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총 3개의 대학을 다녔어요.
처음 학부 전공이 저랑 안 맞아서
편입을 해서 다른 대학교로 옮겼고
그 후에 회사생활을 좀 오래하다 늦깍이로
대학원에 들어가서 공부를 또 했어요.
제가 대학원에서 뒤늦게 공부하면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대학생들이 대학교에선 그냥 들러리라는 사실이었어요.
좀 더 심하게 말하면 그냥 등록금을 내는 존재들 정도?
전 옛날엔 대학의 주인공은 대학생들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야.
왜냐하면 대학의 주인공은 교수님들이기 때문에 그래요.
대학은 교수들의 실적으로 굴러갑니다.
교수들의 실적이 좋아야 대학이 잘 굴러가는 겁니다.
대학생은 대학에 와서 등록금을 내고 학점을 따가죠.
그리고 대학교에선 졸업장을 줘요.
근데 그게 거의 전부라는 게 문제입니다.
물론 학생들을 위한 편의시설이나 기숙사들이나 이런 것들이 있는데
그건 대학생활을 위해서 필요한 인프라일 뿐이고
궁극적으로 대학생들에게 나중에 도움이 되는 것들은 아니란 말이에요.
대학에서 학부생들에게 특별히 해주는 게 없다는 겁니다.
앞서서 대학의 주인공이 교수들이고
대학이 굴러가는 건 교수들의 실적이라고 했었는데
교수의 주요 실적이라 하면 논문들이죠.
그리고 그런 논문들이 나오기 위해서 수행되는 게 연구 프로젝트에요.
정부나 기업체와 합자해서 프로젝트를 교수들이 보통 하게 되고
이게 굉장히 큰 돈이 됩니다.
서울대의 경우 교수들이 1년에 가져오는 프로젝트 예산이
약 8000억 정도 된다고 해요.
그리고 연세대랑 고려대가 각각 3000억 정도 되고.
그래서 서울대가 있는 관악구같은 경우 그렇게 부자 지역구가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가 있기 때문에 관악구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이야기도 하곤 합니다.
관악구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조직이 서울대라는 거 혹시 아시나요?
서울대의 한 해 전기사용요금만 190억입니다.
서울대라는 학교 하나가 일으키는 경제효과가 어마어마한거예요.
그렇다면 이런 대학입장에선
교수가 중요하겠어요?
대학생이 중요하겠어요?
당연히 교수가 중요한 거예요.
대학 안에 유명 브랜드 카페들이 입점해있는 경우들 많이 볼 수 있죠.
제가 최근까지 다니던 대학교 안에도
파스꾸찌, 투썸 같은 예쁜 카페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거기 가보면 카페 안에 ‘교수 전용실’ 이런 거 있어요.
되게 놀랍죠.
카페는 대학건물도 아닌데
교수들만의 전용 공간이 널찍하게 있는 거예요.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대학은
학부가 아니라 대학원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말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대학원은 교수들이 실적을 내는 조직을 구성하게 해주거든요.
그래서 교수님들은 일을 할 때 자신의 지도학생들인
대학원생들과 일을 합니다.
교수들이 주로 자기 대학원생들을 막 부리죠.
대학원생들은 자신의 지도교수와 일을 하느라
고생을 하긴 하지만
어찌되었건
대학이라는 조직의 그 중심부에서 일하는 거예요.
그런데 학부생들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학점을 따러 대학에 온 거죠.
그리고 대학은 대학생들에게 강의들을 제공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굉장히 충격적인 사실.
교수님들의 실적엔
학부생들에게 강의하는 게 포함되지가 않아요.
교수들에게 논문실적이 중요하지
학부생들에게 강의하는 건 자기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거예요.
강의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거예요.
제가 학부생이었을 때 어떤 교수님 한 분은
저희들 강의를 하면서 충격적인 말을 하나 가볍게 하신 적이 있어요.
자기가 강의를 하러 오는 건
연구를 하다가 머리 식히러 온다는 거였어요.
물론 학부에서 배우는 학문의 수준이
교수 입장에선 너무 기초라 쉬운 것이어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 었겠지만
교수들은
학부에서 강의하는 거에 대해선 일반적으로 되게 가볍게 생각합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니까요.
교수가 대학이라는 조직에서 잘 나가려면
논문을 많이 쓰고 프로젝트를 많이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학부생들은 어쩔 수 없이 당연하게도 소외될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학부생들이 듣는 강의들을 보면 제 개인적인 평가입니다만
그 질이 정말 좀 별루에요.
그리고 그걸 대학생들도 알고 있어요.
대학 강의 평가들에서 나오는 학생들의 이야기 들어보면 불만이 많아요.
