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역시 회사생활을 꽤 오래 했었고
한 번은 특별히 잘못한 것이 없었는데
회사에 돈이 없다는 이유로 해고된 적도 있어요.
회사생활이 얼마나 치열하고 힘든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편들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정말 남일 같지가 않더라고요.
남편은 아내하기 나름이라는 말도 있는데
전 이 말이 특히 남편이 힘들어할 때
아주 적절하게 적용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내용의 주제는
직장생활을 힘들어하고
그래서 우울해하는 남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남편이 힘들어하고 우울해할 때
아내가 구체적으로 뭘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남편은 왜 직장생활을 힘들어할까?
회사생활을 힘들어하는 우울한 남편이 있어요.
남편을 도와주고 싶다면
무엇이 남편을 힘들게 하고 우울하게 하는지
그 원인을 알아내는 게 올바른 순서겠죠.
남편 입장에선 스트레스 받는 직장생활은 정말 죽을 맛입니다.
결혼을 했으니 돈은 벌어야 되고
그런데 일은 정말 하기 싫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회사에 있는 인간들이 싫은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싫어하는 일, 싫어하는 인간들이 콜라보를 일으켜서
진짜 회사 다니기 싫어지게 만들죠.
세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들 중에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전쟁 때 받는 스트레스와 맞먹는다고 해요.
생존을 걱정할 만큼 스트레스를 직장에서 받는다는 건데
남편이 절망스럽다고 느끼게 되는 때는
대안이 없다고 느껴질 때입니다.
떠나고는 싶은데 떠날 수 없는, 오도 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에요.
회사를 떠날 수가 없다는 사실이 정말 끔찍합니다.
그냥 버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끔찍한 거예요.
이런 상황에선 남편은
아주 쉽게 학습된 무기력에 빠집니다.
상황이 절망스러우니까 뭔가 고민을 해서
빠져나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무기력해지니까
실제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행동할 감정적인 에너지가 없는 거예요.
그냥 우울하니까 아무것도 못하고
체념상태로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 그냥 살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계속 지속되면 상태가 굉장히 나빠질 수 있어요.
우울증에 걸릴 수 있거든요.
남편의 우울증에 대해 다룬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라는 영화를 보면
츠레라는 이름의 남편이
스트레스 심한 회사 생활을 오래 하다가
그만 우울증에 걸려 버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남편은 평소에 우울하니까 아무 것도 못해요.
걸핏하면 울어버리고, 몸도 자주 아프고, 부부간의 관계도 불가능해졌어요.
부부가 관계를 하려면
일단 성적 욕망을 느껴야 하는데
슬프고, 다운되고, 우울한 정서상태에서는
욕망을 느끼지 못하니까 아무것도 못하는 겁니다.
--아내가 해서는 안 되는 일
남편의 상태가 이렇게 심리적으로 슈크림처럼 물렁물렁해져 있는데
이런 남편에게 아내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있어요.
첫 번째로 남편을 비난하고 남편에게 짜증 내는 일이에요.
앞서 언급했던 영화에서
츠레의 아내가 남편에게 짜증을 한번 냈다가
욕실에서 남편이 자살시도를 합니다.
감정이 그렇게 물렁물렁해진 상태에서
어떤 자극이 오면
극단적인 선택을 쉽게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남편이 우울한 상태에선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시면 특히나 더 안 됩니다.
주의하셔야 돼요.
물론 아내입장에서 매일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남편이
짜증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남편이 우울함을 느끼고 있을 때엔
남편을 정상적인 사람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남편이 우울하고 힘들 땐
아내가 잘 도와주는 것이 정말로 정말로 남편에겐 필요합니다.
남편은 아내를 위해, 아내는 남편을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니겠어요~
두 번째로
"당신만 힘든 거 아니야" 라는 말도 하시면 안 되겠어요~
지금도 남편이 참고 버티고 있을텐데
거기에 대고
당신만 힘든 거 아니니까 참고 버티라는 식의 말은
남편 입장에선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굉장히 낙담스러워요.
‘그만 징징대고 마음 굳세게 먹고 열심히 살라’는 말이나
‘남들도 다 참고 일한다.
남들도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사는거 아니다’와 같은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아요.
남편입장에선 그런 말들은 오히려 절망스러운 말들입니다.
--남편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남편들이 좌절스럽고 힘든 진짜 이유는
희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희망이 있으면 지금 회사생활이 더럽고 힘들더라도 버틸 수 있어요.
희망이 있으니까.
희망이 없으니까 무기력해지는 거예요~
희망이 없다는 사실이 제일 비참하고, 남편을 가장 힘들게 하는데
현재의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합쳐지니까
이게 사람을 진짜 우울하게 만들어요.
그럼 아내가 남편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까요?
아니요~
어려울 거예요.
아내가 무슨 신도 아니고, 능력자도 아니고, 어떻게 희망을 줘요~
희망이라는 건 확실한 기대감이죠.
