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두산 베어스의 유희관 선수는 속도로만 보자면 투수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더 빠르고 더 강한 공
투수에게 있어서 그것은 피할 수 없는 명제지만 그는 거기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강속구의 기준을 대개 시속 150km쯤으로 삼는다면 왼손 투수의 그의 최고구속은 130km 언저리.
가장 느린 공의 속도는 70km 대까지 떨어진다 하니 그는 프로야구에서 아마도 가장 느린 투수로 불릴 것입니다.
“저는 왜 못 치는지 의아하기는 하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물론 시즌마다 성적은 제각각이었지만 묘하게도 그의 공은 상대편을 곤란하게 만들기 일쑤였습니다.
비결은 ‘일점집중’이었습니다.
자신의 약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그는 느린 공을 빠르게 보이도록 하는 이른바 ‘효과구속’을 연구했고, 끊임없는 연습과 연습으로 완성했습니다.
“느리다고 살살 던지는 공은 하나도 없다.
100개 던지면 100개 전력투구다.”
그는 그렇게 해서 가장 느린 공으로 가장 오래 마운드에서 버티는 선수 중의 하나가 됐습니다.
‘궁극의 바통터치’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일본의 계주팀이 은메달을 따냈을 때도 세상은 깜짝 놀랐습니다.
서양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육상
더구나 9초대를 뛰는 선수가 1명도 없었다는데 그들은 자신들의 다른 약점을 파고들었습니다.
주자들끼리 바통 건네받는 훈련에 가장 힘을 쏟았다는 것이지요.
“오로지 한 곳을 깊이 파고든 전략...
이것이 약자의 승리법이다.”
- 박정훈 < 약자들의 전쟁법 >
일본 육상 계주팀의 기적은 역시 ‘일점집중’ 즉 하나의 약점을 파고들어서 한곳에만 집중해서 승리한 좋은 사례로 소개가 되고는 합니다.
‘일점집중(一點集中)’
가장 약해 보이는 고리, 그곳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말.
쉽게 풀이하자면 영화 속 그 대사로도 해석은 가능할까.
“한 놈만 패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전투력 강화를 내세운 야당은 투지를 보였습니다.
야당의 역할은 견제와 균형이니까 그것은 가장 야당다운 마음가짐이었을 것입니다.
영화 속 대사와 엉키면서 그 말은 하루 종일 회자가 되었지요.
한 놈만 팬다.
그러나 상대의 약점만을 찾는 그 일점집중의 마음가짐은 보수를 제대로 보수하는 혁신과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느린 공의 투수 유희관
그는 스스로에게 냉정하고 치열했기에 자신의 약점을 파고들어서 그것을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집중해야 할 약점을 자신에게서 먼저 찾아서 그것을 오히려 강점으로 만든 다음에 상대를 제압하는 것...
그래서 그는 느린 공을 갖고도 강하게 오랫동안 마운드에 서 있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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