강의들이 별로니까.
4년제 일반대학 졸업장을 얻으려면 순수하게 등록금만
4000만원 가까이 들어가죠
그래서 대학생들은 4000만원을 대학교에 내고 졸업장을 가져가는 거예요.
이런 맥락에서 대학에서 학위장사를 한다는 비판도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이 사회 현실과 가깝다고 생각해요.
대학생들은 대학에서 돈만 내는 들러리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이것이 남는 장사가 되려면
아이가 들어가는 대학의 이름이
소위 간판이라고 하는 것이 최소한 충분히 좋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학생들 입장에선 대학에 다니는 것이 너무 손해에요.
4년 넘게 들인 시간과 그 돈이 아까운 거예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취업 안되는 청년들 얼마나 많습니까?
취업시장에서 내 간판이 활용되지 않는다고 하면
저라면 다른 길을 찾겠습니다.
굳이 4년이라는 시간과 적지 않은 돈을 버리면서까지
대학에 다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대학이 대학생 역량계발에 관심 있을까?
예전에 전 우연히 취업준비생 한 명를 만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 친구가 취업에서
여러번 낙방해서 그런지
자신감이 정말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친구가 학벌이 안 좋은 것도 아니었어요.
서울 혜화동에 있는 그 명문대를 나왔더라고요.
그 친구는 취업에 그리 도움되지 않는 교육학을 전공했었는데
그래도 이름을 들으면 다 아는 그런 명문대학 졸업생들도
취업에서 어려움을 겪는 걸 직접 제 눈으로 보니까
이게 심각한 문제라는 걸 느끼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전 한국 대학들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어린 대학생이었을 때엔 보지 못했던 대학의 문제점을
분명히 볼 수가 있었어요.
대학의 문제점은
대학생들의 실력을 못 키워 준다는 점이에요.
앞서 제가 언급했었던 그 명문대생도 사실 실력이 없었어요.
대학졸업장 가졌다는 거 말고는 실제적으로 할 줄 아는게 없으니까
취업이 안 된 거예요.
그 친구는 대학입시에서 괜찮은 성적을 받아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4년 간의 대학 생활 동안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실력을 키우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제가 회사 사장이라도 그런 학생들을 뽑기가 애매한 거예요.
특정한 기술도 있는 것이 아니고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기반 지식이 되는 학문을 전공한 것도 아니라서
제 눈엔 그 친구가 대학 4년 동안 시간낭비를 한 걸로 보였어요.
쉽게 말해 그 친구는 대학에 4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지만
나이만 먹었지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꽤나 괜찮은 대학 학벌을 얻기는 했지만
서울대 연고대가 아니면
비인기학과는 취업이 잘 안 된다는 것도
그 친구의 예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러면 그 취업준비생이 잘못한 거예요?
전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정도 이름의 대학에 들어가려면
고등학교 때 얼마나 성실하게 놀고 싶은 거 참으면서 공부를 했겠어요.
그렇게 열심히 해서 대학에 들어갔는데
45년의 대학생활 동안 단지 실력을 못키운 것 뿐이에요.
대학에선 대학생들의 역량 향상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대학이 대학원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대학의 주인공은
대학생이 아니라 교수들이에요.
대학생들은 어찌 보면 그냥 찬밥 신세입니다.
학생들이 4년 동안 등록금 내주면
대학은 졸업장을 내주죠.
대학은 대학생들의 역량 향상에 크게는 그리 관심이 없기 때문에
대학 4년 동안 배우는 커리큘럼을 보면
그것들이 나중에 학생들이 졸업했을 때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는 거
분명하게 알 수 있어요.
물론 대학 입장에선, 대학의 존재 이유가
학문의 탐구, 지식의 창출이라는 목적으로 존재하는 것이지
대학생들의 역량향상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라고 말을 합니다.
그리고 사실 이것이 틀린 말은 아니에요.
대학은 학문 탐구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죠.
그런데 대부분 학생들은 학문을 탐구하기 위해서 대학에 가나요?
취업 때문에 대학에 가는 거 아니에요?
예전에 제가 공대를 다닐 때
삼성전자에서 저희과 교수님 한 분에게 요청 메일을 하나 보낸 적이 있어요.
그 내용인즉슨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현재 산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컴퓨터 기술을 가르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는 내용이었어요.
회사 입장에선 산업계에서 주로 사용되는 기술의 기초를
학생들이 배우고 회사에 들어오게 되면
더욱 도움이 되니까 대학 측에 그런 요청을 했었던 거예요.
근데 교수님은 이 요청에 대해 불쾌해하셨어요.