그런 기대감은 팩트에 기반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2년 뒤에 난 이직을 할 수 있어' ,
'다른 먹거리를 난 찾아낼 수 있어' 와 같이
확실한 근거에서 희망이 나오는 겁니다.
이런 것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희망을 느끼지 못하는 거예요.
그럼 아내가 남편에게 희망을 직접적으로 주지 못하면
누가 희망을 줄 수 있나요?
희망은 결국 남편이 스스로 찾아야 되는 겁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디에 도전을 해야 할지를 찾는 건
스스로 하는 일이죠.
남편은 스트레스받고 우울하고 힘들지만
이 문제는 결국 스스로 극복해내야 돼요.
그래서 남편은 아내 옆에서
히스테리를 부리거나 징징대지 말고
본인이 살길을 스스로 찾아내야 합니다.
아내 앞에서 힘들다는 이야기는 할 수 있지만
그건 어느 정도까지.
가장으로서 남편이 스스로 찾고 움직이고 발품을 팔고 알아보고
노력해서 살길을 찾아야죠.
--아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
그렇다면 아내가 이런 남편을 위해 뭘 해줄 수 있을까요?
남편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겠어요?
아내는 남편이 그런 실제적인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정서적으로 지원해주시는 역할을 해주셔야 합니다.
남편이 실제로 몸을 움직이고, 찾아보고 노력하는 활동을 할 수 있으려면
일단 정서적으로 우울함을 계속 느껴서는 안 되거든요.
사람이 우울하다는 건 에너지가 확 떨어져 있어서
열정과 동기가 생기지 않는 상태라는 걸 의미해요.
그래서 우울한 사람들 보면 그냥 가만히 있죠.
가만히만 있으니까 더 우울해지고요.
악순환이야~
우울한 감정에서 벗어나려면
몸을 움직이고 대화하고 돌아다니면서
활동적으로 살아야 합니다.
일부러라도 그렇게 살아야 돼요.
그런데 그렇게 활동적이 되려면
활동하고 싶다는 감정을 먼저 느껴야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아내가 남편을 지원해 주면 정말 좋아요.
정리하자면 문제를 해결하는 건 결국 남편이 직접 스스로 해내야 하는 거지만
아내가 남편이 그런 노력을 실제로 기울일 수 있도록
정서적인 지원을 해주면 좋다는 거예요.
어차피 문제 자체를 해결하는 건 남편이고
길을 찾아내는 것도 남편이에요.
아내는 그런 남편에게 정서적으로 힘을 주고
기운을 북돋아 주는 역할만 해주면 됩니다.
그것만 해주어도 남편 입장에선 굉장히 많은 힘이 돼요.
앞서 언급했던 영화에서
츠레의 아내는
남편에게 힘들면 회사를 그만두어도 괜찮다고 말해주었고
실제로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게 합니다.
그리고는 자기가 더 열심히 일을 하게 되죠.
그녀는 남편을 살려야겠다는 책임감이 더해져서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되고
실제로 남편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면 이루지 못했을 성취를
본인 스스로 하게 됩니다.
그녀는 인기없는 만화가였는데
남편의 우울증에 관한 작품이 대박이 나서 만화가로서 성공을 거두게 돼요.
남편 입장에선 일을 그만두어도 괜찮다는 말을 아내에게 들으면
그 말이 정말 고맙죠.
나를 신경쓰고 존중해 주고 사랑하고 있다는 걸 그런 말에서 느낄 수 있으니까요.
아내가 그렇게 자기를 지지해 주면 남편은 노력할 수밖에 없는 일이고요.
남편의 장점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아마 아내일 거예요.
남편이 잘할 수 있는 일,
도전해 볼 수 있는 일을 아내가
남편과 함께 같이 찾아보는 노력을 해줄 수도 있을 겁니다.
세상엔 참으로 다양한 일들이 있습니다.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찾아보면 다 길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보니까
회사에서 짤렸다고 세상에 끝이 오는 것도 아니고
좌절했다고 해서 죽는 것도 아닙니다.
찾다 보면 길이 있어요.
최소한 이 세상에서 부부가 굶어 죽는 일은 없지 않겠어요~
굶어 죽는 일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좌절감이 증폭되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죠.
불안감이 정신을 좀먹어요.
근데 그건 다 감정 문제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없느냐 하면..
당연히 있죠.
그런데 저는 제가 그런 불안감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평소에 인지하고 있다는 거죠.
이걸 심리학에선 메타인지라고 부르는데
내가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걸 평소에 인지하고 있는 것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런 인지는 사람이 좌절감에 매몰되지 않도록 도와주거든요.
아내가 남편이 이렇게 힘들었을 때
정서적으로 지지해주고
기운을 북돋아준다면
남편은 아내에게 굉장히 고마워할 겁니다.
그리고 결혼을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될 거예요.
조강지처라는 말 아실 거예요.
보잘 것 없는 음식을 먹으면서
함께 고생한 아내를 가리키는 말이죠.
남편은 같이 고생하면서 세월을 보내고 추억이 같이 쌓인 아내를
죽을 때까지 사랑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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