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우리는 절박했습니다.
그러나 어제 일어난 일은 정말 미안합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홍콩인 모임
홍콩의 시위대는 공항 마비로 불편을 겪은 사람들에게 사과했습니다.
진심을 담은 그 사과는 시위대의 절박한 마음을 다시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만들었지요.
동양 문화에서 사과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매우 기본적인 예의에 속합니다.
우리가 자주 쓰는 언어들만 살펴보아도 그렇고.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송구하오나
중국에도 사과 문화는 뿌리가 깊어서 그들은
“부하오이쓰”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사용하죠.
일본으로 건너가면 그 사과 문화는 절정에 이르러서
타인의 도움을 받거나
심지어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도
“스미마셍”, ‘미안합니다’를 습관적으로 외칩니다.
모자를 누군가가 주워 줬다면
그것을 받으면서 느끼는 마음속의 괴로움을 ‘스미마셍’으로 고백
-루스 베네딕트 < 국화와 칼 >
그들은 무엇이 늘 그렇게 미안할까?
반면 그들은 무엇 때문에 그토록 미안해하지 않을까?
바로 어제
“캐논, 니콘,
캐논은 두 대네요”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2019년 8월 21일)
그는 야릇한 미소를 머금은 채 우리를 향해 말했죠.
그는 자신의 발언을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한국 언론사의 카메라조차 일본산임을 조롱하듯 강조했는데
굳이 속내, 즉 그들의 말대로 혼네를 드러내 보이지 않아도
우리는 그들의 속마음이 어떠한지 너무나 잘 압니다.
“일본 취재진에게 카메라가 무거워 보여 잡담 도중 물어봤던 것”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정부는 오늘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했습니다.
당위론과 신중론이 팽팽히 교차했지만
어쩌면 그것은 협정 종료로 가는 과정이었을 뿐
당위만큼 큰 힘을 갖는 명분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상대가 우리를 신뢰하지 않는데
우리는 상대를 신뢰할 수 있는가”
이제 남은 과제는
우리 자신이 더욱 정교해지고
또한 더욱 단단해져야 한다는 것
이미 한참 전에 일본을 연구한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는
‘모순’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일본인만의 독특함을 설명했습니다.
“일본인은
싸움을 좋아하면서 얌전하며,
불손하면서 예의 바르고, 용감하면서 겁쟁이며, 보수적이면서 개방적이다.”
-루스 베네딕트 <국화와 칼>
그리고 그가 내놓은 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본인들은
자기 행동을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놀랄 만큼 민감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이 자기의 잘못된 행동을 모를 때에는 범죄의 유혹에 빠진다”
-루스 베네딕트 <국화와 칼>
불매운동이든, 지소미아의 종료든
우리의 모든 행위가
그들에겐 자각의 동기가 되기를...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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