일 새벽에
여기서 저기까지 동네 길을 다 쓴다.
다 호감을 갖는 거지.
그렇게 살아왔다.
-박찬일 < 노포의 장사법 >
을지로에서 작은 노포를 운영해온 그의 비결은 사실 별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생맥주 한잔, 노가리 안주 하나에도 한결같았던 성실함...
누가 보든 보지 않든 그는 같았다는 것이죠.
“장사꾼은 골목의 신뢰를 얻어야 성공한다.”
-박찬일 < 노포의 장사법 >
박찬일 셰프가 내린 결론은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하룻밤의 훈훈함 혹은 애매함으로 휘발되어버린 그들만의 호프, 아니 희망 미팅...
언필칭 장사꾼도 골목의 신뢰를 얻기 위해 수십 년을 한결같아 왔다는데..
사람들이 인정해 줄 때까지 말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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