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일종의 배신이죠. 어머니는 절에 가서 아들이 정말 별일이 생기지 않도록 몸 건강하고 사고 없이 정말 멋진 군대 생활하기를 바라는데, 엄마는 절에 가서 부처님 전에 기도하고 있을 때 아이는 교회 가서 친구 따라서 다닌다는 얘기를 들으면 편하지 않을 수는 있어요. 그런데 이런 것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여러분이 자녀분을 기를 때에 반드시 어머니의 정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 그냥 전혀 수행이라고 하는 신행생활이라고 하는 것을 전혀 별개로 보고, 그냥 아이에게 절에 갔다 와서 생활하는 모습을 모범적으로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군대에 가기 전에 그 아이가 성장할 때부터 우리는 아이들에게 부처님의 진리에 대한 부분을 논리적으로 체계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냥 아무논리도 없이 “가면 좋단다. 가면 소원이 이루어진단다.” 이래서는 이제는 안 따라와요.
제가 옛날 얘기 하나 해드릴게요. 제가 구인사에 있을 때에 어떤 보살님이 안거를 빠뜨리지 않고 오시는 보살님이 계셨어요. 이 보살님이 열심히 열심히 기도를 하는 분이에요. 나중에 사연을 알아보니까 이분은 남편을 일찍 여의고 아이 하나를 유복자로 길렀어요. 아들 하나를. 그런데 그 아들 하나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 시장바닥을 전전하면서 장사를 해서 아이를 키웠어요.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공부를 잘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시켜서 멋진 회사에 취직을 해서 장가를 들여서 잘 살게 되었어요. 이 어머니는 오직 의지할 수 있었던 것은 구인사의 조사스님 때부터 다니면서 부처님 의지해서 사는 것이 행복이었습니다. 오직 구인사 와서 여름안거 겨울 안거 하는 것은 자녀를 위한 기도였어요. 그 자식 하나를 위한 기도였었죠.
어머니가 한번은 구인사에서 안거를 하고 집에 돌아갔더니 주변에 있는 마을 친구들이 뭐라고 이야기를 하냐하면, “너 구인사에 놀러갔다면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이 어머니는 구인사에 놀러간 게 아니라 기도하러 간 거죠. 구인사 가보면 놀새가 없어요. 집에서는 잠잘 시간이 있지만 구인사에서는 잠도 안 재우잖아요. 밤새도록 죽비 갖고 기도 시킵니까? 안 시킵니까? 특히 한 달 안거기간 동안을 밤이고 낮이고 앉아서 기도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데도 불구하고 놀러갔다 왔다고 그러니까 이 말이 얼마나 중요한 거예요.
“구인사 기도 갔다면서” 이것은 기분이 좋았을 텐데, “구인사 놀러갔다면서” 이러니 기분이 얹잖아진 거예요. “누가 그래?” “네 며느리가 그랬어.” 그러니까 이 어머니가 충격을 받은 겁니다. 화가 나서 며느리에게 직접 뭐라고 그러는 것은 예의가 아닌 거 같아서 입을 다물고 있어요. “아, 이 아이들이 내가 구인사가서 뭐하는지 모르는구나.”하고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그러다가 시간이 한참 지나 다음 안거기간이 되었어요. 그때 아들 며느리를 불러 부탁을 한 겁니다. “얘야, 내가 구인사를 다니다 보니까 안거 중간쯤 되니까 아들 며느리들이 떡 해가지고 와서 위문을 해오는 사람들이 많더라. 내가 딴 사람들의 신세를 많이 졌는데, 내가 네가 없다면 모르지만, 나도 자식이 있는데, 이 신세를 좀 갚고 싶은데, 중간쯤 되거든 나를 위문을 좀 오되, 그냥 오지 말고 떡이나 한 사발 해갖고 와라.” 이렇게 부탁을 한 거예요.
그러니까 이 시어머니가 엄청 지혜로운 분이야. 그러니까 혼자 평생을 그렇게 사셨겠죠. 아들이 “아, 당연히 하죠. 그것을 못하겠습니까?” 여러분들이 효도를 받드래도 효도 방법을 알아야 되요. 무조건 입 다물고 앉아서 잘하나 못하나 지켜보고 있으면 효도 못 받아요. 필요한 부분이 있을 때는 자식들이 할 수 있는 것만큼 숙제를 주면 잘 하게 되어 있거든요. 시어머니가 부탁을 하니까 하겠다고 약속을 했어요.
아들며느리가 주말에 손자하고 왔어요. 와서 떡을 펴놓고 주변에 나눠 줬더니 칭찬이 자자하잖아요. 그죠? 그러니까 이게 먹은 사람은요 후해요. 그러니까 주변사람들이 아들 며느리 훌륭하다고 칭찬을 했어요. 아들며느리가 보따리 싸서 가려고 그러니까 시어머니가 슬쩍 잡았어요. “얘야, 여기까지 일부러도 오는데, 너희들이 온 김에 나하고 하루저녁 그래도 기도를 하고 가면 안 되겠냐?” 그러니까 주변에서 칭찬을 잔뜩 해 놨는데 안 된다고 가? 못가? 그렇지 못하잖아요.
거기 딱 붙어서 “그럼 하루저녁 있겠습니다.” 그래서 며느리를 자기 옆에 붙여놓고, 아들은 손자하고 남자 기도실에 보내놓고, 밤새도록 기도를 하는데, 며느리가 옆에서 잘 수가 있어요? 없어요? 눈을 감으면 두드려 깨우거든요. 그래서 밤새도록 앉아서 보낸 겁니다. 그 이튿날 일어나더니 눈이 십리는 들어갔고, 초췌한 모습으로 시어머니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하느냐하면,
“어머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어머니, 저는 어머니가 구인사가시면 낮이면 놀고, 저녁이면 주무시고 그렇게 오시는 줄 알았지, 이렇게까지 힘든 일인지 몰랐습니다. 우리 집이 잘되는 것이 어머니 때문에 잘된다 라고 하는 이유를 이제 알았습니다.”하고 감동을 해서 며느리와 그 시어머니가 아주 화합해서 잘 사는, 그런 모습을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우리가 흔히 보면 종교라고 하는 부분은 억지로 뭔가를 이야기 하려고 하지 말고,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 필요한 겁니다. 군대 간 자녀분, 평상시에 이 어머니가 불교얘기 별로 안 했구요, 감동스러운 이야기를 별로 안했어요. 무조건 너 잘되라고 나 혼자 가서 기도했던 결과가 아이입장에서는 헷갈리기 시작한 거거든요.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휴가 때 오거든 그냥 놀러만 다니게 하지 말고 이 성룡사에 오셔서 주지스님 만나서 차 한 잔 얻어먹고, 덕담도 듣고, 인생도 이야기하고, 이렇게 서서히 변화를 주다보면, 분명히 부처님 전에 기도한 이 자녀분들이 엉뚱한 곳으로 가지 않고 영원한 불자로 잘 남을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혜로운 불자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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