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소리
이 시간에는 고요한 소리에서 펴는 법륜시리즈 13번째 책인
<우리는 어떤 과정을 통하여 다시 태어나는가>
재생에 대한 아비담마적 해석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책을 읽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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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생성과 연속성의 법칙
윤회생사를 이해하기 위해 검토해야 할
또 다른 기본 법칙 혹은 원칙은
생성과 연속성의 법칙이다.
우리는 방금 변화의 법칙이
모든 사물 속에서 전개되는 변화의 과정을 가리킨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변화의 과정이란
모든 것이 자신과는 다른 어떤 무엇으로 (생성)되고 있는 과정을 말한다.
간단히 말하면 이것은 생성[有 bhava]의 법칙이다.
변화의 법칙은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고 항상 바뀌고 있다는 것이지만
생성의 법칙은 모든 것이 매순간 다른 것으로 되어가는 과정에 있음을 뜻한다.
그러므로 변화의 법칙에는 결과적으로 생성의 법칙이 따른다.
식물의 씨앗은 순간순간 묘목이 되는 과정에 있으며
묘목은 매 순간 나무로 커 가는 과정에 있다.
꽃봉오리는 내내 꽃으로 피어가는 과정 중에 있으며
아기는 쉬지 않고 젊은이로 자라는 과정에
젊은이는 또 노인이 되는 과정 중에 있다.
어떤 시점에서 끊어보더라도
그 자신 외의 다른 무엇으로 되어가고 있는 과정에 있지 않는 존재는 아무것도 없다.
끊임없는 생성은 모든 사물의 특징이다.
그것은 항상 모든 변화의 기초가 되는 특성이다.
모든 것은 다른 무엇으로 되어가는 과정에 있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생성만이 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유일한 진행 과정이라 하겠다.
정지해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은 역동적이다.
따라서 생성의 법칙은 다른 말로 이렇게 표현될 수 있다.
‘존재하고 있는 것은 없고, 되어가고 있을 뿐이다’
혹자는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씨앗이 땅에 심어지지 않았거나 묘목이 뿌리째 뽑혔다고 가정합시다.
그래도 당신은 씨앗이 묘목이 되고 묘목이 나무가 되는 과정에 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변화의 과정이 끝난 것은 아니다.
그것은 계속 중이다.
방향을 달리해서 부패와 분해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씨앗이나 묘목은 서서히 변질되고 썩어서 구성요소로 와해되고 있다.
따라서 어디까지나 그들 또한 소멸되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계속해서 존재한다.
이와 같은 사실은 또 다른 법칙인 연속성이라는 개념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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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성의 법칙
생성의 법칙에 의존하여 연속성의 법칙이 있다.
생성은 연속성으로 통하고
따라서 생성의 법칙에는 결과적으로 연속성의 법칙이 따른다.
앞에서 변화의 법칙은 사물을 바꾸어 놓을 뿐 소멸시키지는 않으며
고체는 액체로, 액체는 기체로 바뀔 수 있어도
그 무엇도 완전히 없어질 수는 없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형태는 바뀔지라도 특정 에너지들은 존속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연속성 또한 모든 사물의 어김없는 특성이다.
하나의 조건 상태와 그 다음 조건 상태를 구별짓는 뚜렷한 선이 없는 것도
바로 연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는 시간적 간격도 없다.
시간도 연속적이다.
문법학자는 과거시제, 현재시제, 미래시제가 마치 물샐틈없는 칸막이들 안에 똑똑 나누어 떨어져 있는 듯이 말하지만
실제로 현재, 과거, 미래를 똑 떨어지게 나누는 선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를 생각하는 순간 현재는 과거로 미끄러져 들어가 버린다.
당신 친구가 지금 몇 시인지 묻는다.
당신은 손목시계를 본다.
그것은 오전 9시를 가리키고 당신은 친구에게
‘지금은 오전 9시야’라고 말한다.
그러나 엄밀하고 정확히 말해서 정말 그러한가?
당신이 친구에게 대답하는 순간 이미 오전 9시는 아니다.
오전 9시에서 최소한 몇 분의 1초라도 지난 후일 것이다.
시간은 결코 머무르지 않는다.
현재는 언제나 과거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미래는 언제나 현재보다 앞서 있다.
시간도 역시 연속성의 법칙에 지배받는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모든 사물이 과거, 현재, 미래에 걸쳐 연속적 진행 과정을 보이고 있다면
인간만이 이들 움직이는 과정 한가운데서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이 홀로 서 있을 수 있을까?
변화, 생성, 연속성의 법칙 같은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강력한 법칙이
죽는 순간이라 해서 사람에 대해서만 작용하기를 멈추고 완전 정지되는 법이 있는가?
인간도 연속적인 진행 과정의 한 부분이 아닐까?
그렇다면, 죽음은 일시적 현상의 일시적 끝일 수 있지 않을까?
죽음이란 변화의 또 다른 경우가 아닐까?
그리고 죽음은 죽는 자에게 다른 조건이나 상태로 가는 문을 열어 주는 게 아닐까?
이것들은 재생의 교의를 거부하기 전에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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