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주례하실 때 꼭 하시는 말씀이 있으신가요?
내가 주례를 처음한 게 이재포라고 개그맨이 있는데, 그 친구가 원래 국회의원께서 주례를 해주시기로 했는데, 갑자기 의정활동 때문에 취소가 된 거야.
그래서 갑자기 전화가 와가지고
“형님, 형님이 주례를 서셔야 되겠습니다.”
마산까지 내려가서 그때 사회를 본 친구가 이경규야.
이경규가 사회를 보고 내가 주례를 해서...
개그맨 치고는 내가 한문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이다 보니
그게 파급이 되고 파급이 되어서 고향친구 동창들하고 가족관계, 친척 관계 이래서 주례를 많이 했는데,
그 주례할 때 내가 가장 중요시하는 게 ‘맞절’이야.
혼인 순서라는 게 있잖아.
1.신랑입장 2. 신부입장 3.신랑신부 맞절한다고.
그런데 ‘맞절~’ 하고 지나가버려.
난 맞절하기 전에 항상 얘기를 해.
대개 예식장에 참여해보면, 신랑 신부 맞절하고는 지나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
사실 혼인 예서에서 가장 중요한 게 맞절이다.
여러분들이 미루어서 짐작해 봐도 알겠지만,
우리나라의 예절, 관혼상제,
나이가 들어서 어른이 되었습니다. 관례.
자, 이제 혼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혼례
돌아가셨습니다. 상례
돌아가신 날이 돌아 왔습니다. 제례
다 절이에요. 절.
돌아가실 때도 다 절하는 거야. 재배하고, 제사할 대도 마찬가지로 재배하고.
절이예요. 절.
그런데 제일 중요시해야 할 맞절이 지나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내가 말을 시작하지.
한번 보자,
절이라고 하는 것이 절을 올리는 분이 있고, 또 절을 받는 분이 있어요.
근데 유독 혼인예식에서만 맞절을 해.
절이라고 하는 것은 몸 중에 가장 중요한 머리, 몸 중에 머리가 가장 중요해요.
그걸 존두사상이라고 그래. 존두사상.
우리는 동양고례로 존두사상이 있어 가지고 군사부, 임금이나 스승이나 부모
그리고 경존장, 존경하는 어른 외에는 고개를 숙이지 않게 되어있어.
단재 신채호 선생은 얼마나 존두사상이 몸에 베신 분이었는지
이 양반은 세수할 때 머리를 숙이지 않았데.
그래서 세수할 때 물을 이렇게 하는 거야. 그래서 세수하고 나시면 물이 온 몸에 묻을 정도였다는 거야.
난 그런 선비정신,
(*단순히 유교적 교양을 갖춘 사대부의 정신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학문과 덕성을 키우며, 대의를 위하여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는 불굴의 정신을 말함.)
지금 보면 우습고 참 치하기 그지없다고 생각 되지만,
나는 그러한 정신이 우리나라를 지켜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몸 중에 가장 중요한 머리를 숙이는 거야.
숙인다는 표현이 중요한 거야.
상대에게 숙이는 거야. 부부관계는
상대에게 이기는 게 아니라고.
숙인다는 건 진다는 거고,
숙인다는 건 항복했다는 거고,
숙인다는 건 당신보다 내가 아래라는 얘기거든.
그런데 그게 혼자만 신랑만 숙이는 게 아니라,
신부도 같이 숙이는 거야.
신랑은 “내가 졌습니다.” “아닙니다. 내가졌습니다.”
“당신이 어른입니다.” “아닙니다. 당신이 어른입니다.”
“당신이 귀한사람입니다.” “아닙니다. 저는 천한 사람이고, 당신이 귀한 사람입니다.”
이거라는 거야.
그래서 내가 항상 비교할 때 그런 얘기를 하는데, 이게 이렇게 손가락이 둘이 있어.
둘일 때 서로 숙여야 하나가 되는 거라고.
이게 일심동체가 되는 거요.
숙이지 않으면 영원히 맞닿을 수가 없어.
부부라는 게 하나가 되는 거거든.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이 부부인데,
일심동체가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게 뭐냐?
서로 낮추어야 한다.