왜냐하면 교수님은 이것을
기업이 대학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았고
대학이 추구하는 교육과 기업이 추구하는 인재상은
서로 독립적으로 다른 것이므로
기업이 대학 교육과정에 대해
단순히 이렇게 제안을 하는 것도 월권행위라고 보셨던 거예요.
사실 이 이슈는 교수님 입장이 맞기도 하고
삼성전자 입장도 맞기도 해요.
학문을 추구하는 대학 입장에서 보면
교수님 관점이 맞고
산업계에서 경쟁력을 키우고자 하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삼성전자 관점도 맞죠.
그러면 어느 쪽 입장이 더 맞는 것 같나요?
청년들 입장에선 삼성전자의 방향이 더 맞는 말이죠.
교수님이야 수업만 하고 학생들 성적 매기고 끝나겠지만
학생들은 대학 졸업하고 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그런 학생들을 누가 뽑아주고 월급을 줍니까?
기업에서 주는 거잖아요.
그러면 청년들이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에 가깝게
청춘을 준비할 필요가 있지 않겠어요?
교수님 이야기처럼
학문을 탐구하는 자세는
교수님과 같은 대학에서 일하는 연구자들에게나 필요한 관점과 태도지
회사에 취직하려는 청년들에게는 하등 도움이 안 되는 방향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대학에선
대부분 그 교수님처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이라는 조직 아래에선
학생들의 역량계발이 근본적으로 잘 되지 않는 겁니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서 무작정 대학을 비판할 수 없는 이유는
대학의 목적 자체가
미래의 연구자들을 양성하는 데에 있지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이런 성향은 아이러니하게도
대학이 명문대학일수록
취업 중심이 아니라 연구 중심으로 대학을 운영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대 같은 경우는 돈이 빵빵해서 그런지 진짜 연구중심대학이에요.
이론과 진리를 탐구하지
응용, 실용, 취업 뭐 이런 것과 거리가 참 멉니다.
그런데 또 아이러니하게도
서울대학교 졸업생들은 취업이 상대적으로 엄청 잘 되죠.
명문대니까.
저는 대학원 과정을 서울대학교에서 했었습니다.
그래서 학부수업들을
서울대학교 학부생들이랑 몇 학기에 걸쳐서 같이 수강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수업을 같이 받는 중에 어떤 학생 하나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 학생은 자기가 이제 3학년이 되었는데
지금까지 배운 과목들이
정말 쓸모가 없었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앞으로 배울 과목들을 살펴보아도
이것들을 배워서 뭔가를 만들거나 창작할 수 있는
실용적인 것들은 하나도 없어서 불만이라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실패하지 않는 대학생활을 하려면
그래서 결론적으로 제가 대학생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조언은 이런 거예요.
학부 졸업만을 생각하고 있다면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고 있지 않고
취업을 고려하고 있다면
실용적인 실력을 키우라는 겁니다.
한국에선 대학에 입학한 이상 누구나 졸업을 합니다.
한국 대학들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면
입학에 비해 졸업은 너무 쉬워요.
심지어 서울대에서도 대충 학점따면 졸업은 너무 쉬워요.
그 말인즉슨
대학과정에서 학생들이 실력을 못키울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그리고 대학생들은 오지게 많아요.
그렇다면 대학생들은 자기를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만의 역량을 계발하는 것이죠.
실용적인 기술을 연마해야 합니다.
졸업 후에 어떤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면
미리 그 회사에 대해 조사를 하고
그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집중적으로 계발해야죠.
옛날엔 대학 졸업장만 있으면 회사를 골라서 갈 수 있는 시대가 있었어요.
그러나 현재는 그렇지 않죠.
대학 졸업장이 뭔가를 답보해 주는 시대는 이미 예전에 끝났습니다.
어느 사회나 경제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면
대학 졸업장이 그냥 종이 쪼가리 한 장이 되는 시대가 됩니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건
대학 졸업장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역량, 실력인 거예요.
왜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나왔겠어요?
인문대학 학생들은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대학에서 특히 더 못배우거든요.
그래서 실질적인 역량을 키우지 못한채
그냥 대학졸업장만 받고
사회에 나오는 거예요.
그럼 이게 되게 애매해지는 겁니다.
인문대학 졸업생들은
실용적인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식으로 학자의 길을 걸은 것도 아니고
취업시장에 그런 사람들은 무지하게 많고
그래서 되게 애매한 위치에 있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문송하다'는 말을 하게 되는 겁니다.
중요한 건 실용적인 실력과 역량이라는 점 꼭 기억하시고
우리 소중한 아이의 대학생활이 헛되이 낭비되지 않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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