지금은 “내가 어른이다.” “내가 어른이다.”
이러니까 결국은 영원히 평행선을 가다가 이렇게 되어 버리는 거야.
나는 맞절이 중요하다.
그래서 오체투지라는 게 있잖아, 티베트 같은 데에.
오체라는 것이 머리, 팔 뒤꿈치, 무릎 2개.
이걸 땅에 부딪히면서 온몸을 땅에 대면서
오체투지 중에 투라는 게 땅에 닿다는 뜻인데,
온몸이 땅에 닿을 정도로 자신을 낮추어서
‘나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번뇌개인강출두煩惱皆因强出頭’라는 말이 있어.
(*번내개인강출두: 번뇌는 모두 교만하게 우쭐대는 데서 생긴다)
모든 번뇌, 모든 괴로움 아주 중요한 말인데,
모든 괴로움은 어디서 오느냐?
나를 내세우는 데서 오는 거야.
‘강출두’라는 게 머리를 처드는 것을 강출두라고 그래.
이게 아니고 이게 강출두야. 머리를 처드는 거야.
그건 뭐냐고. 이 사람은.
그럼 이 사람은 이 사람대로 강출두.
성현의 말씀을 많이 인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공자님의 말씀에도
지도자의 리더십에도 관계되는 말씀인데
제가 요즘 읽은 구절 중에서 감동적인데,
신거부귀이능하인자身居富貴 而能下人者
하인이불여부귀何人而不與富貴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겸손할 줄 아는 사람이
어찌 다른 사람도 그와 함께 부귀하지 않겠는가)
자기가 아무리 돈이 많고 지위가 높은데도
하인이라는 말은 상대에게 낮추는 것을 하인이라고 그래.
상대, 상대방을 나태내고, 하는 낮춘다.
돈이 많고 지위가 높은데도 상대에게 나를 낮추는 거야.
그 낮추는 사람을 그 누가 함께하지 않겠는가 이 말이야.
낮출 때 함께 한다는 거야.
아까 얘기한 낮출 때 하나가 된다는 말과 똑같은 말인데,
물론 주례사 할 때는 그 얘기를 안 하고 다른 말씀을 드리지만
나는 그 맞절의 의미를 늘 생각하면서 살아라.
그래서 그런지 얼마 전에 아주 감동적인 글을 하나 읽었는데
매일 맞절하는 부부가 있더구먼.
아침에 일어나서 서로 맞절하는 거야.
상대방을 하나님처럼, 부처님처럼, 예수님처럼 생각하고
서로 맞절하는 거야.
저런 가정에 무슨 번뇌가 있을 것이며, 내가 잘못했다는 거 아냐.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거 아냐.
낮추는 거니까.
아니에요. 내 탓이에요.
아니에요. 당신이 잘한 거고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이런 맞절하는 부부가 있다는 책을 본 적 있는데,
그래서 언젠가 예절에 관한 말씀을 드리면서
세배할 때 맨 먼저 아침에 일어나서 부부간에 서로 맞절을 하고,
그리고 나와서 웃어른께 세배를 한다. 이런 말씀도 드렸는데
그래서 저는 그러한 맞절의 의미를 늘 생각하면서
어떻게 하면 나를 낮추어 상대를 공경할까, 부부간에.
어떻게 하면 내가 저 사람한테 대우받을까, 이게 아니고
내가 어떻게 하면 나를 낮추어 상대를 공경할까.
그런 맞절의 의미를 늘 생각한다면
부부간의 사이가 좋아지고,
모든 예절의 기본이 부부니까, 그 부부간의 사이가 좋으면
부자간에도 아름다운 모습이 형성이 될 것이고
그래서 가정이 화평해지고,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가화만사성,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뜻)
가정이 화목해지면 사회가 아름다워지고.
그래서 이 나라가 국태민안國泰民安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함)
말로만 국태민한 할 것이 아니라, 나라가 따뜻하고 포근해지려면
부부간에 가장 중요한 예시어근부부禮始於謹夫婦
(*예는 부부간에 조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모든 예절의 출발은 부부간이니까,
부부간에 맞절을 하는 그런 마음자세가 확산이 된다면
세상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맞설!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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